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도 첨단 미세수술 로봇시대 도래
로봇의학의 미래
김영수<한양의대 교수, 지능형수술센터 소장>
내시경, 영상유도로봇방식 두종류 분류
기존수술법 혁신할 나노, 세포로봇 등장
로봇은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며 언제나 원하는 대로 프로그램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인간이 만든 놀라운 발명품이다. 공학적 개념에서 로봇은 다양한 기술이 융합된 현대 문명의 산물이며 산업과 문화 전반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최근에는 서비스 개념이 내포된 가정용, 오락용 로봇이 개발돼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의학 분야에서 로봇의 이용이 활성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학 분야에서 사용가능한 로봇은 진단 로봇, 수술 로봇, 간호 로봇, 그리고 수술실 및 병실을 운영하는 인공지능을 가진 자동화 시스템 로봇 등이 있다. 이중에 저자가 현재 속한 차세대 지능형 수술 시스템 개발 센터에서는 수술 로봇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술 로봇은 로봇이 스스로 수술을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이는 수술시 여러 가지 다양하고 역동적인 수술현장의 변화를 로봇의 인공지능의 판단에 맡길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의사의 수술을 보조하거나 의사의 명령을 수행하는 로봇의 개발이 이뤄져 왔다.
궁극적으로 의사들이 수술시 왜 로봇을 이용하고자 하였는지를 살펴보면, 1990년대 의사들은 수술시 환자에게 가능한 적은 손상을 가하며, 단시간 내에 최대 치료 효과를 얻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미세침습수술이 전 외과 분야에 경쟁적으로 도입됐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내시경수술이다. 내시경수술은 현재 일반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및 신경외과의 전 외과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그러나 내시경의 수술동작을 하는 기구의 자유도의 문제가 의사로 하여금 많은 훈련기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수술의 종류에 따라 더 힘든 작업으로 한계를 보였다.
본격적인 의료 로봇 시대를 연 것은 1980년대 후반 고관절 수술에 이용되는 `로보닥'(ROBODOC)이다. 그 뒤를 이어 수술시 내시경을 자동으로 조작하는 `AESOP'시스템과 ZEUS, 다빈치 시스템이 등장하였다. 다빈치 시스템은 내시경 수술이나 로봇의 손에 해당되는 부위가 정교하게 움직여서 의사가 손쉽게 수술을 하게 도와준다. 같은 의료용 로봇이라도 이용방법에 따라 두 종류로 분류된다. 그중 하나는 다빈치 시스템처럼 흉곽이나 복강 내에 내시경을 삽입한 뒤 집도의가 수술 환부를 직접 보면서 주로봇을 통해 종로봇을 움직이는 내시경유도로봇 방식이다. 또 다른 방식으로 수술 전과 수술 중 환부를 CT나 MRI, 방사선 투시 영상을 본 집도의가 수술 계획과 명령을 컴퓨터에 내리면 로봇이 예정된 수술을 수행하는 영상유도로봇이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로봇은 신경외과에 도입돼 사용되면서 크게 발전하게 된다. 대표적인 로봇으로 `뉴로매이트'(Neuromate)가 꼽힌다. 정형외과 분야에서 인공관절 수술시 이용하는 `로보닥'도 같은 방식이다. 이들 로봇은 대개 의사의 명령에 따라 수술의 일부 과정을 도우는 수술 보조 로봇에 해당된다. 이밖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영상유도로봇으로 방사선 수술에 쓰이는 `사이버나이프'(CyberKnife)가 있다. 수술 전 환부를 촬영한 영상을 보고 의사가 방사선 조사 부위를 정하면 정확히 그 부분에만 방사선을 쏴주기 때문에 임상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
현재까지 일어나고 있는 수술에서의 변화는 그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등장하게 될 수술과 관련된 로봇들은 과연 어떠한 방향으로 진화될 것인가? 필자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의 로봇은 현재까지의 수술의 패러다임 전체를 바꿔 놓을 정도로 획기적인 것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미세 침습 수술을 뛰어 넘어 환자에게 어떠한 상해도 입히지 않고 환부까지 접근하여 수술을 할 수 있는 로봇의 등장하게 될 것이다. 나노로봇(Nano-Robot)이나 세포로봇(CellBot)이 이들의 예가 될 수 있다. 나노로봇이란 10억분의 1m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만들어지게 될 초소형 로봇을 의미하는데, 그 크기는 사람의 혈관 속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을 정도다. 백혈구보다 더 작은 나노로봇은 미니 잠수함처럼 혈관 속을 돌아다니며 유해한 바이러스나 암세포를 제거하고, 환부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어 환자에게 상해를 주지 않고 수술을 할 수 있게 한다. 수술 분야 외에도 필요한 약물을 상처 부위로 운반해 치료하고, 혈관 속을 여행하면서 혈관 벽의 콜레스테롤 찌꺼기를 찾아내 분해하기도 하며, 뇌에 들어가 뇌의 고해상도 지도를 만드는 데 이용할 수도 있다. 세포로봇은 나노로봇이 더 진화한 행태로 복잡한 수술이나 치료를 요할 때 이용될 수 있다. 단순한 기능을 가진 하나의 나노로봇으로는 그 역할을 수행하기 힘들 때 여러 개의 나노로봇이 체내로 들어가 환부에서 하나의 개체로 합체하거나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나노로봇과 세포로봇은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수술 발전 방향이 절개의 정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때, 적절한 발전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현재에는 의사의 수술을 흉내 내면서 단순작업을 시행하는 로봇이 개발되어 사용되지만 미래에는 첨단 미세 수술 로봇 시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