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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10번 F#장조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제10번 F#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3.09.0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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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34〉

슈베르트 교향곡 제8번 〈미완성〉처럼 미완성 자체를 완성작으로 여기거나, 모차르트 〈레퀴엠〉처럼 마지막 부분이 남의 손으로 완성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말러의 교향곡 제10번의 경우는 조금 독특하다. 말러는 교향곡 제10번을 1악장만 완전히 마쳤고, 나머지는 스케치 형태로 남겼다.

그 후 데릭 쿡, 카펜터, 휠러, 마제티, 바르샤이 등 여러 음악가에 의해 5악장까지 완성되었는데 그중 데릭 쿡 버전만을 부인인 알마가 인정했다. 사실 말러는 자신이 완성시키지 못한 이 곡의 원고를 폐기하라고 알마에게 부탁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알마는 그의 유언을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작품의 완성을 다른 작곡가에게 의뢰하기도 했고, 쿡의 원고 복사본을 공개하기도 했으며, 초고를 출판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해 말러의 제자 브루노 발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작곡가의 유언을 무시한 그녀의 행동을 비난했다.

교향곡 제10번은 말러가 죽기 1년 전인 1910년 여름에 작곡되었다. 말러와 알마가 온천휴양지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말러는 `지휘자 말러에게'라는 한 장의 편지를 받는다. 실수였는지 고의였는지 모르지만 이 편지는 젊은 건축가 그로피우스가 알마에게 보내려던 러브레터였는데 이 편지를 읽고 말러는 큰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

얼마 후 그로피우스가 말러 부부를 방문했고 말러는 성경을 읽으며 “무엇을 택하든 그대로 될지니 이제 고르라!”라고 말했다. 알마는 다행히 남편을 택했으나 이 사건 이후 말러는 아내를 그로피우스에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노이로제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를 찾게 된다.

말러와 프로이트는 네덜란드 휴양지에서 만나 가로수 길을 4시간 동안이나 걸으며 대화했다. 이 `산책 정신분석'을 통해 프로이트는 말러의 심한 우울증이 어렸을 때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학대로부터 근거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어린 말러가 그 광경을 보다 못해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 거리의 악사가 손풍금을 연주하고 있었던 잠재된 기억을 끄집어냈다.

이런 비극은 그의 기억 속에서 교차되면서 말러의 작품 속에서 자주 인용되는 소재가 된다. 말러 자신도 그의 작품의 경향과 그 기억과의 깊은 연관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프로이트는 말러가 어머니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부인 알마 마리아 쉰들러, 성홍열로 죽은 그의 장녀 마리아 등으로부터 어머니 모습을 갈구했다고 진단했다.

말러는 알마에게 “프로이트가 틀렸지만 한 가지 그가 옳은 것은 당신이 내게는 빛이며 궁극적으로 도달할 곳이라고 지적한 점이요”라고 말했다. 프로이트는 이런 현상에 대해 말러의 어머니 `마리아'의 이름을 따서 `성 마리아 콤플렉스'라 진단했다. 이렇게 말러와 프로이트의 대화에서 드러난 말러의 잠재의식과 집착을 중심으로 말러의 작품을 다시 본다면 흥미로운 해석이 가능하다.

△제1악장 고독한 모놀로그. 고통의 절규로 고독하게 시작한다. 비올라만 연주되는 모놀로그 주제는 이 곡의 핵심적인 악상을 지니고 있다. 이어서 큰 음폭과 장엄하고 풍부한 화음이 마치 브루크너로 회귀한 듯한 인상을 주고 간혹 세 주제가 돌고 도는 변주곡 형식을 보인다. 절규이자 비명인 듯한 고통의 불협화음이 들이닥치는 절정 뒤에 모든 갈등이 해소된 듯 평화로운 에필로그가 이어진다.

△제2악장 삶의 긍정. 오스트리아 춤곡인 렌틀러로 주제들이 모호하게 나타난 뒤 마침내 모든 주제가 하나로 모여 긍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낸다.

△제3악장 연옥. 말러는 본래 표지에 `연옥 혹은 지옥'이라고 기재했지만 지옥 부분에 줄이 그어져 있어 오늘날 곡의 제목은 `연옥'이 되었다. 악보 여기저기에 `죽음! 변용!' `자비를! 신이여!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당신의 뜻대로 하소서' 등 그의 침통한 고백이 기재되어 있다. 파국으로 치달은 결혼 생활, 알마를 잃을지 모른다는 공포의 모습이 엿보인다.

△제4악장 악마가 나와 함께 춤추다. 악마적인 렌틀러,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듯한 낡아빠진 거리의 왈츠, 광적인 악마의 왈츠를 반복하면서 서로를 갉아먹어 나중엔 해체되어 버리고 마는 `죽음의 무도'이다. 이 악장 끝부분에 `당신만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거요. 아! 아! 아! 나의 음악이여, 안녕! 안녕! 안녕! 당신을 위해 살고, 당신을 위해 죽으리. 알름쉬(알마의 애칭)!'이라 적었다.

△제5악장 너를 위해 살고 너를 위해 죽는다! 큰북의 강한 타격으로 시작하며 장례 분위기가 지배한다. 장례행렬이 멀어질 무렵 서정적인 주제가 플루트로 연주되고 그로테스크한 악마의 향연은 돌연 붕괴하듯 불협화음으로 일대 파국을 맞으며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리카르도 샤이(지휘), 베를린 방송 오케스트라(Decca, 1986); 엘리아후 인발(지휘), 프랑크푸르트 방송 오케스트라(Denon, 1992); 사이먼 래틀(지휘), 본머스 심포니 오케스트라(EMI, 1980)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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