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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오대산 산행기
서울시의사산악회, 오대산 산행기
  • 의사신문
  • 승인 2013.07.1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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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영 <강남제일의원>

송호영 원장
폭염도 잊게해준 `소금강'…지친 심신 위로받아

일요일 아침, 눈을 떠보니 시계는 새벽 6시를 가르키고 있고, 딸과 남편은 아직 곤히 자고 있다. 서둘러 남편을 깨우고 등산복과 배낭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이미 날은 밝아 있었고 종종걸음으로 잠이 덜 깬 남편과 함께 택시에 몸을 실었다. 아침부터 날씨가 장난 아니게 후덥지근하다. 올들어 가장 푹푹 찌는 때 이른 폭염속에 장시간의 장거리 산행을 제대로 올라 갈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더불어 `살인진드기'라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까지 만날 수도 있어서 긴장을 늦츨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대산 국립공원은 처음인데다가 지난번 소백산 산행을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있어서 이번 산행을 도전해 보기로 했다. 어느새 택시는 압구정 현대백화점 주차장입구에 도착했다. 다른 산악회 모임도 있는지 여러 대의 버스가 서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 중 낯익은 버스에 다가서니 연재성 등반대장님을 포함한 몇몇 분들이 버스 앞에서 반갑게 맞아주신다. 가볍게 인사를 드리고 버스에 올라타니, 벌써 반가운 여러 선생님들이 앉아 계신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일상에 찌든 쳇바퀴 서울살이를 벗어나 선후배 의사들끼리 친해지고 호연지기를 키우기 위해 떠나는 일요등반은 언제나 정겹고 유쾌한 청량제로 작용한다.

오전 7시가 다가오니 시간에 맞춰 같이 산행할 팀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이윽고 인원점검 후에 버스는 서서히 출발한다. 달려가는 버스안에서 박병권 회장님과 연대장님의 간단한 인사 말씀과 바로 이어서 산행 전반에 걸친 전달 사항을 조해석 총무님으로부터 듣고, 시원하다 못해 얼어붙을 정도의 빵빵한 에어컨을 가슴에 앉고 서서히 잠이 들기 시작한다.

한참을 지나 아침식사를 위해 영동고속도로 문막휴게소에 도착하였다. 휴게소는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아마도 명절 전야를 빼고는 없으리라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다. 우리는 빨리 음식주문을 하고 각자 볼일들을 보러가느라 분주하다. 나도 순두부백반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으려니, 친절하신 선생님들이 음식을 코앞까지 날라주신다. 정말 맛이 없다라는 생각을 할 무렵 옆에 있는 남편이 시킨 돈까스 맛을 본다. 경험이 많으신 선생님의 말씀이 고속도로 휴게소 메뉴 중 제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 돈까스라고 한다. 역시 맛이 있었다.

다시 버스에 몸을 실고 졸다보니 어느새 오대산 진고개에 당도했다.

오늘 일정은 진고개에서 출발해서 노인봉(해발 1338m)를 넘어 소금강 계곡까지 천혜의 절경을 구경하면서 내려가는 코스인데, 무릉계곡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13.3 km의 6∼7시간 예상코스다.

금강산의 축소판이라 일컫는 소금강의 이름은, 율곡 이이가 청학동을 탐방하고 쓴 `청학산기'에서 유래되었으며, 무릉계곡 바위에 아직도 소금강이라는 글씨가 남아있다. 진고개에서 노인봉까지 3.9km 오르막 이후 낙영폭포. 백운대, 만물상, 구룡폭포, 식당암, 연화암, 십자소 등을 지나는 데 낙영폭포, 광폭포 등의 아기자기한 폭포부터 커다란 구룡폭포까지 다양한 폭포와 소가 보이고 백운대, 만물상 같은 웅장한 암벽들과 시원한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내려온다.

등산초입 진고개에서는 강원도의 고랭지 채소밭을 처음 보면서 넓게 펼쳐진 초여름 녹음을 만끽하며 지나갔다. 이어 나타난 계단길은 숲에서 불어주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여 폭염은 전혀 느낄수 없었으나 워밍업이 덜된 상태에서 거의 1.5km의 구간을 계단으로 치고 올라가자니 죽을 맛이었다.

오대산 노인봉은 해발 1338m로 백두대간의 황병산과 동대산 사이에 위치한 소금강의 주봉우리이다.

멀리서 보면 사계절 내내 노인봉 정상의 바위가 마치 백발노인의 두상처럼 보인다고 하여 노인봉이라 했다던가?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드디어 이뤄냈다는 성취감에 가슴 뿌듯하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산바람을 만끽하며 푸르른 오대산 전경을 가슴깊이 담아두려는듯 천지사방을 찍어대는 파노라마 촬영의 황홀함, 야호! 소리와 함박웃음이 정상에 시끌벅적했다.

아아! 이 맛으로 산을 타는 거 아닌가!

그 중에서도 회원들의 필수코스는 노인봉이라는 글씨가 아로새겨진 돌맹이 비석을 배경으로 인증사진 찍기였는데, 사람이 많은 관계로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그 후 하산길에서 노인봉대피소를 지나 적당한 곳을 잡아 삼삼오오 모여 아이스크림 같이 달콤한 물과 함께 싸온 음식을 하나하나 꺼내어 나눠먹으면서 머나먼 하산길에 대비하여 방전된 에너지를 채워 넣고 있었다. 이 시간이야 말로 내가 산을 타는 기쁨 중에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하산하면서 보여지는 계곡과 바위들은 가보지는 않은 금강산이지만 그에 버금갈 만한 정도의 멋진 경치인 것 같다. 아무리 카메라의 성능이 좋다고 한들 직접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만큼 선명하게 담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산하면서 처음 만나는 낙영폭포를 지나 점점 계곡물이 불어나고, 깊은 골짜기라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철계단이 아니면 가까이 가기 힘든 코스가 계속되고, 광폭포, 삼폭포, 백운대, 화강암의 기암절벽이 만가지 형상인 만물상을 거쳐 구룡폭포에 도착. 이 곳은 소금강을 대표하는 폭포의 하나로 마치 용이 꿈틀거리는듯 힘이 넘치는 폭포이며, 아홉 개의 폭포와 소로 이루어져있다.

지친 몸을 쉬고 싶지만 아직도 1시간 이상을 가야하므로 눈 구경만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그 후 삼선암, 식당암, 금강사, 연화담, 십자소를 지나 소금강 표지석에서 사진을 한방씩 박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지난번 소백산행의 하산길처럼 지루할 수 있는 하산길이었지만 이러한 멋드러진 절경을 보면 그것도 곧바로 잊게 만드는 것 같다. 저녁은 주문진으로 이동해서 회와 함께 푸짐한 만찬을 즐긴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일상을 벗어나 등산로 가에 화사하게 피어난 민들레처럼 자연인이 되면 우리모두 이렇게 표정이 밝아진다. 회원들이 길게 줄을 이어가며 하산하는 모습 자체가 하나의 자연이다. 후미에서 자신의 힘에 맞게 천천히 내려오기도 하고, 허벅지가 단단한 회원들은 선두에서 일행을 이끈다. 우리는 직장과 가정에서의 모든 고민과 근심을 비우고 흐르는 물줄기 소리를 들으며 한 팀으로 한 방향을 향해 묵묵히 산을 오르고, 내려온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찬 계곡물에 발을 담가 지친 몸과 영혼을 위로하고 달래주기도 한다. 저 소금강 계곡의 물은 우리처럼 아주 멀리까지 가고 싶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처럼….

송호영 <강남제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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