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마시기 어려운 나라
와인 마시기 어려운 나라
  • 의사신문
  • 승인 2009.06.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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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화의 걸림돌, 가혹한 세금과 유통구조

우리나라는 정말이지 와인 애호가의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다. 일본과 미국에서 파는 와인 가격의 2∼3배가 될 정도로 비싸다. 이는 세금과 유통 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술에 붙는 가혹한 세금이 와인에도 마찬가지로 따라 간다. 관세, 주세, 교육세, 부가세 등이 수입 금액에 68.2%나 붙는다. 수입 금액에는 와인 운송비, 보험료가 다 포함된 가격이다. 이른바 종가제, 즉 가격에 대해서 세금이 붙는다.

일본과 미국은 종량제가 적용된다. 750cc 와인 1병에 붙는 주세는 일본 153.75엔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4센트 와인에 술 항목의 주세를 적용해 쉽게 세금을 걷으려고 하는 우리 정부와 와인을 음료로 보는 나라와의 차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최근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재정이 악화되어 와인에 붙이는 주세를 높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는데 29.6센트로 올리자고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주지사가 제안했다고 한다. 그래도 싸다. 우리나라도 이렇게 세금이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다음으로 유통 구조를 짚어보자. 수입사가 와인을 수입하면 위에 붙은 세금 외에 물류 비용이 추가된다. 여기에 수입사 마진 20∼30%, 중간 도매상 마진 30%, 소매점 마진 40%가 붙으면 결국 소비자 가격은 가볍게 2배를 넘을 수 밖에 없고 270% 정도로 육박한다는 사실이다.

도매 가격으로 들여와서 100% 마진을 붙여 파는 와인바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신다면 생각하기조차 싫은 높은 가격이 나오는 것이다.

미래의 와인산업에 대한 글들을 읽어보면 도매상이 없어질 것이라고들 하는데 어서 이런 날이 와서 좀더 저렴한 가격에 와인을 마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 와인을 수입하는 수입상들은 최근의 와인들만 수입한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경우 최소 10년은 지나야 맛과 향이 살아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여름의 기온이 아주 높았던 2000년, 2003년, 2005년 빈티지의 경우 1등급 와인들은 최소 20년, 적어도 30년은 지나야 제 맛을 낼 수 있는 것들이다. 이건희 회장이 전경련 회의에서 돌렸다는 1982년산 샤토 라뚜르는 지금 마시면 마실만 할 것인가? 아마 맛은 있겠지만 그다지 감동적인 맛은 아닐 것이다. 그만큼 와인은 시음 적기에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이 지금 시중에 유통되는 와인을 사서 셀러링(Cellaring) 후 20년이 지난 뒤에 마신다는 것은 너무 힘든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호텔에 세미나가 있어 가보면 요즘 흔히 주는 와인이 2006년, 2007년 빈티지 와인들이다. 아무리 신세계 와인들이 빨리 마실 수 있게 만들어진다고는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와인 문화가 아니다. 호텔 입장에서는 시음 적기의 와인을 구할 수 없으니 어린 와인을 궁여지책으로 내놓는 것일테지만 그나마 충분히 열어놓지 않고 오픈해 바로 와인을 서빙하는 직원들을 보면 몰라서 그런 것인지 아무런 생각이 없어 보인다.

어서 오래된 와인도 수입하는 대형 수입상이 생겨나서 좋은 가격에 쉽게 올드 빈티지 와인을 구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주현중〈하얀 J 피부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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