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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슬러 `고전 필사본' 중〈사랑의 기쁨〉과〈사랑의 슬픔〉
크라이슬러 `고전 필사본' 중〈사랑의 기쁨〉과〈사랑의 슬픔〉
  • 의사신문
  • 승인 2013.04.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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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16〉

오스트리아 빈 태생의 20세기 최고의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리츠 크라이슬러는 친근하면서 아름다운 선율의 바이올린 소품들로 그 어느 위대한 작곡가 못지않은 클래식 음악, 특히 바이올린음악사에서 커다란 자취를 남기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의사이자 아마추어바이올리니스트인 아버지의 교육열과 함께 그의 천부적인 재능으로 7세 때 빈 음악원에 입학하여 바이올린의 거장 헬메스베르거를 사사했다. 이후 파리음악원에 입학하여 사라사테, 비니에프스키 등 바이올리니스트를 길러낸 프랑스 바이올린의 거장 마사르에게 교육을 받고 들리브에게 작곡을 배웠다.

12세에 로마대상을 받으며 수석졸업한 후 1년간 미국에 연주 여행한 다음 오스트리아로 돌아와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 입단시험을 봤으나 낙방하였다. 그때 회의를 느낀 그는 의학을 공부하기도 하고 미술에 심취하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24세가 되던 1899년 니키슈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한 후 바이올리니스트로 연주활동을 시작하려고 할 즈음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오스트리아 육군 장교로 종군하였지만 부상을 당해 제대하고 다시 음악계로 복귀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연주자의 길을 가게 된다.

1938년에는 당시 나치를 피해 프랑스로 망명을 하였고 다시 1939년에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연주활동을 하게 된다. 파리에서 음악교육을 받아 그의 바이올린 음색은 독일계 연주자들처럼 엄격하고 보수적이지 않고 화려하고 우아하면서 부드러운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의 성격도 매우 이타적이고 관대하여 많은 예술가처럼 괴팍하거나 이기적인 면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크라이슬러는 유럽의 수도원이나 도서관을 직접 뒤져서 찾아낸 고전 작곡가들의 잃어버린 작품들을 직접 연주해 청중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유명 고전 명곡을 찾았다고 주장해 음악계의 시선을 끌었는데 당시 음악계가 이를 믿지 못하자 그는 직접 그 곡을 연주하였고 음악계는 이에 감탄하며 발견된 새 작품을 인정했다. 그는 유럽 전역을 돌며 묻혀있던 고전 작곡가들의 작품을 발굴해 명성을 날리게 된다.

마침내 바이올린 명연주가로 인정받은 그는 뉴욕타임스 평론가 올린 다운스가 60세 생일축하 전보를 보내며 “혹시 고전 작곡가들의 잃어버린 명곡들은 본인이 직접 작곡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장을 보내 음악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그는 `바이올린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또는 `비평가들이 자신을 조롱할까봐' 직접 작곡한 곡을 유명 고전 작곡가들의 작품이라고 속였다고 털어놓았다. 이렇게 그동안 그가 편곡하거나 작곡한 명곡들 만해도 130여 곡에 이른다.

그중 퓨나니, 쿠프랭, 마르티니 등의 이름으로 발표한 14곡을 묶어 1910년 `고전 필사본'을 출판하였고 1938년 가장 많이 연주가 되고 있는 바이올린 소품인〈사랑의 기쁨〉,〈사랑의 슬픔〉,〈아름다운 로즈마린〉,〈라 폴리아〉를 추가해 18곡을 묶어 재출판하여 자신의 작품들로 인정받게 된다.

그 중〈사랑의 기쁨〉은 오스트리아의 옛 민요춤곡으로 산뜻하고 밝은 선율로 소녀가 첫 사랑의 고백을 듣고 기쁨으로 춤을 추듯이 소박한 기쁨을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사랑의 슬픔〉도〈사랑의 기쁨〉과 대조적으로 깊은 사랑의 슬픔이라기보다는 감미로운 선율로 풋풋한 사랑을 고민하는 소녀 모습처럼 청순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제1곡 쿠프랭 스타일 루이 13세의 상송과 파반느 △제2곡 마르티니 스타일 Andantino △제3곡 포르포라(Porpora) 스타일 Menuetto △제4곡 쿠프랭 스타일 La precieuse △제5곡 푸냐니(Pugnani) 스타일 Praeludium과 Allegro △제6곡 프란코어(Francoeur) 스타일 Siciliano와 Rigaudon △제7곡 디텔스도르프(Dittersdorf) 스타일 Scherzo △제8곡 보케리니 스타일 Allegretto △제9곡 타르티니 스타일 코렐리의 주제를 위한 변주곡 △제10곡 사랑의 기쁨(Liebesfreud) △제11곡 사랑의 슬픔(Liebesleid) △제12곡 아름다운 로즈마린(Sch<&25150>n Rosmarin) △제13곡 마르티니 스타일 Preghiera △제14곡 푸냐니 스타일 Tempo di minuetto △제15곡 쿠프랭 스타일 Aubade Proven<&26882>ale △제16곡 까르띠에 스타일 Caprice △제17곡 빌헬름 프리드리히 바흐 스타일 Grave △제18곡 코렐리 스타일 La Folia

■들을만한 음반: 프리츠 크라이슬러,(바이올린), 칼 람슨(피아노)[EMI, 1930-38, RCA, 1928]; 미샤 엘만(바이올린), 요셉 시거(피아노)[Vanguard, 1960-66]; 오스카 숌스키(바이올린), 밀톤 카이, 월리엄 볼프람(피아노)[Nimbus, 1980-8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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