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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탄식의 노래〉
구스타프 말러 〈탄식의 노래〉
  • 의사신문
  • 승인 2013.09.0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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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35〉

1878년 열일곱 살의 말러는 빈 음악원에서 수학할 당시 칸타타 〈탄식의 노래〉 작곡을 시작하여 이듬해 이 작품을 완성해 매년 있었던 베토벤 콩쿠르에 출품하였지만 브람스 등 심사 위원들은 차갑게 외면하였다.

말러는 이에 따른 심한 실패감 속에서도 〈탄식의 노래〉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여 이 작품은 이후 그의 교향곡 작품들의 밑거름이 된다. 이 작품을 작곡할 당시 그의 노트에는 동생의 이름이 여러 차례 나타나고 있다. 그가 열세 살 때 사랑하던 동생 에른스트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 사건으로 말러는 큰 충격을 받게 된다.

〈탄식의 노래〉는 형제간의 살육이 동기가 된 작품이다. 혹자는 이 작품의 그림자에 동생 에른스트를 심어 마치 말러 자신이 동생을 죽게 만들었다는 강박관념을 음악적 해석으로 만들어냈다고 추정하였다. 이 작품은 그림(Grimm) 형제의 민화집에 수록된 `노래하는 뼈'라는 이야기를 기본으로 벡슈타인(Ludwig Bechstein)의 동화와 그리프(Martin Greif)의 시에서 아이디어를 인용하여 재구성한 글을 토대로 한 것이다. 이 작품은 19세기 유행한 잔혹한 동화답게 그 내용 또한 파격적이다.

아름다운 여왕과 결혼하기 위해 형제간에 살인이 벌어졌고 훗날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뼈가 플루트로 만들어져 이에 대한 노래를 불러 진실이 밝혀진 뒤 형도 수장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카인과 아벨을 연상케 하는 내용이다.

말러의 정식 작품번호 제1번인 이 〈탄식의 노래〉는 그 후 완전히 잊혀졌다가 말러의 추종자인 알반 베르크가 1901년 2월 초연한 후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아놀드 쇤베르크와 알프레드 롤러 등의 노력으로 종종 연주되었으나 그리 잘 알려지진 않았다. 그 후 피에르 블레즈가 1970년대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시절 이 작품을 연주회 프로그램에 올리면서 작품에 담긴 많은 의미를 발견해내기 시작하게 된다.

△제1부 숲의 전설(Waldm<&25058>rchen - Forest Legend). 거만하기 짝이 없는 한 여왕이 자신이 동경하는 백마 탄 왕자 같은 남자를 도저히 찾을 수 없자 하루는 숲 속의 붉은 꽃을 찾아내는 사람과 결혼해서 그 사람을 왕으로 모시겠다는 공고를 하였다. 이 소식을 접한 어느 형제가 그 꽃을 찾으려 함께 떠나게 된다. 형은 욕심 많은 사람이었고 동생은 선량한 인물이었는데 그 꽃을 먼저 발견한 사람은 바로 동생이었다.

꽃을 찾느라 피곤해진 동생은 그 꽃을 자신의 모자에 얹어두고 잠시 낮잠에 빠지는데 그것을 본 형은 동생에게 여왕을 뺏기는 것이 질투가 나 동생을 죽여 버드나무 아래 묻고는 그 꽃을 들고 여왕에게 간다. 이 작품은 그림 형제의 원작에 나온 형제 스토리를 말러가 개작한 것이고 이것은 말러 자신이 동생을 먼저 보낸 형의 괴로움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는 시각이 있다.

△제2부 음유시인(Der Spielmann - The Minstrel). 한 음유시인이 우연히 동생의 사체가 묻혀있는 그 숲을 지나다가 죽은 사람의 뼈를 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것으로 플루트를 만들어 분다. 관악기들과 솔로 바이올린의 유니슨은 그 뼈 플루트가 자아내는 구슬픈 음색과 한을 극대화하고 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구성진 목소리를 통해 형이 동생을 살해했다는 노래를 듣는다.

`음유시인이여, 나의 탄식을 들어주오'에서 말러 특유의 밝은 행진곡과 슬픔으로 가득 찬 비통한 멜로디가 서로 교차를 이루며 말러의 전형적인 아이러니한 대비 기법이 엿보인다. 음유시인은 놀라서 노래에 담긴 진실을 캐고자 다시 길을 나선다.

△제3부 결혼식에서 생긴 일(Hochzeitsst<&25073>ck - Wedding Piece). 결혼식을 상징하는 금관 총주의 흥겨운 행진곡풍 유니슨으로 시작한다. 한편 말러가 교향곡에서 특징적으로 사용한 멀리서 들려오는 관악의 원근감이 등장하며 무엇인가 다가올 불안한 기운을 예고하고 있다. 형과 여왕의 결혼식 날이 밝자 이 음유시인이 성에 도착하여 그 플루트를 불게 되는데 형제간의 살인에 얽힌 얘기가 다시 흘러나오자 격분한 형이 그것을 빼앗아 자신이 대신 불어보지만 그 피리에서는 동생이 형을 고발하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 때 여왕이 실신하면서 여왕의 성은 무너지고 모였던 하객들도 뿔뿔이 흩어지게 되면서 종말을 고한다.

■들을만한 음반: 피에르 블레즈(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Sony, 1969); 리카르도 샤이(지휘),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90); 사이먼 래틀(지휘), 버밍햄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97)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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