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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효율 높은 `디젤 엔진' 탄생
1894년, 효율 높은 `디젤 엔진' 탄생
  • 의사신문
  • 승인 2013.04.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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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엔진〈3〉

요즘은 농장에 적응중이다. 유기농 귤밭에 딸린 작은 집을 얻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생태농업이라던가 대안 에너지 같은 것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지고 있다.

차와 관련된 문제는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농장까지 오가는 연료비였다. 연비 때문에 디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래서 디젤이 발암물질을 함유한다는 이야기와 얼마 전 디젤배기가스가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이야기를 하였고 디젤엔진이 왜 효율적인가를 이야기했다. 디젤의 압축비가 높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가솔린과 디젤엔진의 엔진 사이클 차이를 이야기했다.

처음에 루돌프 디젤이 엔진을 만들었을 때 어려움에 부딪힌 큰 이유중의 하나는 높은 압축비를 갖는 엔진 만들기의 어려움이었다. 독자들이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최초의 증기기관을 만들 때에는 피스톤과 실린더 사이에 동전하나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면 괜찮은 공작정밀도라고 했다. 제임스 와트는 당시 최고의 첨단기술인 포신을 깍는 공작기계로 증기기관을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요즘 차에 들어가 있는 압축링 같은 기구는 없었다. 그리고 100년 정도 지나서 가솔린 엔진이 나왔고 이때의 공작 정밀도가 증기기관 초창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더 이상적인 연소조건이 필요했다. 압축으로만 착화를 일으켜야 했기 때문이다.

압축착화 자체는 디젤이 발명한 것도 아니었다. 서바이벌 가이드에 보면 오지의 원주민들도 압축착화를 했다는 기록이 있다. 성냥이 나오기전에는 나무를 비벼서 불을 일으키거나 부싯돌을 이용해서 불을 일으키기도 하고 많지는 않지만 대나무대롱에 헝겊으로 밀폐한 막대기를 이용해 압축으로 불을 붙인다는 기록이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 여러 번 만들어 보았지만 불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쉽게 말하면 주사기처럼 만들고 그 위에 사람이 뛰어 올라가 밟으면 내부에 고온이 생긴다는 것이다. 대나무 파이프안에는 작은 불씨가 붙을 작은 솜털 같은 구조물이 있고 압축착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도 대나무나 나무통에 헝겊으로 만든 착화기를 만들지 못한다. 원시인들은 고도의 엔지니어링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원주민들이 디젤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 주었을리는 없지만 열역학을 열심히 연구했던 디젤이 압축으로 열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다. 이미 카르노(물리학 시간에 배운 카르노 사이클의 이론가)같은 사람들이 이론을 정립하고 있었다.

디젤이라는 발명가는 열역학을 열심히 연구하고 이론가이며 발명가이기도 했지만 사회운동가이기도 했다. 디젤엔진의 발명의 이유중에는 작고 효율적인 엔진을 만들어서 커다란 공장에서 증기엔진으로만 가능했던 동력작업을 작은 공장의 장인들도 이용하는 목표도 있었다. 작은 공장이나 장인들은 커다란 회사들에 경쟁할 능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건강은 좋지 않아서 학교도 병 때문에 늦게 졸업하고 엔진의 특허출원도 늦었다고 한다. 디젤을 가르치던 교수는 린데(Carl von Linde)였다. 매우 뛰어난 교수로 냉장고의 발명자로 알려져 있다. 디젤은 린데가 만든 회사에서 관리자로 일하기도 했다. 디젤이 이론적 발표를 하고 있던 동안에 아이디어들이 무르익어 칼 벤츠(Karl Benz)는 1886년 가솔린 엔진의 특허를 출원하고 디젤은 자연 발화하는 조금 느린 엔진을 생각하게 되었다. 디젤은 MAN AG 관리자 하인리히 폰 부즈의 도움으로 엔진을 개발하고 테스트하여 1894년에 엔진을 완성하고 특허를 낸다.

디젤엔진은 처음 만들어 낼 때부터 가솔린 엔진과 차이가 있었다. 엔진은 공기를 압축하여 자연발화할 수 있는 온도와 압력을 만들어야 한다. 엔진은 압축이 일어난 상태에서 연료가 주입된다. 당시로서는 대단한 기술이기도 했다. 이 원칙은 지금도 변한 것이 없다. 변한 것은 앞서 말했다시피 가솔린 엔진이었다. GDI(Gasoline Direct Injection) 엔진은 사실 원래의 가솔린 엔진보다 디젤엔진에 더 가깝다. 그런데 요즘은 GDI가 대세다. 압축비가 더 높아지면 GDI나 디젤은 연료 말고는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 디젤이 처음에 시험한 연료중에는 땅콩기름이나 다른 식물성 기름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루돌프 디젤은 시대를 앞서 갔다고 볼 수 있겠다.

디젤 엔진이 충족되려면 압력 말고도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연료를 분사하는 분사기, 인젝터이다. 개솔린 엔진에서 인젝터가 나타난 것은 디젤엔진 이후 한참 오랜시기가 되어서다. 디젤엔진은 가솔린 엔진처럼 기화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그냥 안개상태로 분사해야 한다,

원래 증기 엔진을 대체하려고 했던 디젤 엔진은 개발 이후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다. 증기엔진의 효율은 10%도 되지 않지만 디젤엔진은 최고 50% 정도의 열효율을 보였다. 가솔린처럼 인화하기 쉬운 물질도 아니었다. 산업계에서 디젤 엔진을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였다. 만들기가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디젤을 대체할만한 다른 엔진은 없었다.

안윤호 <제주시 미소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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