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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한라산 등반기
서울시의사산악회, 한라산 등반기
  • 의사신문
  • 승인 2013.04.01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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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근아 <강동·고근아내과의원장>

고근아 원장
겨울과 봄을 품고 있던 한라…백록담 지나쳐 아쉬워

이번 산행은 한라산이다.

언젠가 가고 싶었던 산이고, 비행기를 타고 가서 산행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가슴이 설렌다.

올해에 하고 싶은 일중에 한 가지는, 가보지 못했던 새로운 산을 몇 개 가야겠다고 정했는데 그 중에 한라산도 포함되어 있다.

`서의산'은 2013년에 전주 모악산에서 시산제를 지내고 광교-청계산 종주 후 한라산이 세 번째 산행이다.

수요일 오후부터 짐을 싸기 시작했다. 지난번 어느 겨울산행에서 아이젠을 안 갖고 가서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한라산은 날씨 변동이 심하다고 하니 옷 준비부터 꼼꼼히 챙기고 핸드폰 배터리, 충전기, 비상식량도 챙겼다.

드디어 토요일이 되었다. 진료를 하면서 자꾸 벽에 걸린 시계를 보게 된다.

어딘가 떠난다는 기대감으로 시간을 보내고, 3시에 병원을 출발했다. 공항철도가 생겨 김포공항까지 1시간 남짓 걸렸다. 지하철 역사는 깨끗하고, 곧바로 김포공항으로 연결되니 우리나라도 선진국가가 되었구나 싶었다.

공항라운지에 도착하니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늘 출발은 26명이다. 한라산 정상팀은 12명, 영실로 가는 팀은 12명, 2명은 올레팀이다. 정상팀에는 총무님과 이재일 전회장님, 서윤석 고문님 등이 계셨다.

비행기 창가에서 멀리 한라산이 보인다. 우리가 가야 할 곳이다. 공항에 내리니 소형 리무진버스 2대가 기다리고 있다.

제주도가 고향인 선배님의 소개로 음식점에서 약간의 반주와 푸짐한 저녁식사를 할 수 있었다. 내일의 등반과 함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주인이 직접 바다에서 잡았다는 참돔과 흑돔, 갈치조림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 시간은 점점 무르익어갔다.

연 대장님이 고생하여 마련한 콘도에서 짐정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새벽2시경에 간신히 잠이 들었다.

새벽 5시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분주히 배낭을 꾸리고 아침식사는 컵라면에 날계란을 얹어 먹고는 6시 넘어 콘도를 출발.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직도 어두운 새벽에 수많은 대형버스와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시계를 보니 6시48분이다. 시작할 때는 캄캄했는데 오르다보니 날이 밝아온다. 몇 일 전에 비가 왔다더니 등산로에 눈이 많이 녹아 돌이 보이는 곳도 있었다.

속밭 대피소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힘든 코스가 아니라는데 다리가 무겁고 발목이 영 시원치 않다. 어제 과음하신 J선생님은 힘든 내색이 전혀 없는 것이 체력이 대단하시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한 시간 이상 가야하는데, 중간에 사라오름을 들리면 30분정도 더 걸린다고 한다. 망설여지는 것도 잠시,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들렸다가 가기로 하고 오름을 올라갔다.

사라오름의 연못이 꽁꽁 얼어 걸어 다니는 사람도 있다. 불과 몇m 올라갔는데 느끼는 체감온도가 완전히 다르다. 전망대에 올라가니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안개까지 있어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는다.

사라오름에서 내려오니 2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진달래 대피소까지 가는 길은 점점 경사가 심해지고 배는 왜 그렇게 고픈지 속이 쓰리기도 하다.

9시40분에 도착한 대피소에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어디 앉을 곳도 없다. 라면과 기타 음료수를 판다고 쓰여 있어서 컵라면을 사먹었다.

아침보다 훨씬 맛있고 온몸이 따뜻하고 이제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어쩌다 후미가 되었는지 선두로 갈 때 보다 훨씬 힘들다.

올라가다 보니 Y선생님이 안 오신다. 아까부터 무척 힘들어 하셨는데 걱정이 된다. 우리팀은 다 올라가고 내가 후미인데 혹시 성판악 쪽으로 되돌아 내려가신 것은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드는데 멀리서 올라 오시는게 보인다. 휴∼ 다행이다.

이제부터는 경사가 더 심하다고 하는데 위에서 내려오는 사람들 모습을 보니 희한하다. 나무에 피는 상고대처럼 모자·옷·장갑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하얗게 되었다. 적당히 추운데 바람은 매섭다. 어느덧 내 장갑도 하얗게 되어있다.

정상에 오르긴 했는데 나를 포함해서 3명이 앞 팀과 얼마 떨어진지도 모르겠고 춥기도 하고 주변이 희미해서 사진도 못 찍고 관음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때가 오전 11시30분이다.

관음사쪽은 내리막이 심하다. 뒤늦게 사진 챙기랴 부지런히 내려오다 보니 우리 일행이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휴∼이제야 팀에 합류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어제 저녁에 총무님이 나눠준 1회용 등산 식량은 줄을 쭉 잡아당기고 20분 기다리면 뜨거운 짜장밥, 카레라이스가 된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내려오니 이제부터 여유만만이다. 1시간 가량 내려오다 보니 눈도 다 녹아있고, 높다란 나무 숲 사이를 내려가는데, 여기는 완전 봄날이다. 내 머리엔 털모자가 얹혀있고 정말 너무 덮다. 온몸이 땀으로 젖는다.

관음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오후 2시45분이다. 옷 갈아입기도 귀찮다. 빨리 내려가서 해수탕에 가고 싶다. 내려와서 곰곰스레 생각해보니, 아차! 백록담을 못 보았다.

한라산을 넘었는데 백록담을 못봤던거다. `백록담이 어디 있었지?' 정상에서는 너무나도 세차게 불어대는 칼바람에 넋이 나가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서둘러 관음사 쪽으로 내려오느라 백록담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

아! 백록담.

사실 구름 속에 갖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씽씽 불어대는 칼바람에 몸을 가눌 수도 없이 너무 춥고, 앞에 간 팀원과 빨리 만나야 한다는 생각으로 꽉 차있어 백록담 생각은 저 구석에서 꺼내보지도 못했던거다.

버스에 앉으니 `영실팀은 어떻게 잘 했을까?' 궁금해진다. 총무님이 영실팀 누구와도 전화 연락이 안 된다고 걱정을 하신다. `무슨일이 생긴것일까?' 얼마 후 드디어 통화가 되었는데 그쪽에는 느닷없이 폭우가 와서 빨리 하산한 두 명을 제외하고 모두가 푹 젖었다고 하여 깜짝 놀랐다. 얼마나 멀리 있다고 거긴 비가 왔다고? 영실팀과는 식당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해수탕으로 갔다.

이호해수욕장 옆에 위치한 `해미안'이라는 해수탕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산행에서의 땀과 피로를 떠나보내고, `흑돈가'라는 식당으로 이동, 제주도의 명물인 흑돼지 구이를 먹었다. 8시간 산행 후 먹는 저녁식사는 정말 꿀맛이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오늘 산행은 올라갈 때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다음에 다시오면 그 때는 꼭 `백록담'을 봐야지!

회장님 이하 이 모든 준비를 해주신 연대장님과 총무님, 같이 가신 회원님들 모두모두 사랑합니다. 다음 산행은 3월 둘째주에 대의산 답사산행을 간다는데, 벌써 기다려진다.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고근아 <강동·고근아내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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