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2:18 (수)
안전사고 대비, 산을 즐기는 자연인으로 거듭나길
안전사고 대비, 산을 즐기는 자연인으로 거듭나길
  • 의사신문
  • 승인 2013.06.10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의사신문-서울시의사산악회 공동기획
`의사 산악인들이 들려주는 건강한 산행의 모든 것'〈1〉

 

■ 글/싣/는/순/서

 1. `건강한 산행'을 연재하며 -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2. 고산에서의 소화기 기능의 변화 - 김진민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3. 산에서의 돌연사 - 박병권 서울시의사산악회장(박병권내과원장)

 4. 대사증후군치료는 등산으로
     - 이관우 서울시의사산악회 자문위원(이관우내과의원장)

 5. 등산과 하지정맥류 - 박영준 내과의원장

 6. 야외활동으로 인한 감염병 - 조해석 서울시의사산악회 총무이사

 7. 산에서의 이비인후과 질환 - 유승훈 이비인후과 원장

 8. 산에서의 골절예방 - 이용배 성모외과 원장

 9. 저산소증 - 이재일 대한의사산악회장

10. 설맹의 예방 - 박석준 오세오 안과 원장

11. 노년기의 등산 - 노민관 가정의학과 원장

12. 동상,동창,저체온증 - 박홍구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13. 등산시 탈수와 탈진 - 박영준 서울시의사산악회 학술이사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지난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입춘이 지난 후 2달이 넘었건만 봄소식은 요원하다. 3월 마지막 주말에 한라산 등반차 제주도에 갔다가 심한 추위와 눈보라로 영실 입구에서 발을 돌려 올레길로 만족하여야만 했다. 3월말이면 남녘엔 따뜻한 봄이 오려니, 봄 산행장비에 아이젠도 챙기지 않아 한라산 등반은 언감생심이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매년 봄만 되면 회자되는 말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 늦어진다. (이해가 안되는)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더 추워지고 더 더워진다고 하지만, 봄 가을이 짧아지는 절기가 낭만이 사라져 가는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성급한 산악인은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산 능선을 즐기려고 겨울옷을 벗어 던지고 이른봄 나서지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차가운 날씨도 날씨려니와 잔설(殘雪)이 남아 있어 아이젠을 꼭 챙겨야 하며 낙상에 대비하여 두터운 장갑도 배낭안에 넣어야 한다. 얼어붙었던 바위가 녹아 떨어지는 낙석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올 1월엔 강원도 대관령 선자령에서 70대 노부부가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불행한 사고가 있었다. 밖의 기온은 영하 2도 였지만 순간 최대풍속 20.6m의 강풍이 몰아 쳤다고 한다. 가지고 온 두터운 옷은 차에 두고 오고 안내 산악회 가이드까지 동행했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깝다.

원래 선자령은 바람이 세기로 유명해 얼굴을 때리는 `따귀바람'이라는 별명도 있는 곳으로 능선에 서있는 풍력발전기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사고 후 대관령 휴게소에 들렸더니 선자령산행객이 두배로 늘었다고 한다. 위험을 즐기러 오는 산행객들일까 ?

국립공원공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매년 25∼28명의 신행객이 목숨을 잃었으며 600∼700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공원지역 외의 안전사고를 더하면 훨씬 많은 수의 산행객이 상해를 입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산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계절별로 차이는 없겠지만 그래도 봄철의 빈도수가 더 많다고 보인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는 해방감이 무엇보다 산행준비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다.

산에서의 날씨는 변화무쌍해 이른 봄에는 겨울에 버금가는 두터운 옷을 준비해야 함에도 얇은 옷과 가벼운 배낭은 근교 산행에서도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여름이라고 예외는 아니어서 비에 젖은 옷을 입고 장시간 산행시 발생하는 저체온증, 천둥 번개치는 능선상에서의 감전사, 갑작스러운 호우로 불어난 계곡에서의 익사사고 등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산행객들을 위협한다.

2007년 7월 의상봉 능선의 용혈봉 정상,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낙뢰사고는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이 사고는 등산로에 설치된 쇠줄이 원인이었지만 비가 온다고 산에서 우산 쓰는 것은 화를 자초하는 일이 될 것이다.

많은 비로 계곡의 물이 넘쳐나 일어난 사고중 잊혀지지 않는 사고가 있다. 1968년 10월,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십이선녀탕 계곡의 가톨릭의대산악부원들의 사고는 우천 시 계곡 물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깨우치게 한다. 이때 필자는 고등학교 친우를 하나 잃었다.

2011년 겨울에는 폭설이 내린 설악의 공룡능선에서 조난사고가 있었다. 마등령에서 하산 시 길을 잃어 눈 속에 텐트를 치고 3일을 견뎌 무사히 구조되었지만 본인으로서는 생과 사를 넘나든 아찔한 순간이었을 것이다. 2009년 1월 폭설이 내린 한라산 등반 중 어이없는 사고를 목격한 일도 있었다. 백록담에서 관음사쪽으로 하산중 내리막길에서 미끄럼을 타던 한 대학생이 항문이 깊이 찢어진 사고 였다. 언덕길에 튀어 나온 나무뿌리에 걸리면서 일어난 일이었다. 119구조대에 연락을 하여 도움을 요청하였다. 겨울 등반중 미끄럼을 타기 위해 포대를 준비해 오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고를 목격한다면 절대로 그런 무모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다.

올겨울 사고가 발생한 선자령에서
■등산객 증가만큼 안전사고도 늘어

산행이 건전한 스포츠로 자리를 잡아 등산인구가 1500만 명이 넘었다. 높고 낮은 산에 관계없이 사시사철 근교 산에는 등산인구로 넘쳐나 몸살을 앓고 있다. 주말 휴일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산행객의 증가로 주변상가는 호황을 누리지만 안전사고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다행인것은 우리나라에는 3000미터 이상의 높은 산이 없어 고산병을 경험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고라는 것이 꼭 고산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낮은 산이라고 해서 사고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근교산행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살펴보면 넘어져 무릎까기, 무릎접질리기, 발목접질리기, 바위에서 미끄러져 허리다치기, 넘어져 손목접질리기, 손가락까이기, 손찢기, 팔꿈치 까이기, 팔꿈치 접질리기, 땅만보고 가다가 나무에 부딛쳐 이마 까이기, 눈찔리기, 또한 앞사람 스틱에 부딛쳐 머리찢기, 얼굴까이기 등 다양하다. 더욱이 벌에 쏘이기,뱀에 물리기,최근에는 살인진드기까지 산행객들을 위협한다.

산에서 발목을 자주 접질린다면 등산화를 중 (重)등산화로 바꾸어 주면 발목을 조일수 있어 빈도수가 줄어들며, 자주 미끄러지는 산행객에게는 뻥배낭을 권한다. 산에서 자주 쓰는 용어이긴 하지만 출처불명이긴 하다. 가능한한 35리터 이상되는 배낭에 가벼운 옷이나 신문지등을 넣어 배낭을 충분히 부풀리면 미끄러지는 충격을 배낭이 흡수한다는 원리이다. 이런 배낭을 이용해 허리의 위험을 줄이는 예를 종종 볼수있다.

또한 쯔쯔가무시병, 유행성출혈열, 최근에 밝혀진 살인진드기 감염 등은 간이 의자를 배낭에 달고 다니며 휴식시 의자를 펴고 앉는 다면 충분한 예방효과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싸고 무게도 얼마 나가지 않아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그릇된 등산문화도 고쳐야 할 점이 많다. 과거 놀이시설이 부족할 적에는 야유회로 산중턱에서 술과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즐기는 일이 많았다. 이제는 산 정상에서도 `정상주'를 많이 한다. 내려갈 일이 한참인데 취하도록 술을 마시니 사고는 불 보듯 뻔하다. 오래된 친구도 만나고 등산도 하여 건강을 되찾자는 모임의 취지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3시간 산행에 음주시간이 6시간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산 정상에서의 음주는 절제해야 할 것이다. “술이 거기에 있어 산에 간다”는 농담이 진실이 되어서는 아니 될것이다.

산에서의 응급환자는 안전사고 이외에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이 악화되어 구조요청을 하는 분들도 포함된다. 분초를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최소한의 응급처치라도 숙지해 두는 것이 희생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하겠다. 이러한 이유로 서울시의사산악회는 119구조대와 연계한 의사구조대 설립도 계획 중에 있다.

이에 `월간山'지에 호응을 얻어 지난 일년동안 `건강산행'이라는 주제 하에 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제반 문제를 시리즈로 다뤄 본바 있다.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이 있는 분들의 즐거운 산행이라든가 안전사고발생시 대처요령 등을 각과 전문의의 글을 통해 쉽게 알려서 좋은 호응을 얻었다. 이제 그 글들을 발췌하여 의사신문에 시리즈로 실으려 한다. 특히 해외원정을 계획하여 고산 등반을 준비하는 의사 아마추어 등산가에게도 좋은 지침이 되었으면 한다.

“산은 늘 거기에 있다”는 유명 등산가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금수강산은 높지도 크지도 않은 누구나 조금만 훈련하면 오를 수 있는 산이 많다. 그리고 아름답다. 춘하추동 언제 올라도 향기롭고 싱그러운 산이 주위에 산재해 있다. 정복하려는 욕심보다 즐기려는 여유로움이 자연과 동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더욱이 미리 대비하고 주의를 기울여 안전사고에 대비하는 길만이, 자연인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것이다. 삼천리 금수강산을 지키고 가꾸어 올바른 등산문화를 정착시켜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서윤석 <서울시의사산악회 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