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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후 비염 심할 땐, 알레르기 검사로 원인 찾아야
산행 후 비염 심할 땐, 알레르기 검사로 원인 찾아야
  • 의사신문
  • 승인 2013.09.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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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 <강서·보아스이비인후과의원장>

의사신문-서울시의사산악회 공동기획
`의사 산악인들이 들려주는 건강한 산행의 모든 것' 〈7〉
 


■ 글/싣/는/순/서

  1. `건강한 산행'을 연재하며 -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2. 고산에서의 소화기 기능의 변화 - 김진민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3. 산에서의 돌연사 - 박병권 서울시의사산악회장(박병권내과원장)
 
  4. 대사증후군치료는 등산으로
     - 이관우 서울시의사산악회 자문위원(이관우내과의원장)

  5. 등산과 하지정맥류 - 박영준 내과의원장

  6. 야외활동으로 인한 감염병 - 조해석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

  7. 산에서의 이비인후과 질환 - 유승훈 이비인후과 원장

  8. 산에서의 골절예방 - 이용배 성모외과 원장

  9. 저산소증 - 이재일 대한의사산악회장

 10. 설맹의 예방 - 박석준 오세오 안과 원장

 11. 노년기의 등산 - 노민관 가정의학과 원장

 12. 동상,동창,저체온증 - 박홍구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13. 등산시 탈수와 탈진 - 박영준 서울시의사산악회 학술이사
 

유승훈 원장
■산에서의 이비인후과 질환 - 무엇을 조심할 것인가?

이번에는 등산과 관련된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하여 알아볼 차례다. 작년 `山'지에 투고했던 같은 제목의 원고는 일반인을 상대로 쓴 것이었는데 의사신문은 서울시 의사들이 보는 신문이라 부득이 지난 원고를 기반으로 내용을 일부 수정하고 정리했다.

`山'지에 투고하기 위하여 글을 준비하면서 국내 논문을 검색해보니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등산과 관련된 이비인후과 질환에 대해 자세하게 서술된 책자나 논문은 없는 실정이었다. 이런 사실이 등산 때문에 생기는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은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약 등산이 심각한 질환을 유발한다면 관련 논문이 벌써 출판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문적인 산악인, 특히 고산지대를 다니는 산악인에게는 이비인후과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질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2000m가 넘는 고산이 없고 또한 예전에 비해 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해외 원정 산행이 아주 많지는 않기 때문에 의사들이 등산과 관련한 이비인후과 질환이 생긴 환자를 자주 접하지 못하는 이유라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거주지 주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산이 많고 아주 높지는 않아도 아담하고 경치와 전망이 좋은 산들이 많아서 매년 산을 찾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운동으로서 등산이 각광을 받으면서 더욱 뚜렷해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북한산을 가보면 등산 인구가 얼마나 늘었는지 아주 쉽게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렇게 등산인구가 늘면서 불청객들이 따라 오게 되는데 대표적인 질환으로 알레르기 비염을 생각할 수 있다.

가끔 산행을 다녀온 후 코막힘이나 콧물 등의 증상을 호소하시는 환자분을 진료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봄철에는 주로 나무 계열의 화분이, 여름에는 풀(목초) 계열의 화분이, 가을에는 잡초 계열의 화분이 날린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산행을 다녀와서 콧물이나 재채기, 코막힘 등의 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심지어 어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겨울에도 차고 건조한 기후에 의해 콧물이 많이 나는 경우도 있다. 꼭 화분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아니고 집먼지 진드기 등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환자인 경우에도 산에서 찬 공기를 만나거나 급격한 온도 변화를 만나면 콧물이나 코막힘 등의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기에 만약 그런 환자를 진료하게 된다면 해당 환자들에게는 알레르기 검사를 받아보실 것을 권유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환자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면역치료를 유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화분에 의한 알레르기를 진단받으신 분이라면 환자의 증상이 심해지는 시기에는 산행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으며, 부득이하게 산행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산행 전에 약물 복용이나 스테로이드 비강 스프레이를 처방하여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이 약은 의사 처방이 있어야하는 전문의약품이며 부작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약이기도 하다. 다만 스테로이드라고 하여도 전신 흡수율이 매우 낮기 때문에 비교적 소아에서도 안전하게 사용되어 질 수 있는 약이다.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비충혈 제거제라는 스프레이 약들이 있는데 이런 약제는 코막힘을 즉시 해결해 주는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용을 최소화 및 단기화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것을 무분별하게 남용하게 되면 오히려 약물성 비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충혈 제거제의 경우에는 사용을 보통 1주일 이내로 제한하여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 외에도 혈관운동성 비염이라는 질환도 있는데 이것은 비특이적인 자극들에(예를 들면 찬 공기, 온도나 습도의 변화, 피로나 스트레스, 담배연기나 먼지 등) 노출될 경우 심한 재채기와 콧물 등의 비염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행 시에 콧물이나 재채기, 코막힘 등을 경험했던 분이라면 의사의 진찰을 받고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지속적으로 교육 및 홍보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일상에서 산과 관련하여 두 번째로 흔하게 접하는 이비인후과 관련 질환은 귀막힘 (이충만감) 증상이다. 주로 높은 산을 오르면서 누구나 느끼게 되는데 대부분의 경우 귀와 코를 연결하는 귀인두관(유스타키안 관 혹은 이관)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나타난다. 평상 시에 인간의 귀 (이중에서도 특히 중이, 中耳)는 대기압과 평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대기압과의 평형을 이루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귀인두관인데, 산을 오르면서 대기압은 낮아지는데 비해 귀안의 압력은 변화가 없음으로 인해 생기는 현상이다.

이것은 질환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증상인 경우가 많고 압력 조절이 되면 별 문제가 아니다. 이런 증상은 앞에서 이야기한 알레르기 비염 등이 있어서 코막힘 증상이 있는 분들이 더욱 잘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는 물을 마시거나 껌을 씹어서 스스로 귀인두관 주위의 근육을 운동시켜서 압력 조절을 할 수 있으며 코를 막고 힘을 주어 숨을 내쉬는 발살바 치료법(Valsalva maneuver)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환자가 산행 후에도 지속적으로 귀가 멍한 느낌이 생기고 잘 안 들린다고 호소하는 경우에는 돌발성 난청이나 메니에르병 같은 다른 질환과의 감별을 위하여 청력검사를 받도록 하여야 한다.

이제 좀 더 전문적인 산악인을 위한 고산병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알아보자. 여기서는 고산병에 대한 자세한 언급보다는 이비인후과 관련 증상을 살펴보고자한다. 이비인후과와 관련이 있는 증상들은 두통, 난청, 어지러움, 코피, 수면 무호흡증, 기침과 상기도 감염, 코막힘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의학 논문에 의하면 이런 증상들이 2500m 이상의 고산을 등반할 때 약 25%의 사람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난청 발생의 경우, 평지에서는 청력이 정상인 사람들도 고산지대에서는 저산소증에 의해 난청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고산에서 약 4일정도가 지나면 이런 난청은 적응 과정을 거쳐 자연 회복이 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귀로 향하는 혈류학적인 측면에서 설명되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난청이 있는 환자도 천천히 등산하면서 적응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면 고산 등반이 위험하지는 않다.

고산지대에서 생기는 어지러움은 몇 개의 논문에서 말초적인 원인에 의해 생긴 경우가 보고는 되어있지만 그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주로 뇌부종 등의 중추적인 문제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어떤 실험에서 급속하게 기압의 변화를 주었을 때 자세 유지에 어려움이 생겨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발표하였다.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 중 하나로 코피가 있다. 이것은 고산지대에서 외부의 찬 공기에 노출되어 생기는데 코 안의 점막이 마르면서 작은 혈관들이 터져서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혈압이나 출혈성 질환 (예를 들면 혈우병) 등이 있는 분들은 고산 등반 시에 주의를 요한다. 이런 경우 연고를 면봉에 얇게 묻혀서 코 안에 발라 주면 도움이 된다. 다만 면봉을 사용할 때는 주의가 필요한데 너무 심하게 깊이 찌르거나 강하게 점막을 자극하면 역효과가 나서 점막에 상처가 생겨 오히려 코피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고산에서의 차고 건조한 공기에 노출되어 생기는 증상으로 코막힘도 있다. 이것은 주로 코 안의 점막에서 분비물이 증가하면서 생기는데, 만약에 해부학적인 이상이 (예를 들어 비중격 만곡증 등) 있어서 이미 코막힘 증상이 있던 사람이 고산 등반을 하게 된다면 당연하게도 증상이 악화될 것이다. 이것은 다시 코 안의 생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서 반갑지 않은 상기도 감염으로 연결되어질 수 있다. 또한 고산에 오르면 코 점막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내 방어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상기도 감염에 걸릴 위험이 많아지기도 한다.

고산지대에서 특별한 원인 없이 기침을 많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차고 건조한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어지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수면 무호흡에 대해 살펴보면 고산지대에서는 저산소증에 의해서 과도한 호흡을 유발하게 되고 그에 따라 혈액 내의 이산화탄소의 분압이 낮아지게 되며, 결국 이것에 의해 무호흡증이 나타나게 된다. 혈액 내의 이산화탄소 분압이 수면 시에 호흡을 자극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분압이 낮아지므로 인해 불규칙적인 호흡을 유발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면 무호흡의 원인을 중추적인 경우, 말초적인 경우와 혼합적인 경우로 구분하는데 고산지대에서 생기는 무호흡은 거의 전부 중추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 생각해도 좋다. 다만 평상 시 편도 비대 등의 말초적인 원인에 의한 수면 무호흡이 있는 사람이 고산지대 산행에서 수면을 취하게 된다면 중추적인 원인이 추가되어져서 더욱 심한 수면 무호흡으로 고생을 할 수 있다.

등산을 하면서 항상 생각하는 격언이 과유불급이다. 등산을 하는 이유야 사람마다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하고 최우선이 안전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의사회 회원들의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을 기원한다.

유승훈 <강서·보아스이비인후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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