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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제2번 A장조 작품번호 81
드보르작 피아노 5중주 제2번 A장조 작품번호 81
  • 의사신문
  • 승인 2013.06.10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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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23〉

드보르작은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를 비롯한 여러 교향곡과 협주곡 등 주로 관현악 작품들이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한 보다 더 진솔한 음악가로서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실내악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교향곡을 쓰기 4년 전에 이미 실내악을 작곡하였다.

일생동안 현악사중주 13곡, 현악오중주 3곡, 피아노삼중주 4곡, 피아노사중주 2곡, 피아노오중주 2곡 등 그의 음악세계에서 실내악 작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적지 않다. 이들 실내악 중에서도 현악사중주 〈아메리카〉, 피아노삼중주 〈둠키〉등을 먼저 떠올리지만, 실내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드보르작의 피아노오중주 제2번을 단연 손꼽는다.

음악적 선배인 스메타나의 뒤를 이어 보헤미아 악파를 완성시킨 그였지만 실내악곡에 있어서는 스메타나와는 도저히 비교가 되질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다. 스메타나가 실내악곡을 겨우 3편밖에 쓰지 못했고 그 모두 표제적인 성격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반면 그가 추구한 절대음악으로서의 실내악의 의미는 가히 대단하다.

드보르작처럼 다작의 작곡가가 초기 자신의 작품을 개작하는데 힘썼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일이다. 그는 원숙의 경지에 올랐을 때 이전의 작품들을 개작하는데 적극적이었다. 31세가 되던 1872년 젊은 드보르작은 작곡가로서 음악적 성숙도를 높이고자 당시의 작품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그 무렵 바그너가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에서 비올라 연주자로서 새로운 바그너의 음악세계에 눈을 뜨게 되지만 당시 주류를 이루고 있던 바그너 음악세계에서는 탈피하고자 하였다. 마침내 존경하던 브람스에 비견할만한 고전주의적인 피아노 5중주를 작곡한 그는 피아노 5중주 A장조로 발표하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초연이 실패하게 되자 그날 저녁 이 작품을 찢어버린다.

그 후 15년이 지난 어느 날 프라하의 남쪽 `비소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머물던 그는 우연히 젊었을 때 작곡했던 이 피아노 5중주 A장조를 발견하게 된다. 이 작품에 마음이 끌린 그는 5개월간 개정작업을 하여 다시 정리하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2개월 동안 새로 작곡을 하여 1888년 1월 초연을 하게 된다.

훗날 슈만과 브람스의 뒤를 잇는 실내악의 명곡으로 인정받은 이 작품은 체코의 민속 음악적 요소를 풍부하게 도입하여 슬라브인이 아니고서는 절대 표현할 수 없는 드보르작 특유의 향토적 우수와 순박한 정열, 서정성 등이 극대화되었다. 이 작품을 듣고 있으면 조국 체코에 바친 그의 사랑을 절절이 음미할 수 있다. 구조적으로도 명쾌하고 솔직한 표현으로 피아노와 현악기 사이의 긴밀한 대화와 간결하고 우아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그의 실내악 작품에서 가장 수작 중 하나가 되었다.

△제1악장 Allegro ma non tanto 조용히 물 흐르는 듯 피아노 선율 위에 첼로가 꿈결같이 수를 놓으면서 시작한다. 수려한 서주 후 제1주제가 피아노와 현이 어우러져 다양하게 변형되어 나타나고 시리도록 아름다운 선율을 바이올린이 연주하면서 발전하게 된다. 그 후 비올라에 의해 은은하고 서정적이면서 자유로운 제2주제가 나타나면서 여러 변형과 재현을 거친 뒤 격정적이고 활기 넘치는 코다로 마무리한다.

△제2악장 Dumka, Andante con moto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속선율을 바탕으로 한 둠카형식으로 전개된다. 서정적이고 흙냄새 물씬 풍기는 주제 선율이 일품으로 마치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제2악장을 연상케 한다.

△제3악장 Scherzo: Furiant-Molto vivace 보헤미안의 민속춤곡인 푸리안트를 기본으로 한 스케르초 악장이다. 첼로와 비올라의 피치카토에 의해 빠른 푸리안트 선율이 펼쳐지다 민속춤곡이 활기차게 전개되면서 율동을 더하고 있다.

△제4악장 Finale: Allegro 제2바이올린이 빠른 패시지로 리듬을 주도하면서 그 신선한 흙냄새가 물씬 풍긴다. 코다는 매우 여리게 연주되고 제1주제에 대한 회상이 펼쳐지면서 모든 악기들이 다함께 급격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들을만한 음반: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피아노), 보로딘 현악사중주(Philips, 1982); 얀 파넨카(피아노), 스메타나 현악사중주(Denon, 1982); 아르투르 루빈스타인(피아노), 과르네리 현악사중주(RCA, 1962)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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