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 피아노 소나타에 깊은 애정과 관심을 보였다면, 모차르트는 자신의 창조적인 삶의 모든 시기에 걸쳐 바이올린 소나타라는 장르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올린은 피아노 다음으로 그가 좋아했던 악기였으며, 두 악기 모두 능숙하게 다루었다. 그는 자신의 짧은 인생 중 26년에 걸쳐 총 36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작곡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조합이 자신의 개인적이고 심오한 느낌들을 표현하는 매개체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바이올린과 건반악기를 동등한 파트너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778년이 되어서였다. 만하임과 파리에서 쓴 이들 여섯 개의 작품은 `바이올린 반주가 딸린 클라브생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여섯 개의 소나타'라는 제목이 붙은 op.1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집이 그의 주요 작품으로 출판된 첫 사례였으며, 선제후 부인인 마리아 엘리자베트에게 헌정되었기 때문에 이들 작품을 `선제후 부인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든 두 악기를 대등하게 다룬다는 착상을 제공한 것은 독일의 요제프 슈스터라는 작곡가였는데 모차르트는 1777년 뮌헨에서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 “누이동생을 위해 슈스터가 쓴 6곡의 악보를 동봉합니다. 여기서 종종 연주하는데 나쁘지 않아요. 저도 같은 스타일로 여섯 곡을 쓸 생각입니다.”라고 썼다. 이 곡이 `선제후 부인 소나타' K. 301-306으로 6개의 곡으로 구성된 바이올린 소나타집이다.
소나타 G장조 K. 301_ 시작에서부터 두 악기를 균형 있게 다루고 있으며 칸타빌레 주제를 노래하는 바이올린을 뒷받침하는 피아노는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게 묻혀 있다가 곧 두 악기의 위치가 바뀐다. 2악장은 삼부 형식의 알레그로 단조로서 중간부에서는 바이올린이 악상의 흐름을 주도하면서 인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소나타 Eb장조 K. 302_ 활기찬 변칙 화성으로 시작했다가 더 섬세하고 우아한 선율이 나타난다. 론도 알레그로 2악장에서는 두 악기가 저음에서 들려주는 진심어리고 경건하기까지 한 주제로 인해 듣는 이를 매혹시킨다.
소나타 C장조 K. 303_ 1악장은 아다지오 악구가 두 번에 걸쳐 알레그로에 자리를 내준다는 놀라운 독창적인 짜임새를 보여준다. 2악장은 요제프 슈스터의 이중주곡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확실한 증거가 될 정도로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대등한 지위로 연주하게 된다.
소나타 C단조 K. 304_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유일한 단조형식이다. 이 곡은 이 바이올린 소나타집 중에서 단연 빼어난 작품으로 표현력과 감성이 극적인 면을 보여준다. 이 곡의 영감의 주제는 `슬픔'이다. 아마 당시 스물두 살이었던 작곡가는 어머니의 죽음에서 받은 슬픔을 이 곡에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곡에 담긴 다양성과 깊이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음악학자인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은 이 곡을 “모차르트의 작품 중에 손꼽히는 기적적인 작품이다. 지적인 깊이로 충만한 감정으로부터 시작된 이 곡은 모차르트가 펼쳐놓은 웅장한 드라마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두드리는 듯 대화를 펼쳐내기 시작한다.”라고 평가하였다.
소나타 A장조 K. 305_ 알레그로 디 몰토로 휘몰아치면서 두 주제는 활기차고 느긋한 분위기를 번갈아가며 보여주고 있다. 안단테 그라치오소인 2악장은 주제와 그에 딸린 여섯 개의 변주곡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변주마다 활기찬 기백과 생기를 보여주고 있다.
소나타 D장조 K. 306_ 여섯 개의 소나타 가운데 유일하게 3악장으로 구성된 곡으로, 안단티노 칸타빌레 악장이 두 개의 빠른 악장사이에 끼어있는 형태의 구성이다. 피아노의 기교적인 서법과 바이올린의 화려함은 협주곡을 방불케 한다.
■들어볼 만한 음반 ; 아루트르 그뤼미오(바이올린), 클라라 하스킬(피아노), 필립스(1958); 빌리 보스코프스키(바이올린), 릴리 크라우스(피아노), EMI(1954); 시몬 골드베르그(바이올린), 라두 루푸(피아노), 데카(1975); 헨릭 쉐링(바이올린), 잉그리드 헤블러(피아노), 필립스(1974)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