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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료계에 불어닥친 현안문제 침묵, 적전 분열만이 능사인가"
"<기고> 의료계에 불어닥친 현안문제 침묵, 적전 분열만이 능사인가"
  • 승인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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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 불어닥친 현안문제

 

침묵, 적전 분열만이 능사인가

 

남소자<서대문구의사회장, 나산부인과>  

 

최근 의료계를 압박하는 각종 현안문제는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커피값도 안되는 진료비, 깎이기만 하는 의료수가, 중소병원의 줄도산 위기, 의료사고에 대한 동료의사들의 무관심, 그래도 늘어만 가는 의사 수 등등으로 의료계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이들 현안문제에 대해 의료계에서 작은 목소리로 개선을 촉구하면 정책당국자의 무관심은 물론 대중의 집단 히스테리 앞에 속절없이 잦아들고 있다. 이런 존폐위기 앞에 다 같은 운명체인 의사 개개인은 자기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으면 뜨거운 감각을 모르고 불구경하는 듯한 약한 인텔리겐치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약한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소송을 당했을 때 동료의사의 사실조회 회신이나 감정서가 큰 역할을 하는데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의사들이 형식적이고 건성인 답변을 하는 것이 여태까지의 관행처럼 되어 왔다.  

동료지만 남의 발등 불을 뜨겁다고 체감하지 못하는 인간속성 때문인지 발 벗고 나서 추적 조사하지 않고 일반론으로만 대응함으로써 오히려 당한 의사에게 불리한 경우가 항다반사였다.  

의학에 문외한인 판검사는 결과만 중시, 법리적인 판단에다 의사보다는 더욱 측은해 보이는 환자에게 감정이입이 안될 수 없어 항상 의사에게 불리한 판결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를 보는 주위의사들은 방어 진료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999번을 생각하다 한 번의 실수라도 할까봐 상급병원에 떠넘기는 경우의 연속으로 환자에게 경제적 육체적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이쯤되면 환자사정 고려치 않고 피 뽑고 오줌 빼는 검사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 실수를 줄이려 하는 풍조가 지배할 것이다.  

의사는 천원짜리 세고 있을 때 으리번쩍한 차를 타고 온 환자는 자기아픔만 호소하며 이 검사, 저 검사 하라면 돈만 아는 의사가 뺑뺑이를 돌린다고 불평한다.  

사정이 이런데도 의사가 되려는 사람이 많아 매년 3300여명의 병아리의사가 나와 아침에 일어나보면 여기저기 병원간판이 줄지어 선다.  

인구대비 의과대학숫자가 선진국의 2배요, 인구 1000명당 의사수가 OECD국 중 우리나라가 1위라고 하는 것은 의료백년대계의 앞날이 보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환자들의 취향도 이에 질세라 유명 대학병원에만 몰려 3시간 대기 3분 진료라고 매스컴에 대서특필되고 주사 너무 많이 놓는다고 부도덕하다는 건보 방침을 무시, 주사를 놔주면 `우선 편하고 뒷일은 생각 않는' 의사로 몰린다.  

중소병원의 생존권확보를 위해 발버둥치는 것을 남의 산에 난 불구경하듯 하면 곧 그 불똥은 개인의 발등에 떨어지는 자연현상을 잊지말고 각자 힘을 모아 공동대처하는 협동심이 필요할 때도 되었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리…'라는 노랫말같이 언제 어디서 자기발등에 불이 떨어질지, 남의 발에 떨어진 불똥도 내 일처럼 같이 꺼주는 합심 전력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한의사와의 불협화음도 내과, 산부인과, 방사선과 등 일부 과만의 문제일까? 이런 저런 문제를 생각해 볼 때 이젠 화이트칼라의 긍지만 지닌 채 침묵으로만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최소한 적전분열의 추태는 국민에게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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