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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로메오-주관과 객관사이
알파로메오-주관과 객관사이
  • 의사신문
  • 승인 2009.06.2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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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을 자극하는 알파로메오의 V6 엔진

필자와 다른 자동차 매니아의 차이가 있다면 강한 DIY(Do It Yourself) 성향일 것이다. 직접 만지는 일을 너무 좋아한다. 공장의 설비를 이용하긴 했지만 엔진을 직접 오버홀해서 타고 다니는 매니아는 별로 많지 않다.

엔진을 몇 번 오버홀 할 정도면 웬만한 다른 일들은 다 해본 셈이다. 차의 Anatomy는 만지면서 터득한다. DIY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차를 들어올리는 리프터가 없더라도 웬만한 작업은 작은 잭으로 떠놓고 진행할 수 있다. 타임벨트나 등속조인트도 가끔 이런 식으로 곧잘 교체하곤 했다. 그래서 어떤 차종에 필이 꽂히면 제일 먼저 구하는 것이 정비 매뉴얼과 워크숍 매뉴얼이다. 거의 예외가 없었다. 만약 필자가 형편이 확 좋아져 페라리를 몬다고 해도 이런 일은 되풀이 될 것이다.

이런 접근법에는 장단점이 있다. 차만 그랬던 것은 아니고 예전의 오디오도 그랬고 다른 일들도 그랬다. 오디오에 한참 미쳐 있을 때에는 넬슨패스(Nelson Pass)와 설계에 대한 질문과 제안을 교환하고 나서야 직성이 풀렸다. 그래서 하이엔드 오디오 비슷한 것의 입문은 직접 만든 앰프를 통해서였다.

결국 몇 대의 앰프를 만들면서 나름대로 득음 비슷한 것을 했다. 아마 측정기까지 사고 다른 부품을 산 것까지 생각하면 앰프하나를 산 것보다 훨씬 많이 들어갔을 것이다. 시간을 고려하면 완전 손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디오의 이해는 나름대로 아주 깊은 수준까지 들어갔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오디오도 주관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몇 백만원 짜리 오디오를 사는 것으로 오디오의 환상까지 구매해 버리지만 이 오디오를 재구성해 들어보는 것은 또 다른 세계를 불러온다. 한 눈으로 오실로스코프의 파형을 보면서 귀로는 음을 듣는 것은 기묘한 경험이다. 주관과 객관이 충돌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 한편으로 그 앰프에 대해 평론가들의 주관적 평가가 극과 극으로 달라지는 것을 이해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사람들과 평론가를 포함해 매체들까지 다시 생각해 볼 수 밖에 없다.

소리만 듣는 오디오가 이 정도면 차는 더 복잡하다. 도로를 매일 주행하면서 차의 주인과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교감한다. 어떤 이유든 차가 즐거움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면 그것은 참으로 곤란하다. 아무리 잘 만든 차라도 외면당하면 도리가 없다. 오디오의 최종적 평가가 주관적인 만큼 차의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평가라는 것은 사실 일종의 편견을 만들거나 편견에 물드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평가는 항상 바뀐다. 사람들이 언제나 불평을 하던 차나, 외면하던 차도 시간이 지나면 한 시대의 중요한 차로 다시 평가되곤 한다. 하지만 어떤 차종은 처음부터 끝까지 최고의 평가를 유지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차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엔진이다. 변속기 역시 엔진만큼 중요하지만 동력과 효율성을 가르는 것은 엔진이다. 문제는 좋은 엔진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차를 몰아볼 때와 엔진을 열어볼 때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그래서 차의 엔진에는 항상 호기심이 붙어있다. 그러니 열고 만지고를 포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요즘 필자는 알파로메오의 V6 엔진에 사로잡혀서 열심히 엔진의 계보를 살피고 있지만 그 와중에 얻은 정보는 다른 회사의 좋은 엔진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고생을 너무 많이 할 것이 틀림없는, 오래된 알파 V6 엔진을 꼭 만져야 하는 것에 대해 강한 회의감이 들 정도다. 그러나 감성이 최고라고 하는 이 엔진에 대한 호기심은 막을 수 없다. 그 이유라는 것이 성능이 아니라 감성이다. 요즘 이 엔진이 탑재된 차를 사기 위해 용돈을 모으고 있다. 그런데 이 엔진을 고르는 과정은 주관적이었다. 유명한 매니아들이 최고의 V6 엔진이라고 평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점이 아주 옛날을 포함한다. 요즘은 좋은 엔진이 너무 많다.

알파로메오는 참으로 이상한 차다. 우리나라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도 않다. 많이 팔지도 않는다. 1년에 10만대 정도의 생산량이니 많다고 보기도 어렵다. 비싼 차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많으며 스타일링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한다. 예전에는 전설적이었다. 40년전 설계된 엔진을 얼마 전까지 태연하게 사용하기도 했다. 성능은 이미 예전부터 좋았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는 오래된 매니아들이나 매니아 중의 매니아들이 즐겨 타는 차종이기도 했다.

차의 스타일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꽤 많아서 유명한 사람들 중에도 알파의 팬들은 상당히 많다(F1의 슈마허는 Giulietta Super를 갖고 있고 BBC의 제레미 클락손과 로저무어는 GTV6를 갖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런 느낌을 불식하는 8c나 mito 등이 나오지만 역시 감성이 강한 차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 100년이 넘게 이런 식으로 차를 만들어 온 것이다. 결국 이런 일을 이해하려면 그 역사를 조금 알아야 할 것 같다. 몇 번에 걸쳐 필자는 이 이야기를 적을 생각이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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