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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청계산 산행기
서울시의사산악회, 청계산 산행기
  • 의사신문
  • 승인 2013.07.0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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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서울시의사산악회 학술이사>

박영준 서울시의사산악회 학술이사
`건강한 산행' 연재 시작 기념하며 `청계의 바람' 즐겨

2012년도 남양주 서리산에서 진행되었던 서울시의사산악회 시산제에는 조선매거진에서 출판되는 `산'지의 박정원 부장이 동행했다. 이어 2012년도 3월호 산지에 서울시의사산악회의 시산제 소식이 실린것을 계기로 지난 1년간 `건강한 산행을 위해 서울시의사회가 나선다'라는 제목으로 등산시의 안전요령, 응급처치등에 대해 개업의로서 경험한 재미난 에피소드 등을 곁들여 쉬운 내용으로 연재를 하였다. 서의산의 각과별 선생님들이 자기과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재미난 경험을 곁들여 연재를 시작했고, 2013년 4월호 노년기 등산을 주제로 한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무사히 종료했다.

그리고, 서윤석 고문님의 의견으로 일반 산악인을 대상으로 연재되었던 원고를, 의사신문을 읽는 의료인에 맞게 수정하여 의사신문에 다시 연재하기로 하였다. 게재 종료와 새로운 연재를 축하하는 산행으로 지난 4월 28일 일요일 양재역에서 출발하는 청계산행을 가졌다.

청계산은 서울의 남쪽에 위치한 산으로 그리 높지는 않지만 과천, 의왕, 성남시에 걸쳐져 있는 산으로 주말이면 많은 분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여러가지 코스가 있지만 우리는 양재동 양곡도매시장에서 산행을 시작하였다. 서의산은 그동안 서울보다는 지방산행을 위주로 하다보니, 오늘처럼 전철과 마을버스로 이어지는 산행은 다소 낯설다. 서울에서 멀어져 갈때 느끼는 해방감이 없어 아쉽지만, 한편 돌아오는 길 교통체증을 피할수 있다는 점은 시작부터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양재역에서 마을버스를 기다리던 중 산악회 고문님이신 서윤석, 김진민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몇분이 더 모여서 마을버스로 양곡도매시장으로 이동하였다. 잠시후 20분 가량의 회원님들이 모였고, 산행전 등산화와 스틱을 정비하였다. 4월의 산행은 시작전에는 다소 스산하게 느낄수도 있지만, 일단 산행이 시작되면 곧 한여름과 같은 더위를 느끼게 된다.

오늘도 마찬가지. 첫번째 목표인 옥녀봉에 오르기전 입고있던 바람막이를 벗게 되었다. 오늘의 산행계획은 옥녀봉, 매봉, 그리고 망경대로도 불리는 청계산을 통과해서 이수봉을 지나 옛골로 넘어오는 코스다. 청계산은 주봉인 망경대를 포함해서 모두 500∼600m의 평이한 고도를 지닌 산이다. 4월의 끝자락이라 이제 막 꽃들의 시절은 지나고, 푸른 잎새의 계절로 넘어가고 있었다.

산행시작 후 1시간 남짓 옥녀봉에 이르고 이어서 매봉, 망경대로 걸음을 재촉했다. 옥녀봉과 매봉은 사람으로 비하면 영희나 철수 정도의 이름이 아닐까? 좋은 계절인데도 등산로에 그리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북한산이 조선 도읍의 주산으로 곳곳에 유래가 전하고,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산이라면 청계산은 은둔의 산이라고 한다. 전설이기는 하지만 고려가 조선에 망한후 고려의 충신들이 한양과 떨어진 이곳에서 정권의 눈을 피해 고려의 회복을 노렸다나 말았다나. 오래전 이야기지만 도성과의 거리나 지리적 위치로 볼때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의 고도차가 완만하고 능선길도 부르러운데 날씨까지 좋아 계획한데로 매봉으로 금방 이어지고 청계산의 주봉이랄 수 있는 망경대도 힘들이지 않고 도착하였다. 망경대라는 주봉을 넘었다는 것이 마음 편하고, 내려가면 연재를 마감하는 기념으로 맛있는 식사가 준비되어 있어 남은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마지막 남은 봉우리 이수봉을 향하던 중 동행하던 서의산 총무 조해석 원장님과 산중노점에서 막걸리로 더위를 식힌다. 노점주변에 곤줄박이가 날아다니며 노점주인 손에 앉아 땅콩도 먹는다.

주인장의 말로는 그 곤줄박이 녀석은 7∼8년 전부터 자기 주변을 맴돌며 친해졌다는데 어느날 한쪽 다리를 잃은 체 나타났다고 한다. 다치기도 했지만 사람의 나이로 환산하면 고희가 넘은 셈이라니 다시 청계산에 온다면 노점주인은 만나도 그녀석은 다시 못보겠지. 안주로 양파·멸치, 주인이 직접 키웠다는 돼지파라는 향긋한 풀을 먹는다. 술은 여름산행의 탈수를 악화시킨다고 하지만, 시원한 막걸리의 유혹을 떨칠수는 없었다. 한잔만 하려다가 결국 두잔을 마시게 된다. 조해석 선생님 잘 마셨습니다.

이수봉을 미치기전 서의산 고문님이신 이상석 고문님과 합류한다. 나이가 있으셔도 늘 건강하시고 걸음도 빠르시다. 이제 남은 봉우리는 이수봉. 연산군때 사학자 정여창이 이곳에 은둔한 덕에 목숨을 구해 두번 산다는 뜻으로 이수봉이라고 한다고 한다. 훗날 정여창은 부관참시를 당해서 죽은 육신이 무덤밖으로 끌려나와 한번 더 죽는 고초를 겪게된다. 두번 살은 댓가를 두번 죽음으로 치루는 걸까?

이제 코스의 마지막 봉우리인 이수봉을 지났으니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옛골에 예약된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간 산지에 기고를 해주셨던 회원님들과 월간 산지의 박정원 부장님과 함께 성공적으로 1년간의 연재를 마친 것을 기념해서 건배를 했다.

또한 서윤석 고문님의 주선으로 그간 산지에 게재되었던 원고가 의사신문에 다시 실리게 되어, 서울시 의사 산악회의 대외활동도 알리고 또 간단한 내용이지만 역시 의사회원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독자들 중에는 필자들 보다 훨씬 정확하고 깊이있는 지식을 가지신 분들이 다수겠지만, 의사로서 쓴 글이라기보단 산행을 하면서 경험한 바를 곁들인 가벼운 글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다.

박영준 <서울시의사산악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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