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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9] 백두산 천지를 세 번 오르다! _조해석 섭외이사
[칼럼 19] 백두산 천지를 세 번 오르다! _조해석 섭외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09.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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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석 <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

조해석 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
■출발

2012년 8월12일 서울시 의사산악회원 24명은 백두산 서파-북파 종주(천지를 중심으로 서쪽 봉우리에서 능선을 따라 북쪽 봉우리까지 트레킹)를 목표로 오후 1시20분 비행기로 중국 장춘(長春)으로 향했다. 서울은 무더운 날씨였지만, 처음 도착한 장춘의 날씨는 초가을 날씨처럼 상쾌했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백두산 서쪽지역 관문 도시인 송강하(松江河)로 출발했다. 장춘에서 송강하까지는 5시간30분 정도 소요된다. 45인승 고속버스라고는 하나 우리 고속버스보다 작고 좌석수만 늘려놓은 좁은 버스였다. 중국은 상상이상으로 넓었고 장시간 이동간에 이 좁은버스 때문에 고생스러웠다.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한다. 우리동네 슈퍼같은 분위기다. 낡은 군복을 입은 아저씨가 가게 입구 탁자옆에 무료하게 앉아있었다.

필자: “두오샤오치엔(多少錢). 얼마에요? How much does it cost?” 가게주인: “&%$#@*!!…” 역시, 일주일만에 급조한 중국어는 통하지 않았다. 캔맥주 작은것 5위엔, 큰것 10위엔( 1위엔 200원정도) 따뜻한 맥주였다. 중국 남방항공기내에서 시작된 따뜻한 맥주는 여행내내 이어졌다. 나중에 들어보니 중국인들은 찬 맥주나 음료를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송강하에서 21시8분에 저녁식사를 시작하였다. 늦은 저녁이었다. 내일 여정은 04시30분부터 시작되니 여행 첫날밤의 기분도 내지못한 채 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이후로 늦은 저녁후 바로 취침하는 고단한 여정이 이어졌다. 만약, 우리일행이 09시50분 인천출방 항공을 이용했었다면 송강하에 4시간 정도 일찍 도착했을 것이고(현지시각 17시정도) 편안하고 여유있는 여행을 했었을 것이다. Tip) 백두산 가실때는 아침 비행기를 이용하라!

■2일차

안개에 싸인 송강하를 빠져나와 백두산 남파(남파:남쪽능선)로 향했다. 손목의 고도계 시계는 1500미터를 넘어섰다. 아! 이제 백두산 속으로 드는구나.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온몸에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중국다운 거대한 장백산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長白山 火山 國家 地質公園. 똑같은 산을 우리는 백두산, 중국인들은 장백산으로 부른다.

중국인들에게 아직은 등산은 스포츠라는 인식이 없는것 같았다. 오로지 관광만 있을 뿐이었다. 남파입구에서 천지 바로 아래까지 소형버스로 이동해야했다. 버스를 타고 천지를 오르는길 옆으로 철조망이 쳐져있었다. 북한과의 경계였다. 지금 지나가는 도로도 북한땅이나 중국에서 빌려쓰고 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묘한 기분과 중국인들의 시끄러운 대화소리에 묻혀서 45분정도 버스로 이동후 주차장에 내려섰다. 5분정도 걸으면 천지다. 저멀리 발아래 한무리 구름은 우리를 향해 올라오고 그 사이로 새파란 물이 보였다.

천지다! 이렇게 높은 곳에 저렇게 넓고 푸른 호수가 있다니! 그저 경이로운 뿐이었다. 뭐라 딱히 표현할 말이 없었다. 백두산 천지는 일년중 대부분이 안개에 싸여있어 맑게 개인 천지를 보기 힘들다. Tip) 우기를 피하라. 8월 이후에 천지를 조망할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한편에 말없이 서있는 화강암 경계석, 한쪽은 조선, 다른쪽은 중국이다. 경계하는 군인들은 없었는데 비오고 안개끼는 날에는 경계근무 한다고 한다.

서백두산으로 다시 이동했다. 남백두산 보다 더 쌀쌀한 날씨다. 다시 승합차 크기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저 멀리 유난히 희게 보이는 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왔다. 백두산이 白頭라고 불리는 이유가 겨울철에는 눈과 여름철에는 화산재 때문에 정상부가 항상 하얗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파 천지는 1400여개의 계단을 올라야 했다. 계단입구에는 가마꾼들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마를 타고 산을 오르는 기분은 어떨까? 잠시 문화적인 차이를 느꼈다. 서쪽에서 바라본 천지는 남쪽보다 가로 방향으로 더 길고 넓게 보이고 고요한 느낌의 천지였다. 기가 막히게 청명하고 시원한 날씨였다.

백두산 트레킹은 이곳부터 천지주변의 능선을 따라 봉우리를 넘나들며 북쪽으로 이어진다.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중국 정부는 백두산 트레킹을 금지했다. 아쉬웠다. 날씨까지 청명하고 쾌청하니 돌아서서 내려가는 마음이 무거웠다. Tip) 중국정부는 백두산 트레킹(일명, 서파-북파종주, 천지물가-장백폭포)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백두산 등반을 계획하는 분들은 현지사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실행하시기 바란다. 그때 그때 다를수 있다.

버스는 우리 일행을 금강대협곡에 내려주었다.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고, 험준한 협곡이었다. 때마침 석양이 협곡을 비추는 행운이 따라 주어서 금강대헙곡의 광대하고 수려한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내일은 북백두산 천문봉에서 천지물가로 내려가서 장백폭포로 하산할 예정이다.

■3일차

세번째 천지로 갔다. 천문봉 천지는 다른쪽보다 가파른 절벽지대였다. 천문봉을 벗어나자 완만한 초원지대가 펼쳐지기 시작했고 곧이어 뾰족한 봉우리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마치 알프스 마테호른 닮은 봉우리도 있었는데, 이곳을 돌아서자마자 천지가 보였다.

천지물은 살아있다. 가만히 고여있는 물이 아니고 천지 바깥세상으로 나가 장백폭포를 만들고 송화강을 이룬다. 천지물이 빠져 나가는 곳이 바로 달문이다. 저멀리 달문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천지물가로 향하는 비탈길이다. 경사45도 정도로 가파르고 돌이 많아 낙석사고 위험이 대단히 높은 곳이었다. Tip) 이곳에서 내려갈 때 돌을 조심하라. 특히 주먹만한 동그란 돌을… 주먹만한 크기의 동그란돌이 밑으로 구르게 되면 가속도가 붙어서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게 되며 이는 마치 큰 바위에 맞는것과 같은 충격으로 대형사고가 날 수 있다.

달문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달문에서 천지물이 빠져나와서 내를 이루고 있었다. 맑고 시원한 물이 힘차게 흐르고 있었다. 조그만 다리를 건너고 천지물가에 섰다. 바람에 일렁이는 천지를 바라보며, 아! 이곳을 언제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벅찬 감동이었다.

우리 팀은 천지물가에서 장백폭포로 하산하지 못했다. 낙석 사고가 빈발하여 안전상의 이유로 우리 팀을 뒤따라온 중국공안들이 제재했다. 천지물가에서 능선까지 해발고도 차이는 무려 300m다. 허탈한 심정으로, 기를 쓰고 되돌아서 다시 올라와야했다. 백두산 천지를 원없이 보았다. 너무도 축복받은 날씨였다.

후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일을 하고 수입을 얻어 인생을 살아간다. 진료실을 비우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진료와 수입을 포기해야 가능하니까. 그래도 한번 떠나봅시다. 다시 돌아오면 지겹던 내 생활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조해석 <서울시의사회 섭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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