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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첼로협주곡 A단조 작품 129
슈만 첼로협주곡 A단조 작품 129
  • 의사신문
  • 승인 2013.03.0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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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10〉

이 협주곡은 철저한 낭만주의자인 슈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는 걸작으로 모든 협주곡 중에서 가장 시적이고 사색적인 작품 중 하나다. 슈만은 어렸을 때 첼로를 배운 적이 있고 많은 첼리스트들과 교류하면서 첼로가 지닌 시적이고 애수에 찬 열정적인 기질을 이해하고 있었다. 렘브란트가 캔버스에 대작을 그리기 전 데생 등으로 여러 습작을 그리는 것처럼 슈만은 이 작품을 쓰기 1년 전 많은 첼로 소품을 작곡하여 대작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슈만이 세상을 떠나기 3년 전인 1850년 뒤셀도르프에서 작곡하여 6일 만에 스케치를 끝내고 8일 후 완성한 이 첼로협주곡은 어둡고 짙은 낭만적 정서가 그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그의 부인 클라라는 그가 심한 환각 증세에 시달리다 깨어나면 고통 속에서 이 곡을 완성하려 애를 썼는데 마치 환청과 환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위처럼 보였다고 회상하였다. 마치 빈센트 반 고흐가 만년에 정신질환으로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그린 유화들처럼…

`나는 거장을 위해 협주곡을 작곡하지는 않는다.'고 장담했던 슈만은 어떤 협주곡도 그저 편안하고 즐겁거나 어떤 독주자의 기교 과시를 위해 작곡하지 않았다. 이 첼로협주곡도 `연주 기교'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사색하는 듯 낭만적인 내적 성찰로 승화되어 있다. 독주 악기로서 결코 첼로만 혼자 뛰어나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독주와 관현악이 일체가 되어 오케스트라와 자연스럽게 융합되면서 그지없이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시적 감흥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에서는 관현악을 극히 간소화시키고 첼로의 독주부가 균형을 취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전적인 협주곡처럼 독주와 관현악이 대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첼로가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의 역할을 한다. 여기에 바로 이 협주곡의 특징과 연주상의 어려움이 있다.

이 첼로협주곡은 후대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곡 자체는 `빠르고-느리고-빠른'의 전형적인 3악장의 고전주의 양식이지만 악장간의 휴식이 없는 순환 형식으로 마치 리스트의 교향시와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제2악장에서 작곡가의 심리적 이중성을 협주곡의 내용에서 부상시키면서 독일 낭만주의 진수를 투영하고 있는 한편 제3악장에서는 고전 소나타 형식에 서정적이고 격정적인 성격을 접목하여 훗날의 표제음악을 예고하고 있다.

슈만은 낭만주의 작가인 장 파울에게 깊이 심취하여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친구에게 “만약 모든 사람이 장 파울을 읽었다면 우리는 보다 좋아졌겠지만 동시에 더 불행해졌을지도 몰라. 장 파울은 때때로 내 마음을 어둡게 만들지만, 그러나 평화의 무지개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니는 힘이 달콤한 눈물을 머금게 만들고, 우리는 시련이 놀라울 정도로 순화되어 평탄해짐을 깨닫는다.”고 글을 썼다. 이 작품에서도 그의 이런 감정들이 스미어 나오고 있다.

이 곡은 3악장으로 되어있으나 서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이루어 중단하지 않고 단일 악장 형식으로 연주된다. △제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Nicht zu schnell) 현과 목관악기의 도입부를 지나 독주 첼로가 긴 제1주제를 연주한다. 리듬과 선율의 대조가 없이 모두 서정적이다. 첼리스트 카잘스는 이 악장에 대해 전자는 고통 속에서 외치는 절규이고 후자는 위로받을 수 없는 애통함이라고 했다. △제2악장 느긋하게(Langsam-Etwas lebhafter schneller grazioso) 첼로 곡 중에서 가장 슬픈 곡 중 하나인 짧은 악장으로 시적인 로망스가 충만하여 작곡가 자신이 `표현적으로'를 강조할 정도로 아련히 시작하는 첼로 독주는 관현악의 첼로와 동행하면서 향기로운 낭만주의 색채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제3악장 매우 발랄하게(Sehr lebhaft) 행진곡풍으로 단호하고 확신에 찬 제1주제가 오케스트라와 독주 첼로의 대화 형식으로 제시된다. 잠시 후 풍부한 감정의 제2주제가 나타나면서 제1주제와 뚜렷한 대조를 이루게 된다. 발전과 재현을 지나 코다를 거쳐 힘찬 오케스트라와 함께 첼로는 빠른 프레이즈로 밝게 끝난다.

■들을만한 음반: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제나디 로제스트벤스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60]; 야노시 스타커(첼로), 스타니슬라브 스코로바체프스키(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Mercury, 1991]; 자크 뒤프레(첼로),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뉴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EMI, 1968]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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