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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3명 중 1명 서울서 진료…`의료공급 과잉 상태'
의사 3명 중 1명 서울서 진료…`의료공급 과잉 상태'
  • 의사신문
  • 승인 2013.04.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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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임금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특집Ⅱ : ■서울에서의 개원을 말하다

총 론

세계 10위권 이내의 도시경쟁력을 지닌 곳. 국민 5명 중 1명이 거주하고 있고, 기업과 대학, 의료기관이 집중되어 있는 도시! 이곳은 바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다. 서울은 수도권에서의 이동인구도 많다. 서울시민의 평균소득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고소득자도 많다.

서울은 역동적이기까지 하다. 업종에 따라, 정부정책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러한 특성을 지닌 서울만큼 사업하기 좋은 곳이 있을까? 단언컨대 서울은 사업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어떨까?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사업의 일환이다. 서울은 의료기관 운영을 위한 환경도 매우 좋을까? 서울의 의료기관들은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에 비해 경영이 월등히 양호할까? 서울에서 새롭게 의료기관을 설립하면 성공이 가능할까? 특히 의료기관 중 가장 소규모인 의원을 서울의 한 동네에서 개원하여 운영하면 어떨까? 성공가능성이 높을까?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외래진료횟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은 인구밀도도 높은 지역이 아니던가? 이러한 모든 것들을 고려하면 외래진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의원을 서울에서 새롭게 시작해도 의료서비스 시장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그럴까?


■서울은 의료 공급 과잉 상태

혹자는 의료는 비영리이어야한다고 주장한다. 환자 진료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의료기관이 환자를 진료하면서 계속 손해를 보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손해를 보는 의료기관은 폐업외에는 답이 없다. 의료기관도 경영적인 측면에서 `정상적'으로 이익을 기록해야만 폐업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의료기관도 환자 진료를 통해 이익을 기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규모가 작은 동네의원이라도 마찬가지이다. 환자를 진료하고도 손해를 보면 문을 닫아야만 하는 것은 대형병원이나 의원이나 같다.

그래서 아무리 작은 의원을 개원하려고 해도 환자 진료로 이익을 기록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해야 한다. 특히 서울에는 환자들이 선호하는 유명 대형병원이 많다. 조그마한 동네의원이 생존을 위해 이들 대형병원과 그야말로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하는 곳이 서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는 새롭게 문을 여는 의원이 증가추세이다. 서울에서의 개원은 그 성공가능성이 얼마나 높을까?

서울에는 전체 건강보험적용인구 약 5천여만명 중 1천여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건강보험적용인구의 20.3%가 서울에 거주한다. 반면에 전체 요양기관의 25.2%가 서울에서 환자를 치료한다. 단순 비교를 해도 서울은 (잠재적)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전체 상급종합병원의 38.6%가 서울에 있다. 의료기관의 서울 집중 현상이다. 의사인력의 서울 집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총 8만4544명의 의사 중 2만4791명이 서울에서 진료하고 있다. 의사 3명 중 1명이 서울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이다. 레지던트의 서울 거주 비율이 41.7%라는 것은 수련병원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반의의 40.3%와 전문의의 27.6%가 서울을 주소지로 두고 있다. 서울거주 인구에 비해 의료공급자가 많은 것이다. 즉, 서울지역은 의료공급 과잉상태이다.


■서울에서의 개원,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서울시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전체 의원 중 26.5%의 의원이 서울에 개원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서울에 의원 7489개소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이는 2010년의 7355개소에 비해 134개소가 늘어난 것이다. 2011년의 7482개소에 비해서는 7개의 의원이 서울에 새롭게 개원하였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서울소재 의원을 각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에 위치한 의원이 1378개소로 가장 많다. 서초구가 516개소, 송파구 440개소, 노원구와 강동구가 각 324개소로 이들 구에는 의원의 수가 다른 구에 비해 많다. 반면에 용산구에는 의원의 수가 119개소로 서울의 전체 구에서 가장 적다. 금천구 136개소, 도봉구 145개소, 종로구와 성동구가 각각 167개소와 168개소로 이들 구에는 의원수가 다른 구에 비해 적다.

서울시의 각 구별 의원의 수를 의원의 경영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건강보험적용인구와 비교해보자.

강남구는 건강보험적용인구는 서울시 전체 구에서 네 번째로 많은 56만7449명인 반면, 의원 1378개소로 가장 많다. 그 결과 강남구 의원 당 인구수는 가장 적다(412명). 의원 당 인구수는 중구 656명, 서초구 847명, 종로구 998명 등으로 이들 구에서는 의원 1개소 당 인구수가 1000명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도봉구는 의원 1개소 당 인구수가 2466명으로 가장 많다. 의원 당 인구수가 많은 구는 강서구 2082명과 용산구 2012명 등으로 이들 구에서는 의원 1개소 당 인구수가 2000명이 넘는다. 의원 당 인구수는 구별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평균 급여비·진료시간 가장 낮고 상급병원과도 경쟁해야
개원자금 평균 4억원…성공 개원 우선 조건 `개원 입지'


2010년 대비 2012년의 각 구별 의원 수 변동을 보면 광진구와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서대문구, 구로구, 관악구 등의 지역에서 의원 수가 감소한 반면, 종로구와 중구,, 성동구, 은평구, 마포구, 양천구, 금천구, 동작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에서는 의원 수가 증가하였다. 특히 마포구의 경우 2010년에 278개소의 의원에서 2012년에는 295개소로 20개소의 의원이 2년의 기간에 증가하였으며, 강남구는 같은 기간에 ,310개소에서 1378개소로 68개소의 의원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서울지역내에 지난 2년의 기간에 의원 수가 순 증가하였으며, 동시에 서울지역 내에서 의원입지를 변경한 경우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짧은 진료시간, 수입에 대한 낮은 만족도

2012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서울에서 개원하기 위해서는 평균 약 4억원의 개원자금이 필요하다. 이렇게 적지 않은 자금을 들여 개원한 서울지역의 개원의는 현재의 수입에 대해 만족한다는 비율은 16.4%로서 전국 평균인 20.2%보다 낮았다. 반면에 현재의 수입에 불만족한다는 서울 개원의의 비율은 34.8%로서 전국 평균인 31.4%보다 높았다. 서울지역 개원의의 의원 수입에 대한 인식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만족한다는 비율은 낮고, 불만족한다는 비율은 높았던 것이다.

이는 심평원에서 발표하는 지역별 의원의 평균 급여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서울지역 의원의 평균 급여비가 매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서울지역에서의 개원이 어렵다는 것을 말한다. 반면에 서울소재 의원의 진료시간(점심휴식시간을 제외한 순 진료시간)은 다른 지역의 의원에 비해 짧다.

서울소재 의원의 평일 진료시간은 평균 8.6시간이며(전국 평균은 8.8시간) 토요일은 평균 5.3시간(전국 평균은 5.6시간)으로 전국에서 진료시간이 가장 짧았다. 심야나 공휴일 진료 의원의 비율도 서울은 29.6%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서울 의원의 진료시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짧고 심야나 공휴일 진료비율이 낮은 것은 서울에는 응급실을 운영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많은 것이 그 이유일 것이다.


■서울에서의 개원, 경영적인 측면이 최우선 고려 대상이어야 한다!

서울에서 개원한다는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원의 수입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서울의 개원현실에도 서울지역에 개원하는 것을 선호하는 의사가 적지 않다. 서울에서의 개원을 교육적인 측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에서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원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사항은 `성공적인 의원의 운영' 가능성이다.

성공적인 의원의 운영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는 다양할 수 있지만, 기초적인 것은 경영적인 측면이다. 즉, 서울에서 의원을 운영하면서 적자를 기록한다면, 서울의 교육이나 문화적인 환경 등은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2012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개원의의 52.4%가 개원입지를 성공적인 개원의 중요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울이 과연 성공적인 개원의 조건을 갖추고 있을까? 개원하려는 의사 각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경쟁력을 충분히, 그리고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개원한 의원이 성공적이어야 의사와 서울의 환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임금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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