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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雪上加霜)
설상가상(雪上加霜)
  • 의사신문
  • 승인 2013.01.2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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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대한병원협회장

김윤수 대한병원협회장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있다. 낮은 보험수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들에게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올린 정부의 처사가 바로 그러한 말에 가장 적합한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올라 병원들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얻어낸 2013년도 건강보험수가 인상분을 그대로 토해 낼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면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적정성을 기하고,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처음 시행될 당시 적지않은 불이익을 감수하며 신용카드 사용을 수용한 병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저 누르면 들어가고 만다'는 의료기관들에 대한 정부의 왜곡된 시각이 조금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한번 분명히 밝혀 둘 것은 병원들이 신용카드 사용을 수용할 때 국민건강을 위한 공익성을 인정하고, 정부정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최저 수준의 수수료율을 수용했음을 정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신용카드 회사들로서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지 모르지만 병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진료비를 신용카드로 받는 것이 병원경영에 큰 부담에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았기에 처음 얼마 동안 적지않은 저항을 했었다. 그러나 이를 수용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바로 국민들의 편의를 생각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정부정책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부는 정부정책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의료기관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신용카드 가맹점의 의견만을 받아들여 이들이 책정한 수수료 기준에 따라 병원들까지 싸잡아 일률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의료기관들의 수수료율이 크게 올라가게 됐고 그로인해 병원들은 경영에 심각한 악영향을 우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정부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조정한 데는 먼저 체계상의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의료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의료는 공공성이 강한 필수공익사업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비는 건강보험수가로서 국가에서 가격을 통제하고 있어 다른 업종과 달리 인상된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진료비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는 특성이 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이번 조치로 인상되는 수수료는 모두 의료기관의 부담으로 작용을 하게 되어 수가 통제를 받고 있는 병원들의 경우 경영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덧붙일 것은 의료기관들의 경우 매년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수가 조정으로 경영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이번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책정하는 절차나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절차상의 문제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가맹점과의 계약 형태로 책정되어지는 것인데도 이번에 개편된 내용은 가맹점 단체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이루어짐으로써 중대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카드사가 공익성을 고려하여 최저 수수료를 적용한 의료기관의 경우 새로운 수수료 체계의 적용 등에 대해 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의 충분한 사전 논의절차가 생략된 문제가 있다.

두 번째는 내용상의 문제로서 신용카드사의 비용절감 등 자구 노력없이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다른 가맹점에게 전가하려는 것은 불합리할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대손비용 및 광고선전비 등 수수료율을 책정 부담기준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병원들에 대해서는 의료의 공익성이나 특수성을 감안해 수수료율을 적용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기회있을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의료기관들의 경우 국가정책과 법령에 따라 획일적인 가격통제를 받고 있는 만큼 카드수수료율이 증가하더라도 의료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의료비를 조정할 수 없다는 점이 반드시 감안됐어야 했었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이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은 이미 시행되어 `물 건너간 격'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다시 개편을 해서라도 최저 수수료를 적용하고, 아울러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건강보험수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료계 전체의 의견은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이 한 의료단체의 장을 맡고 있는 나의 주장이기도 하다.

김윤수 <대한병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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