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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성모 애가〉작품 621
비발디〈성모 애가〉작품 621
  • 의사신문
  • 승인 2013.03.1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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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12〉

원래〈성모 애가〉는 1306년 사망한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야코보 다 토디가 쓴 7개의 라틴 찬송시 중 하나인 stabat mater dolorosa이다. 예수의 십자가 처형 사건으로 인한 마리아의 고통을 노래한 종교시로서 아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것을 바라보는 성모의 고통을 노래한 것이다. 15세기 이후 미사에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이 시가 점점 많은 이들의 입에 전해졌고 트렌트 종교회의(1543∼63년)에서 이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지만, 1727년 교황 베네딕트 8세가 성모통고 기념일이나 성금요일의 공식적인 성가로 인정하게 된다.

정작 성서에는 십자가 아래 성모의 고통을 묘사하는 장면이 전혀 없다. 마태오, 마르코, 루가의 복음서에서는 `또 여자들도 먼데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들 가운데는 막달라 마리아, 작은 야고보와 요셉의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살로메가 있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 따라 다니며 예수께 시중들던 여자들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특이하게 요한복음에서만 `당신의 어머니와 그 곁에 서 있는 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먼저 어머니에게 “어머니 이 사람이 당신의 아들입니다” 하시고 그 제자에게는 “이 분이 네 어머니시다”하고 말씀하셨다'라는 정도의 언급이 있을 뿐이다.

이 시가 성모의 고통을 노래하고는 있으나 그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예수의 희생과 구원을 믿는다는 것을 주제로 하고 있다. 고통은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것이다. 신성을 강조하는 종교의 교리에 대한 신자들의 이해를 돕고 현실과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인간적인' 시가 필요했을 것이다. 신학 논리의 정서적 거리감을 인간의 감정에 기대어 좁혀나가는 것이다. 신성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고통이라는 솔직한 모습으로-라는 면에서 이 시의 매력이 있는 것이고, 수많은 작곡가들에 의해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비발디는 베네치아에서 상 마르코 극장 바이올리니스트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처음 바이올린을 가르친 사람도 그의 아버지였다. 15세 때 삭발하고 하급성직자가 된 그는 25세 때 서품을 받아 사제가 되었다. 그러나 지병인 천식과 악상이 떠오르면 미사 중에도 작곡을 하는 등 미사를 수행하기 어려워 오스페달로 델라 피에타 여자고아원의 신부로 전출된다. 그곳에서도 그는 미사곡, 모테토, 오라토리오 등 교회를 위한 수많은 종교음악을 초인적인 힘으로 작곡하였다. 그는 작곡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기도서와 염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쓴 많은 악보들 첫머리에는 LDBMDA(축복받은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며 아멘) 글이 적혀 있는 것으로 봐서 그의 신앙심이 결코 가볍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비발디가 두 달 동안 작곡한 이 곡은 그의 사망 후에도 많은 인기를 얻었고 스카를라티와 바흐에 의해서도 편곡이 이뤄졌다. 이 곡은 원래 남자 카운터테너와 남자 알토 그리고 오케스트라 부분으로 작곡 되었으나 지금은 남녀 구분 없이 파트를 담당하여 연주된다. 성모 마리아의 관점에서 보는 어둡고 슬픈 수난곡으로 어머니는 위로받지 못하고 신음하는 아들의 영혼이 못이 깊이 박힌 채 매달려 있는 십자가 옆에 비통해하며 서 있다. 여기 어머니는 성모이시지만 우리의 어머니일 수도 있다.

△제1곡 Largo 비탄에 잠긴 어머니 서계시네 △제2곡 Adagissimo 탄식하는 어머니의 마음 △제3곡 Andante 오, 그토록 고통하며 상처 입은 그 여인 △제4곡 Largo 울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제5곡 Adagissimo 슬퍼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제6곡 Andante 자기 백성의 죄들을 위하여 △제7곡 Largo 아, 어머니, 사랑의 샘이여 △제8곡 Lento 나의 심장을 타오르게 하소서 △제9곡 Allegro 아멘

■들을만한 음반: 미셀 코르보즈(지휘), 로잔 쳄버 오케스트라[Erato, 1976]; 안드레아스 숄(카운트테너), 키아라 반치니(지휘), 앙상블415[Harmonia mundi, 1995]; 제임스 바우만(카운트테너),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L'Oiseau-lyre, 1976]; 데이비드 다니엘스(카운트테너), 파비오 비온디(지휘), 유로파 갈란테(Vergin, 2002); 사라 밍가르도(콘트랄토), 리날도 알렉산드리니(지휘),콘체르토 이탈리아노(Naive, 2002)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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