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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 환불, 미수금 그리고 정직 _고석주 정보통신이사
[칼럼 20] 환불, 미수금 그리고 정직 _고석주 정보통신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09.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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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주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고석주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2005년 2월.

오전 비행기로 후쿠오카 공항에 도착했다.

하카다 역에서 출발하는 하우스텐보스 행 직행열차가 출발하는 시간은 오후 1시 22분…

시간이 촉박하여 택시를 타고 하카다 역으로 간다. 약 15분만에 하카다 역에 도착하고 자동 발권기는 방법이 복잡하여, 역무실에 가서 4명 묶음티켓인 욘마이 킷푸 (4枚きっぷ )를 사는데, 뭔가 역무원과 소통이 원활한 것 같지는 않았다. 1시간마다 출발하는 하우스텐보스 행 열차시간은 거의 가까워오고, 발을 동동 구르면서 어떻게 어떻게 기차표를 획득하고 현금을 내고 플랫폼으로 뛰어 올라가 보니 기차는 출입문을 열어 놓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허겁지겁 객차 안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으니, 열차는 곧 출발…

약 1시간 50분 후에 작은 규모의 하우스텐보스 역에 도착하여 짐을 끌고 지하철 개찰구 같은 곳을 통과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역무원이 오면서, 나에게 현금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아까 하카다 역에서 계산 착오로 돈을 더 받았다고.

순간 고맙기도 했지만, 멍 하는 기분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동시에 오만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하카다 역에서 계산이 잘못된 것을 안 역무원이 최종 목적지 역에 전화를 건다. 이러이러하게 생긴 일본어 거의 못하는 가족이 몇 시 무렵에 그 역에 도착할 것이다. 그러면 차액을 돌려줘라.. 아무리 역도 작고 객차에서 내리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 가족을 어떻게 정확히 집어냈는지…

혹시 CCTV를 찍어서 영상을 보내줬을까? 그 때는 IT도 많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인데.

아무튼 돌려 받은 차액은 몇 만원 수준이었지만, 그 때 받았던 “정직하다”라는 인상은 하나의 역무원 개인을 넘어선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2013년 8월.

매년 여름 휴가를 마치고 8월 말이면 신용카드 고지서를 보는 게 약간은 두려워진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는 무슨 생각이어서인지 현찰을 많이 준비해서 웬만한 곳에서는 현금결제를 하였다.

신용카드 고지서를 찬찬히 읽다 보니 7월 22일 날짜로 독일의 어느 호텔에서 수 백 유로가 결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그 호텔에는 21일 투숙하면서 미리 신용카드 결제를 하였는데, 이건 뭔가 하는 생각에 혹시나 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E-mail을 보내봤다. 답변에는 총 6번의 예약이 들어와 있는데, 방 1개만 투숙했으므로 나머지는 위약금이란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달라고 하면서.

사실 예약 당시 홈페이지에서 여러 번 OK 버튼을 눌러도 더 이상 화면이 진행되지 않아서 반복 시도했던 것이다. 그것도 매번 신용카드 번호를 입력하면서.

포기할까 하다가 다시 E-mail을 보낸다. 이번에는 읍소형으로…. 한 가족이 방 6개를 예약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나는 여러 번 시도했는데 홈피가 먹통이었다. 봐 달라…. 이런 뉘앙스였는데 결국 몇 번의 E-mail을 주고 받다가, 자기들 홈피의 에러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환불 처리되었다.

두 가지 경험은 여러 모로 공통점은 없지만, 그래도 아직은 사회 시스템이 건전하구나 하고 느낄 정도는 된다. 과거의 경험 때문일까? 본인의 의원에서도 환자가 계산한 다음에 직원의 실수로 카드 결제를 더 받았다던지 하면 대부분 환자와 통화 후에 계좌로 차액을 이체해 주는 등의 방법을 쓴다. 비록 천 원 언저리의 작은 금액이지만, 그렇게 해야 맘이 편하기 때문이다.

한편 진료를 받고 난 후에 비싸다고 항의하거나 돈이 모자란다 지갑을 두고 왔다 등의 핑계로 미수를 하는 환자들한테 대부분의 개업의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대부분 소액이라는 이유로, 받아내기가 귀찮아서 등등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차트를 열어서 미수금 리스트를 뒤져 보면 꽤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 환자가 자진해서 미수금을 낼 만큼 우리 사회의 시스템, 우리나라의 의사-환자 관계는 아직 미성숙한 것 같다.

악성 미수 환자가 있어서 몇 년 전에 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해 보았다.

상담원 왈… “그런 경우는 병원에서 받으셔야지 저희도 해결해 드릴 수가 없어요”

하하하… 실수로 착오청구라도 하면 진료비 환수는 칼 같이 하면서, 못 받은 돈은 병원에서 해결하란다.

실현 가능할지는 몰라도 제안은 해 볼 수 있겠지, 한국처럼 IT가 발달된 곳이면, 그리고 전국민 의료보험이고 건보공단이 모든 데이터를 한 데 쥐고 있다면.

전자차트와 연계된 미수청구 시스템을 갖춘다면, 의원은 공단에 본인부담금 미수 청구를 하고, 공단은 가입자에게 다음달 건강보험료+미수금을 징수하면….

너무나도 간단한 방법인데 아직까지 왜 안 하는지 몰라요!

고석주 <서울시의사회 정보통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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