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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의 개원, 과연 가능한가
서울에서의 개원, 과연 가능한가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3.04.15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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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빚에 허덕이다 못해 미래 희망조차 없다”

`서울에서의 개원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 만났던 개원의들은 모두 할 말이 많았다.

가능성 보다는 어려움을 더많이 지적했다. △매년 배출되는 수천명의 의사들과 이로 인한 치열한 개원 경쟁 △겁없이 치솟는 임대료와 높은 인건비 그리고 △저수가로 인한 심각한 경영난 등등.

어쩌면 서울에서의 개원은, `특수한 의술'을 보유했거나 환자들로부터 `높은 지명도'를 갖고 있는 의사 혹은 `든든한 재력'을 갖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생각됐다.

그렇지 않고 서울에서의 개원 특히 도심에서의 개원은 뭘 모르고 저지르는, 자칫 `위험한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개원은 의사면 모두가 할 수 있는, 쉬운 퍼포먼스가 아니다.

병원경영 전문가나 개원에 성공한 선배의사들의 조언을 기본으로 면밀하게 따져보고 조심스럽게 진입해야 하는 고도의 판단과 테크닉이 필요한 인생 최대의 투자가 됐다.

신중함이 결여된 판단의 대가는 혹독할 뿐이다. 개인파산이나 그 이상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원의 성공과 실패 여부를 떠나 서울의 의사수를 한번 점검해 보자.

서울시의사회가 지난 해 말 공식집계한 회원수는 2만1640명(2011년 2만1229명)이다. 전년대비 411명이 늘어난 수치다.

이는 봉직의 219명과 수련의 157명 증가에 휴직 42명을 합산한 결과다. 이중 개원의(병원장 포함)는 2011년 5445명에서 2012년 5622명으로 77명 증가했다.

물론 이같은 수치는 의사회에 등록된 수치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미등록 회원을 포함할 지라도 증가폭이 크지 않을 것이다.

이 드넓은 서울 곳곳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의원급 의료기관들이다. 지난 해 말 기준, 서울에 있는 개원의는 5622명(미등록회원 불포함)에 불과하다.

1년에 4000명 가까운 새내기 의사들이 배출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서울의 개원가는 들어설 틈이 없어 보인다. 포화상태인 서울에서의 개원 그 자체가 진입장벽인 셈이다.

그러면 임대료와 인건비는 어떤가.

프랜차이즈 빵집과 피자집의 임대료에 밀린지는 오래다. 웬만한 동네의 빵집과 국수집 등의 임대료가 이를 증명한다. 빵집 등의 임대료는 수천만원대다. 이들 임대료의 10분의 1 혹 5분의 1에도 못미치는 의원의 임대료는 바로 수입차이를 나타낸다.


넘치는 의사와 높은 임대료·인건비 개원 자체가 진입장벽
의원 36%가 부채 3억5천만원·월 이자 182만원 경영난 심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원하는 의원이 늘어나고 있다. 이 역시 개원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이다.

이와 함께 의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 등의 인건비도 부담이다.

간호조무사의 인건비는 보통 150만원 전후다. 실제 4대 보험 등이 적용됨으로 40∼50만원을 추가, 1명당 200만원 정도 소요된다. 이나마도 간호조무사를 구하지 못해 개원가는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성공적인 개원 공식은 어찌보면 지극히 단순하다. 지출보다 수입이 많으면 된다.

그러나 건강보험과 극심한 경쟁구도 아래서 의원의 수입 증대는 쉽지 않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가 2011년 진료과목 구분없이 177개 의원의 재무제표를 원가분석한 결과 즉, 2010년 실제 분석치에 따르면 보험진료 수입은 3억8270만원에 일반진료수입 6145만원 등 총 4억4416만여원이었다.

이중 2010년 인건비 지출이 2억1750만원(원장 1억2736만원, 직원이 9014만원 등)외에 재료 및 의약품비, 임차료, 금융비용을 제하고 나니 1286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다음 해 4월 “이제 동네의원들은 빚에 허덕이다 못해 미래 희망조차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갤럽연구소에 의뢰해 전국 2만6천개 의원중 1031개 표본으로 선정, 방문면접 조사한 결과, 1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36%가 평균 3억5000만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특히 산부인과는 평균 5억2천만원으로 경영난이 가속되고 있었다.

개원시 투자비용은 평균 4억8천만원이었는데 동원된 자금 대부분은 금융권 대출을 통해 조달됐다.

대출금액은 평균 3억7천만원으로 월 182만원이 이자로 지출되고 있었다. 진료환자수는 의원 일평균 63.9명, 의사1인당 환자수 일평균 53.6명, 지역별로는 서울이 45명으로 가장 적었다.

의협은 세무보고용 손익계산서 분석결과, 2010 회계연도 의원 평균 총매출액을 계산해 보니 개원의 원장당 평균 가처분소득은 7100만원에 불과했다.

이같은 영향 탓인지 중견 개원의들은 한 목소리로 “될수 있으면 개원을 피하라. 가능하면 봉직의로 근무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개원해도 봉직의 급여정도가 되면 개원하는 것 보다 맘 편하게 봉직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논리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서울에서의 개원은 낙관적이지 않다. 곳곳에 암초가 널려있다.

서울에서의 개원을 선택한다면 높은 경쟁력을 우선으로 비장한 각오속에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게 아니면 차라리 진입장벽이 낮은 수도권과 지방이 제격일 것이다.

`서울에서의 개원,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는 가능하다'이다. 불가능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진입장벽만 많아지고 점점 더 높아질 뿐이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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