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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D단조 작품 22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D단조 작품 22
  • 의사신문
  • 승인 2013.05.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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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20〉

음악평론가 로이터는 “비에니아프스키는 어떤 국민적인 공기를 감돌게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곡가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같은 폴란드출신 쇼팽과 닮았으며 그를 `바이올린의 쇼팽'이라 부르는 것은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평하였다.

쇼팽보다 25년 후인 1815년 폴란드 루블린에서 출생한 그는 8세 때 프랑스에 유학하여 당대 바이올린의 거장 마자르를 사사하고 11세에 1등으로 파리음악원을 졸업한 바이올린의 신동이었다. 그 후 안톤 루빈스타인과 함께 유럽 여러 나라와 미국 등으로 연주여행을 다니며 명성을 날렸다.

1860년 루빈스타인으로부터 러시아로 초대받은 비에니아프스키는 12년 동안 상트페테르부르크 왕실 음악가 겸 러시아음악협회의 리더로 지내면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음악원 교수로 재직하였다. 모스크바에서는 연주회 청중을 위해〈모스크바의 추억〉과 〈두 개의 로망스〉등 슬라브 정서가 깃든 곡들을 써서 발표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그의 연주는 프랑스악파의 기반 위에 열정적인 슬라브적인 특질이 더해져 기교적인 화려함과 함께 듣는 이를 울컥하게 하는 서정적인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그만의 특유한 기법은 가벼운 스타카토와 왼손을 이용한 피치카토기법과 함께 긴장도를 높이는 강한 비브라토와 오른쪽 팔꿈치를 높이 들고 두 손가락으로 활을 눌러서 내는 보잉스타일에 기인하는데 당시 기법과는 크게 달랐다. 오늘날 이를 `러시안 보잉(Russian bowing)'이라 부르는데 이의 창시자가 바로 비에니아프스키이다. 1875년부터 유럽으로 돌아와 비외탕의 후임으로 벨기에 브뤼셀음악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연주활동을 계속하게 된다.

당시는 `바이올린 명인의 시대'로 스페인의 사라사테, 이탈리아의 파가니니, 독일의 요아힘 등 기라성 같은 바이올린 고수들이 여러 나라에 포진하고 있었다. 그의 음색은 우아하고 섬세하여 프랑스-벨기에 바이올린악파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의 음악적 정서는 고국 폴란드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 배경으로 밝고 화려한 기교를 구사하는 파가니니의 작품과는 대조적으로 슬라브적인 우수와 정서가 깃든 중후한 울림은 마음속 깊이 스며들게 한다.

한편 사라사테와 경쟁관계에 있었던 그는 건강이 악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878년 베를린 연주회에서 이 바이올린협주곡 제2번 연주를 강행하다하였는데 무대에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당시 청중석에 있던 요아힘이 무대 위로 올라와 “내 친구의 협주곡을 연주할 수는 없지만 그를 대신하여 바흐의 샤콘느를 들려드리겠습니다.”라며 연주를 속행하였고 정신을 차리고 무대에 다시 올라온 비에니아프스키가 자신을 대신해 연주한 요하임과 포옹을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당시 작곡가보다는 연주자로서 존재가 더 두드러져 2개의 바이올린협주곡, 〈모스크바의 추억〉, 〈화려한 폴로네이즈〉, 〈전설〉, 〈스케르초 타란텔라〉 등의 소수의 작품만 알려져 있다. 훗날 술과 도박을 좋아했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연주기술은 쇠퇴해지고 창작력도 마르면서 생활도 궁핍해져 아무도 찾지 않는 외로움과 가난 속에서 45세에 세상을 떠나게 된다.

그의 두 개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협주곡 제1번은 다소 과장된 기교로 화려하게 표현되었다. 반면 사라사테에게 헌정된 협주곡 제2번은 완숙기인 38세 때 그의 명성이 절정에 달했던 1873년의 작품으로 슬라브적인 기질이 풍부한 서정적인 흐름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곡이다. 특히 제2악장 `로망스'는 별도로 자주 연주하기도 한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비교적 긴 관현악의 서주에 이어 독주 바이올린의 모습이 비로소 우아하게 드러나면서 비장하면서 침울한 듯 고아한 북구의 슬라브 정서를 노래한다. △제2악장 Romance Andante non troppo 로망스답게 독주 바이올린의 선율이 극히 애상적이고 서정적인 주제를 노래하며 비에니아프스키만의 특유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제3악장 Allegro moderato, a la Zingara `집시 풍으로'라는 지시어처럼 폴란드 집시선율과 함께 기교적으로 화려하면서 시종 열정적인 선율로 그의 음악이 절정의 경지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들을만한 음반: 헨릭 쉐링(바이올린), 얀 크렌츠(지휘), 밤베르크 심포니오케스트라[Philips, 1972]; 야사 하이페츠(바이올린), 이즐러 솔로몬(지휘), RCA 빅터 심포니오케스트라[RCA, 1954]; 마이클 레빈(바이올린), 유진 구센스(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0]; 이차크 펄만(바이올린),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파리오케스트라[DG, 1983]; 길 샤함(바이올린), 로렌스 포스터(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DG, 1990]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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