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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드리히 스메타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베드리히 스메타나 연작 교향시 '나의 조국'
  • 의사신문
  • 승인 2009.06.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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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체코의 미'를 노래하며 해방 기원

체코 국민악파의 창시자로 체코 국민들의 숭상을 받아온 스메타나는 민족정신이 강하게 스며든 애국적인 작품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고식적인 민족감정들로 차있는 것이 아니라 위대한 영감과 낭만적인 감성으로 가득 찬 예술성이 높은 작품들을 많이 작곡했다.

스메타나는 보헤미아 지방에서 맥주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그는 김나지움을 졸업하자 음악가가 되길 원했으나 그의 아버지의 심한 반대에 부딪히게 되었다. 스스로 경제적 자활을 하겠다는 각서를 쓴 그는 프라하로 진출해 프로크슈로부터 작곡과 피아노를 연마하게 된다.

1848년, 그의 나이 24세 때 당시 체코를 지배하고 있던 오스트리아에 저항해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혁명적 봉기가 일어났다. 이때 그는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자유의 노래' 등을 작곡해 국민들로부터 찬사와 격려를 받게 된다. 그러나 혁명은 실패로 돌아갔고 그 후 체코에 대한 억압은 더 심해졌다. 이후 1856년 스웨덴 예테보리음악협회의 지휘자로 초대받은 그는 그곳에서 5년 동안 명성을 쌓는다. 이후 스메타나는 50세가 되던 해 귓병을 앓게 되면서 서서히 청각을 상실하게 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마침내 최고의 걸작 `나의 조국'을 작곡한다. 하지만 6년 후에는 정신이상증이 발병하면서 병세가 악화되어 결국 1884년 세상을 떠난다.

`나의 조국'은 체코의 자연, 전설 및 역사를 칭송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체코의 음악문화를 세계적으로 드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 처음에는 제1곡 `비세라드', 제2곡 `몰다우', 제3곡 `샤르카'의 3부작으로 완성할 계획이었으나 작품이 진행되면서 조국에 대한 사랑이 더욱 용솟음치면서 3곡을 추가해 전 6곡의 교향시를 완성하게 된다.

제1곡 `비세라드' _ 프라하로 흐르는 몰다우 강변에는 비세라드라는 고성이 우뚝 서 있다. 전설적인 음유시인 루미일이 연주하는 하프소리가 마음 속에서 울리면서 비세라드의 성쇄를 회상하고 있다. 한때 찬란한 영화를 누리던 이 성은 적의 공격을 받아 격전장이 되었고 지금은 폐허가 되어버린 황량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제2곡 `몰다우' _ 스메타나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할 뿐 아니라 다른 교향시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 중 하나이다. 우리들 마음 속에 깊이 파고드는 강렬한 호소력이 있는 곡이다. 프라하를 관통하는 몰다우를 묘사한 음악으로 두 줄기의 몰다우는 연안의 절벽에 부딪히고 햇빛이 반사되면서 유유히 흘러내린다. 하류로 흐르면서 강줄기는 합해져 더욱 거대해지고 강 언저리에서는 사냥 나팔소리가 들린다. 농민들의 춤과 농악이 흥겹게 울려 나오기도 한다. 그 물줄기가 바위에 부딪히면서 고히 잠든 옛 성 비세라드를 구비 돌아간다.

제3곡 `샤르카' _ 보헤미아 낭자군을 이끄는 여장부 샤르카는 연인에게 당한 실연의 쓰라림을 안고 모든 남자들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이 이야기는 남자 기사단과 전투에서 전승을 거둔다는 영웅적인 전설이다. 기사는 첼로, 샤르카는 클라리넷으로 묘사하고 있다.

제4곡 `보헤미아의 숲과 평원에서' _ 한없이 펼쳐진 지평선으로 이어지는 보헤미아의 들녘에서 시인은 조국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는다. 속삭이는 듯 미풍이 자작나무 숲 속을 스쳐지나가고 멀리서 마을 사람들의 축제가 울려 퍼진다.

제5곡 `타보르' _ 체코의 종교 개혁가 `후쓰(Huss)'가 벌인 종교개혁운동에 가담했던 교도들이 국왕과 용감하게 싸웠던 고사를 묘사하고 있다.

제6곡 `블라니크' _ `블라니크'라는 산은 종교개혁가 후쓰 교도들이 진지를 구축했던 곳이다.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 싸여 있는 이곳에서 목동들의 피리소리가 평화롭게 들려온다. 하지만 이 평화는 적의 습격으로 깨지면서 잠들고 있던 타보르 용사들이 분기해 조국 보헤미아를 구한다는 이야기다. 마지막에 제1곡 비세라드 주제가 세차게 울리면서 장엄하게 막을 내린다.

■들어볼만한 음반 : 라파엘 쿠벨릭(지휘), 보스턴 심포니(DG, 1971); 카를 안체른(지휘), 체코 필하모닉(수프라폰 1963); 바츨라프 노이만(지휘), 체코 필하모닉(수프라폰 1990); 조지 셀(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CBS, 1968)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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