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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원적산을 다녀와서"
서울시의사산악회, "원적산을 다녀와서"
  • 의사신문
  • 승인 2013.05.2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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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무성 <마포·최이비인후과>

최무성 마포·최이비인후과
만개 준비하는 꽃망울·너른 이천평야에 마음 활짝

오전 7시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옥외주차장에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여느 때와는 다르게 참가 인원이 많지 않다. 이번까지 산행에 다섯번정도 참여했지만 그중엔 오늘이 인원수가 가장 적다.

날씨가 좋지 않아서 참석인원이 많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나도 새벽부터 내리는 비가 조금 걱정이 되어 잠을 설쳤기 때문이다. 또 유명하거나 높은 산도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회장님 이하 여러 선배님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드디어 출발한다.

역시 이른 아침이라 버스 안은 대부분 취침 모드를 취하고 있다. 버스는 압구정을 떠나 경부고속도로 신갈인터체인지를 지나 영동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른 아침이고 날씨가 좋지 않아 그런지 차도 많지 않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게 이제 휴게소에 도착할 때가 된 것 같다.

영동고속도로 덕평 휴게소에서 정차하고 아침식사를 하기로 했다. 대부분 소고기 국밥을 선택하신다. 나도 국밥이다. 이젠 아침 밥상에 국물이 없으면 밥이 잘 안 넘어간다. 몇몇 분은 전날 숙취가 약간 남은 듯 국물로 해장을 하시는 것 같다.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산에 가나보다. 입은 옷들이 전부 알록달록 아웃도어 패션에 등산화를 신고 있다. 식사와 볼일을 마치고 이제 목적지로 출발. 가는 중에 내리던 비는 전부 그치고 해가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 산행은 날씨가 좋을 것 같다.

출발지인 경기도 이천시 원적산의 영원사로 가는 길에는 노란 산수유 꽃이 많이 피어있다. TV에서만 보던 꽃인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는 그렇게 빼어나진 못해도 군락을 이루니 참 장관인 것 같다. 지하철로 출퇴근 하면서 빌딩 숲에 둘러싸여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땅만 쳐다보고 다니다 이렇게 사방이 넓게 트인 곳에서 예쁜 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편해진다. 우리가 탄 버스는 꼬불꼬불 좁은 소로를 용케도 잘 지나서 영원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영원사는 신라시대 선덕왕7(638)년에 창건되었다고 하고 고려 문종22(1068)년에 혜소국사(慧炬國師)가 화재로 소실된 절을 중건하였다고 한다. 절에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전하는 석조약사여래좌상이 전해지고 있다.

기념사진 한 장 찍고 9시10분경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가 좋다. 비는 그치고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약간의 바람이 불어온다. 영원사에서 원적봉 까지는 2km 거리다. 초반 능선에 다다를 때 까지 약 20∼30분 정도는 약간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주변엔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트려 오르는 중간 잠깐씩 시선을 뺏어간다. 원래 조금 높은 곳에 있던 영원사에서 시작해서인지 조금 오르니 능선에 다다른다. 능선에 오르자 어렴풋이 이천 시내가 보인다. 아직은 아침 안개에 덮여있어 흐릿하지만 평야 지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이천 쌀이 나오는 곳 인가보다. 아마 산행 후 식사는 이천쌀밥이 아닐까?

이곳부터 원적봉 까지는 능선을 따라가는 산행이다. 시야가 확 트여서 전망도 좋고 길도 흙길이라 발바닥에 전해오는 느낌도 편안하다. 주변은 진달래가 꽃망울을 만들어놓고 활짝 꽃을 피울 만반의 준비를 해 놓고 있다. 2주일 정도 지나면 활짝 만개한 진달래가 장관일 것 같다. 2주 후에 다시 올 수도 없고 쩝쩝 입맛만 다신다. 원적봉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각자 가져온 신선한 딸기, 오렌지, 포도, 토마토 등으로 목을 축인다.

지척에 원적봉(564m)과 저만치에 천덕봉(632m)이 보인다. 두 봉우리는 민둥산이다. 인위적으로 풀과 나무를 잘라 버린 것 같다. 심기일전하고 원적봉으로 오른다. 가파르지만 짧은 코스라 쉽게 오른다.

원적봉에 오르니 전망 하나는 끝내준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서 너른 이천 평야 지대와 저 멀리 하이닉스 반도체 공장도 보인다. 사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에 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았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왜 이 산으로 오기로 했는지 알겠다. 정상 주변은 인위적인 벌목의 흔적이 보인다.

이제 천덕봉으로 출발한다. 그런데 바람이 심상치 않다. 말X바람(영천을 다녀오신 남자 분 들은 다 아시겠지만)은 비교가 되지 않을 엄청난 바람이 불어댄다. 그래도 모자를 꾹 눌러쓰고 꿋꿋이 바람을 뚫고 정상을 향해 진군한다. 천덕봉은 짧지만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된다. 천덕봉(632m) 주변엔 야영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주변에 장애물이 없어서 밤하늘에 별 구경 하기엔 참 좋을 것 같다.

천덕봉은 남쪽으로 경기도 이천, 동으로는 여주, 북으로는 광주시가 만나는 지점이다. 남쪽은 이천의 평야, 북쪽은 앵자봉을 위시한 광주지맥의 산군들과 여러 골프장들, 서쪽으로는 멀리 곤지암 스키장의 슬로프가 보인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다. 약 5분을 내려가면 만나는 헬기장에서 점심 먹을 준비를 한다. 이 때가 11시 30분경으로 준비해온 떡, 과일, 계란 등으로 약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연 대장님과 조 총무님이 가져오신 버너로 맛있는 라면을 끓여먹었다. 한 젓가락 이지만 역시 산이든 바다든 집 밖 에선 라면이 최고인거 같다. 배가 부르니 다시 길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이제부턴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을 간다. 선두에 회장님께서 가시는데 날라 가시는 것 같다. 나보다 나이는 열 살이 많으신데 몸은 십년 동생해도 될 것 같다. 열심히 산에 다니면 조만간 회장님 속도에 맞출 수는 있겠지? 주능 3봉을 지나 정개산(406m)까지 가는 길은 완만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며 심심하지 않게 만든다. 바닥도 낙엽이 쌓인 흙길이라서 참 편안히 걷는 것 같다. 연 대장님의 선택에 감사할 따름이다.

바람은 잦아들 줄 모르고 굉음을 내면서 불어댄다. 바람만 불지 않으면 참 편안한 산행이 될 것 같은데, 정개산에 도착하니 지금까지 숙취로 고생하시던 한 회원님의 얼굴도 활짝 펴진 것 같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술 깨고 몸 풀리니까 다 와 버렸네”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하하. 역시 정개산도 전망은 좋다.

정개산을 지나 주능 2봉을 향해 조금 가니 거대한 송전선 철탑이 보인다. 154,000V 가 지나는 선로다. 회장님이 지금까지 산에서 봤던 철탑 중에 가장 큰 것 같다고 하신다. 완만한 오솔길을 걸어 주능2봉을 지나 주능1봉에 도달하니 이정목에는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동원대가 적혀있지 않았다. 약수터 방향이 아닌 오른편에 동원대를 바라보면서 동원대 방향의 샛길로 접어든다. 짧지만 급경사 내리막을 조심조심 내려오니 동원대학에 도착했다.

이제 이천쌀밥을 먹으러 가야겠지?

이번 산행은 5시간 정도 걸렸고 등산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완만한 경사와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오솔길,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탁월한 전망 등 모든 것이 행복한 산행이었던 것 같다. 흔히 가기 힘든 이런 좋은 곳에 데려와 주신 박 회장님, 연 대장님, 조 총무님께 감사드립니다.

△산행코스 : 영원사 -〈2km〉- 원덕봉(564m) -〈1km〉- 천덕봉(634m) -〈4.4km〉- 정개산[(소당산)407m] -〈1.3km〉- 주능1봉 - 동원대학교 약 9km
△산행일자 : 2013. 04. 14.
△산행시간 : 9시10분 - 14시00분(약 5시간/점심 및 휴식 약 1시간 포함)

최무성 <마포·최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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