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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첼로 오보에협주곡 D단조
마르첼로 오보에협주곡 D단조
  • 의사신문
  • 승인 2013.05.1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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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19〉

알비노니, 비발디, 그리고 치마로사의 오보에협주곡과 함께 오보에협주곡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이 작품은 오랫동안 작곡가인 베네데토 마르첼로의 곡으로 오인되었지만 결국 그의 형인 알렉산드로 마르첼로가 작곡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1717년 출판된 이 오보에협주곡은 대표적인 고전주의 양식으로 쳄발로의 리듬과 함께 독주와 관현악의 대비가 선명한 제1악장과 애수에 찬 아름다운 선율의 제2악장은 1970년 이탈리아 영화 〈베니스의 사랑〉의 주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면서 이 협주곡을 최고의 오보에 곡으로 꼽히게 만들었다.

알렉산드로 마르첼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원로원의 아들로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법률가가 되길 원하는 부모의 뜻과는 달리 작곡가가 되길 원했으며 다른 작곡가들처럼 음악을 생계 수단으로 삼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베네치아 40인 평의회의 일원으로 1730년 크로아티아 남단의 풀라에 행정관으로 부임하여 8년간 일하기도 하였다. 그는 일명 딜레탕트(dilettante)라 불리는 아마추어 예술애호가이었다.

성악과 바이올린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음악 외에도 시와 그림에도 뛰어나 일생을 음악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로마의 문학운동 단체인 아카데미아 델 라 아르카디아의 회원이었으며 작곡 뿐 아니라 계몽적 사상가로 수학과 철학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작품이 종종 그의 동생 작품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이유는 그가 아카데미아에서 작품을 발표할 때 에테리오 스틴팔리코(Eterio Stinfalico)라는 가명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일 테아트로 알라 모다〉 등 작가로서 풍자적인 소책자들을 저술하였는데 존 드라이든의 〈티모테우스〉를 번역하여 자신의 칸타타 작품에 사용했고, 루제리의 오페라 〈스파르타의 아라토〉의 대본도 썼다. 또 주스티니아니가 이탈리아어로 개작한 `시편 50'의 앞부분에 곡을 붙인 〈에스트로 포에티 코아르모니코〉의 두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일테아트로 알라 모다〉는 당대 악극들의 현상에 대해 자기의 견해를 밝히는 책으로 훗날 오페라 초기 역사에 대한 귀중한 문헌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오보에협주곡 외에 12곡의 칸타타와 협주곡, 바이올린소나타 등 그의 작품들은 뛰어난 기량과 함께 독창성도 빛나고 있다.

그 중 협주곡집 〈라 체트라〉는 모두 오보에협주곡들이어서 악기 중에서도 오보에를 선호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칸타타와 소나타에서도 다양한 관악기를 결합시켜 〈5성의 콘체르토〉 등 여러 협주곡집이 전해지고 있는데 이중 이 오보에협주곡은 요한 세바스찬 바흐도 이를 쳄발로로 편곡하였고 악보도 필사하기도 하였다.

오보에는 높은 음역의 목관악기를 뜻하는 프랑스어의 오부아(Hautbois)에서 유래되었다. 유럽에서 사용되기 이전에 이미 중국, 아라비아, 아프리카 일부 지역 및 고대 아메리카에서 사용되고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음색은 감미로우며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콧소리가 섞여있다. 그로 인해 오보에의 음색은 목가적인 선율에 매우 어울리며 그 독특한 음색으로 인해 다른 여러 악기와 섞이지 않고 다른 소리를 뚫고 나오는 성향이 있다. 그래서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악기가 함께 연주하는 중에도 오보에 소리는 금방 구별이 되어 오보에 음색만 듣고도 어느 오케스트라인가를 구별할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오보에는 온도에 따라 음이 예민하기 때문에 대개 연주시작 전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는 오보에의 A음을 기준으로 음을 조율한다.

△제1악장 Andante e spicato 현악기의 유니슨에 의한 화성적인 기능을 강조한 리토르넬로 주제로 시작한다. 선율적으로도 날카롭게 진행이 되면서 독주 오보에와 서로 주고받으며 인상적인 조합으로 노래하고 있다. △제2악장 Adagio 여러 오보에 협주곡들 중 가장 유명한 악장으로 오보에의 서정적이면서 애수에 찬 선율은 듣는 이의 마음을 시리게 한다. △제3악장 Presto 춤곡 풍으로 악장 전체는 유쾌하고 매우 선율적으로 오보에가 주된 역할을 하고 이에 현악 파트가 호응하면서 아름답고 산뜻하게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하인츠 홀리거(오보에), 빅토리오 네그리(지휘), 드레스덴 국립오케스트라[Philips, 1972]; 하인츠 홀리거(오보에), 이 무지치[Philips, 1986]; 알브라이트 마이어(오보에), 뉴시즌 앙상블[Decca, 200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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