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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9] 법대로 합시다 _최안나 공보이사
[칼럼 9] 법대로 합시다 _최안나 공보이사
  • 의사신문
  • 승인 2013.07.0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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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지는게 임의 비급여 환수 사태다.

수가가 제대로 책정되어 있지 않다든가, 급여 적응증이 잘못되었다거나, 환자가 진료비에 동의했다고 아무리 항변해도 비급여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를 임의로 비급여 진료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법'이고 환수 대상이다.

현재의 우리 제도는 급여가 아니면 비급여인게 아니고, 비급여라고 정해진 진료만 비급여로 받을수 있는데 이를 잘 모르는 의사들이 아직도 많다. 새로 나온 검사나 치료법도 신의료기술 신청해서 유효성, 안전성 인정 받고 비급여로 인정받아야 비로소 비급여 진료를 할수 있다.

임의 비급여로 환수 판결을 받으면 돈을 물어줘야 하는 손해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부당하게 돈을 받아온 병원처럼 취급받는게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더욱이 요새는 환자들이 진료비 환수를 받으면 인터넷에 올려 전국적으로 환수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터무니 없이 수가가 낮은 검사나 치료들이 있다. 한 개원의는 누가 수가를 이따위로 정한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며 환자에게 도저히 이 수가로는 시술할 수 없다고 했더니 환자가 이해한다고 비급여로 치료해 달라고 해서 얼마 더 받고 치료해줬는데 잘 회복되고 나서는 환자가 보건소에 민원을 넣어 치료비를 돌려줬다고 하소연을 한다. 참 딱한 일이다. 도저히 그 수가로는 할수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환자가 돈 돌려달라고 의사를 상대로 민원을 넣을게 아니라 제대로 치료 받게 해달라고 복지부에 민원을 넣게 해야 한다. 물론 바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잘못된 수가 때문에 제대로 치료 못받는다는 아우성이 돈 돌려달라는 아우성 만큼 나오면 언젠가는 바뀌지 않겠는가?

지금의 저수가 문제는 환자들에게 문제 생기지 않게 또 당장의 적자를 면하고자 편법으로 해결책을 찾아온 의료계도 책임이 있다. 대형병원도 진료로는 적자보고 장례식장 비로 메운다는 말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피해가면 잘못된 제도는 영영 고쳐질 리 없다.

원가 이하의 수가라면서도 여전히 병원은 잘 벌고 있지 않느냐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한 수가는 정상화 되기 어렵다. 더 이상 편법으로 피해가지 말고 문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는 수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사들 모이는 곳에 가면 불합리한 각종 의료 제도에 대한 불만의 소리를 늘 듣게 된다.

의료 제도는 의사를 위해 있는게 아니다. 의료 소비자, 국민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만드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의사를 돕는 것이 곧 환자를 돕는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잘못된 법과 제도가 고쳐지려면 그때문에 국민들이 불편해야 한다.

의사들이 아무리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도 국민들이 문제 삼지 않으면 정부는 움직이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낙태에 관한 법이다.

1953년 처음 형법이 만들어졌을때 부터 낙태는 불법이었지만 많은 국민들은 불법인지 조차 모르고 있고 정부는 이를 방관해 왔다. 낙태를 줄이려는 사회적 논의도 없이 법도 현실도 방치된 채로 지난 수십년간 의사들이 그 뒷감당을 해왔다.

낙태가 불법인 나라도 있고 합법인 나라도 있지만 우리나라 처럼 불법이면서도 거의 제한없이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법과 제도는 의사들이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낙태가 만연한 실태도 의사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법과 현실이 괴리된 채로 지속되는 건 법을 어겨가며 해결해 주고 있는 의사들의 책임이 크다.

일단 있는 법을 지키자. 문제가 드러나야 개선 방향이 보인다.

불합리한 제도도 지키지 않았다고 온갖 비난과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뻔히 아는 법을 어기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리는 일이다.

당장의 어려움을 편법으로 피하지 말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환자에게 안되는 건 안되는 거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원칙을 지켜나가자.

법을 지키고 당당한 진료를 하는 것이 불합리한 의료 제도를 바로 잡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최안나 <서울시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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