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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로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모데스트 페트로비치 무소로그스키 '전람회의 그림'
  • 의사신문
  • 승인 2009.06.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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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친구의 유작을 음악으로 재창조


`전람회의 그림'은 무소로그스키의 대표적인 기악작품일 뿐 아니라 19세기 작품 중 가장 독창적인 피아노 음악의 하나로 손꼽힌다. 후세 작곡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 이 걸작은 자연주의적이며 서정적인 표현이 혼합된 러시아 민족악파 특유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무소로그스키는 1874년 자신의 친구였던 건축가이자 화가인 빅토르 하르트만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유작전시회에서 본 그림들 중 10편의 그림을 단 20일만에 10곡의 피아노 모음곡으로 작곡했다. 여기에 각 작품들 사이에서 이동하는 관람자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산책(프롬나드)'이 곡사이에 등장해 곡 전체의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구성했다. 각 곡간의 배열의 훌륭함도 그렇지만 무소로그스키 특유의 대담한 독창성이 전 곡에 넘쳐 나고 있어 그 음악적 신선미는 오히려 현대에 더욱 어울릴 정도이다.

△서곡: 산책(프롬나드) Allegro giusto_ 소박한 러시아 민속음악의 특색을 지닌 힘찬 주제에 음을 더해가면서 마치 생각에 잠긴 중후한 신사가 그림 사이를 산책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제1곡: 난쟁이 Sempro vivo_ 땅 속의 보물을 지키는 난쟁이 신으로 크리스마스 트리에 장식된 난쟁이 호두까기인형을 그린 것이다. 그림에서는 활처럼 굽어진 다리로 뒤뚱거리며 걷고 있다. 프롬나드: 처음보다는 좀 더 부드러운 표정으로 걸어간다. △제2곡: 옛 성 Andantino molto cantabile e con dolore_ 넝쿨로 뒤덮인 중세 이태리의 옛 성 앞에서 악기를 든 음유시인이 노래하고 있다. 낭만적인 정감이 넘치며 라벨의 편곡에선 그 서정성이 더욱 뚜렷하다. △제3곡: 튜일르리의 정원 Allegretto non troppo capriccioso_ 파리의 루브르 궁전 근처의 유명한 튜일르리의 정원의 길을 묘사하고 있다. 어린이와 그들을 데리고 온 부모들이 거닐고 놀고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고 있다. △제4곡: 비들로 Sempre moderato pesante_ 황소들이 끄는 큰 수레바퀴의 폴란드 시골 마차로 눈 녹은 진창길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롬나드: 여기에선 왠지 표정이 어둡고 쓸쓸하다. 이 그림에서 무소르그스키의 남다른 추억이 있는 듯하다. △제5곡: 껍질을 덜 깬 병아리들의 춤 Scherzino Vivo leggiero_ 발레 `트릴비(Trilbi)'를 위한 의상 디자인을 보고 만든 음악으로 병아리 모습을 목관악기로, 부리로 쪼는 모습을 바이올린으로 적절히 묘사하고 있다. △제6곡: 사무엘 골덴베르크와 슈무일레 Andante Andantino_ 하나는 가죽 모자를 쓰고 멋진 수염을 기른 부유한 유태인과 다른 하나는 넝마에 낡은 모자를 얹은 채 꾸부정하게 지팡이를 짚은 가난한 폴란드 유태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롬나드 △제7곡: 리모쥬의 시장 Allegretto vivo sempre scherzando_ 시장의 광장에서 떠들썩하게 다투는 프랑스 여인들을 그리고 있다. △제8곡: 카타콤베 Largo_ 그림에서는 하르트만 자신이 등불을 들고, 파리에 있는 로마시대의 지하 묘소를 바라보고 있다. `죽은 이야기로 죽은 이에게 말 걸기'라고 씌여진 곳으로 들어가는데 프롬나드의 변주형태로 나타난다. △제9곡: 바바야가의 오두막집 Allegro con brio feroce_ 원화는 시계의 디자인으로 그로테스크한 닭다리가 두개의 대를 밟고 있고, 그 다리 위에 슬라브 전설에 나오는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요술쟁이 노파 바바야가가 오두막에 괴이하게 서 있다. △제10곡: 키에프의 대문 Allegro alla brave Maestoso Con grandzza_ 하르트만은 키에프 시로부터 의뢰를 받고 러시아풍의 둥근 지붕을 얹은 누각의 대문을 설계했는데 그 설계도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장대한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 에른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59); 블라디미르 페도세에프(지휘), 모스코바 방송교향악단(Melodia 1976);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런던 심포니(DG, 1981); 프리츠 라이너(지휘), 시카고 심포니(RCA, 1957); 발레리 게르기예프(지휘), 런던필(philips, 2000)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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