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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4]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_최승일 의무이사
[칼럼 14]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_최승일 의무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08.1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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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일 <서울시의사회 의무이사>

최승일 서울시의사회 의무이사
언제까지 진료실 의자에서 모니터만 보고 있을 것인가?

어느 시대나 항상 그래왔을 테지만 최근의 의료계는 의료현실을 무시한 채 복지포퓰리즘에 입각한 정책이나 법안발의가 시시각각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진료실에 앉아만 있어도 정보 홍수에 몸살을 앓는다. 서울시의사회 의사신문, 의협신문 그리고 각종 인터넷 매체 의료신문기사들이 넘쳐나다보니 오도된 기사내용도 비일비재하여 민초회원들은 혼돈에 혼란이 가중된다. 정확하지 않은 내용과 경과없이 보도되는 결과물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판단이 흐려질 수 있다.

의료계는 다 의사라는 신분으로 하나인 것처럼 보이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20개가 넘는 서로 다른 과들로 구성된 다양한 이익집단임을 알 수 있다.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과별 쟁점이 다르다보니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가 없고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불과 7년전만 해도 나도 진료실에만 앉아 진료 이외의 생각은 해본 적 없는 민초의였고 단체에서 활동하는 의사들에 대해 나와는 별종의 인간들이라 평가하고 일의 성과와 무관, 나와 관련된 일에 손해만 보지 않는다면 상관없다는 식으로 살아왔었다.

2012년부터 서울시의사회 의무이사로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2012년 7월 서울시장의 `건강 36.5' 추진계획 발표였다. 상기 프로젝트는 정부관점에 입각한 내용으로 의료계와 상충되는 계획이기에 서울시의사회에서는 서울시청과 10여차례 회동을 하여 의료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전문의출신의 서울시청 담당자와 논쟁, 타협을 거쳐 초기 계획된 틀로부터 많은 수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다.

첫째, 보건지소 확충

2013년도에 35개소 설치예정이던 보건지소는 11개소로 축소 설치(표준형 7개소, 참여형 4개소) 진행중인데, 이는 서울시청의 예산상 어려움도 있었으나, 서울시의사회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 성과이며,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보건지소의 진료기능은 서울시의사회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진료지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둘째, 건강증진협력약국

의료인이 아닌 약사들의 건강상담은 문제가 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주입시킨 결과, 세이프 약국으로 명칭을 바꾸게 되었다. 현재 4개구(강서, 구로, 도봉, 동작) 51개 약국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으나 반응이 시원찮은 상황이다.

처음에는 포괄적 약력관리, 자살예방, 금연이었으나 금연은 의사들의 영역으로 세이프약국의 목표에서 제외되고 자살예방 또한 단순한 게이트키퍼로서의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

셋째, 야간 - 휴일 진료기관 운영

처음에는 각구에 하나씩 응급센터를 세우고 운영한다고 하였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무산되고 보건소 운영으로 바뀌었으며 서울시의사회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이미 잘 운영하고 있는 병, 의원 야간진료를 활성화하여 인센티브 형태로 운영하자는 제안에 따라 최근 50개의 병, 의원의 참여속에 잘 운영되고 있다.

넷째, 시민건강포인트제

서울시청이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젝트로 의사회 입장에서는 과거 고혈압·당뇨사업과 만성질환관리제와 비슷하여 중립의 위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시범사업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임의단체와 특히 이 사업에 밀접한 과에서의 반발이 거세어 서울시의사회에서도 불참선언을 하고 이에 따라 서울시청에서도 의사들의 협조없이는 프로젝트를 시행할 수 없음을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과거 서로 앙숙처럼 지내온 서울시청과의 문제가 이번 서울시의사회는 서울시청과 서로 윈윈이 되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최근에는 1차의료활성화 라는 MOU까지 체결하게 되었다.

이토록 서울시의사회는 협회차원의 많은 노력 끝에 긍정적인 결과물들을 가져왔다고 자부하나 간혹 일부 회원들의 서울시의사회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앞에서는 정말 힘이 빠지고 일할 기분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민초회원들은 본인이 속한 지역의사회나 본인의 전문과인 개원의협의회, 시도 의사회, 의사협회등의 단체에 참여하여 활동할 수 있다.

가장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지역의사회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들을 적극 참여하고 의사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들어가 여러 가지 돌아가는 상황들을 둘러보고 시간이 되면 게시판에 글도 쓰면서 의사회와 친해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역의사회는 임원들이 주축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민초회원의 위와같은 의사회 관심과 참여는 임원들의 눈에 들어오고 같이 일하고 싶어지게 된다.

필자 또한 우연한 기회에 지역의사회에 몸을 담게 되었고 3년간의 총무이사를 거치면서 민초로 지낼 때 생각했던 의사회가 그리 호락호락한 것만은 아니다 라는 생각과, 의사가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지 않는 의료계 현실을 바라보면서 좀 더 진취적인 회무를 접하고자 서울시의사회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일의 성과가 없으면 마치 놀고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속에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심지어는 진료 중에도 각종 서류와 참고문헌 뒤지기, 우리와 대립관계에 있는 단체들과의 전화 통화로 하루가 바삐 움직인다.

이런 생활속에서 가끔은 내가 왜 이런 일을 하고 있지? 다음은? 내년은? 의사인 내가 진료에 전념하지 않고 뭐하는 것인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의사회 일을 하다보면 당연 진료에 매진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수익구조는 시간이 갈수록 열악해지는데 굳이 나서서 이 일들을 왜 하고 있지? 그것도 동료의사들로부터 질타받으며? 하지만 힘들어도 뿌듯함이 있다. 비록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할 지라도 의료계의 권익을 위한 자그마한 힘이라도 되어 준다면 그만한 보람은 없다.

의료계 전 회원의 간부화만이 정부를 상대로 공단을 상대로 국민을 상대로 최상의 전투력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한 일선에서 일하는 우리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려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시지요….

최승일 <서울시의사회 의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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