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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메시지 - 이철 연세의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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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사신문
  • 승인 2013.01.0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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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과 나눔정신 바탕 의료입국 선도

이철 의료원장
사랑하는 교직원 여러분, 2013년, 우리 세브란스가 개척해 나갈 새해가 시작됩니다.

지난 한 해 교직원 여러분 참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We all together’ ‘우리 모두 함께’라는 구호 아래 우리 모두가 하나 되어 세브란스의 128년 역사에 많은 자랑꺼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국가고객만족도조사(NCSI)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지식경제부 주관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에서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 중 세브란스 인지도가 10계단이나 상승한 47위에 오른 것도 우리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해외 진출 노력이 결실을 맺어 중국에 ‘이싱 세브란스 VIP건진센터’를 착공했고, 블라디보스톡의 러시아 정부 설립 극동연방대학과도 진료와 환자송출에서 연구를 망라하는 MOU를 체결했습니다. 일천만 달러 규모의 베트남 국가의료정보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참여도 확정되어 병원 수출에 청신호를 밝혔습니다.

또 KT와 합작으로 ‘HooH Healthcare'를 설립하여 의료와 ICT를 접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섰습니다. 의료기관 첫 특허박람회인 제1회 세브란스 Patent Fair를 통해 우리의 650개의 특허를 시장에 소개하는 등 백년을 선도할 연구 산업화의 첫 장을 펼쳤습니다.

존경하는 교직원 여러분,
이러한 성취에 자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려워지는 여건에 대한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남유럽에서 시작된 세계경제 위기는 이제 특정 지역이 아닌 글로벌 이슈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기업으로 하여금 비상경영, 절약경영에 돌입하게 하고 의료계, 그리고 우리 의료원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정부의 의료정책 또한 의료원 경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MRI, PET 등 영상 수가 대폭 인하, 선택진료비 감소가 이미 큰 여파를 미치고 있고, 올 7월에는 상급종합병원까지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될 예정입니다. 대학의 반값등록금 정책도 가시화될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 악화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의료원 개원 이래 최대의 투자를 해야 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암병원과 ABMRC, 용인동백세브란스병원의 건축비에 더하여 오는 상반기에 문을 여는 ABMRC의 막대한 운영비도 마련해야 합니다. 수입 감소가 분명한 상황에서도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급선무는 지출을 줄이는 것입니다. 세브란스 새 병원을 짓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던 때가 있었습니다. 뇌파검사용지를 이면지로 사용하고 물을 아끼기 위하여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기도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생각과 태도의 일대변화를 이루어내야 합니다.

세브란스씨의 동업자, 스텐다드 오일의 창업자 존 데이비슨 록펠러는 “초심 (初心)을 잃지 않는 자는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록펠러의 말처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세브란스의 초심(初心)을 회복하고, 이겨낼 힘을 얻어야 합니다.

이역만리 조선 땅으로 건너와 광혜원․제중원을 세운 알렌 의료선교사, 제중원 운영권을 받아 세브란스의 기틀을 세운 에비슨 박사, 그리고 이름조차 생소했던 조선을 위해 자신의 재산을 기부했던 세브란스 씨, 그들은 당시 어떤 마음으로 기도를 했을까요?

조선 땅에 자신들이 세우고 기부한 병원이 한 사람이라도 더 병을 낫게 하고 소중한 생명을 살려 하나님의 영광을 온 세상에 나타내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그들의 간절한 기도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의료원의 미션에 담겨 있습니다.

미션 실천을 통한 근본에 충실하는 것(Back to the basic)이 돌파구입니다. 저는 미션과 비전을 구체적으로 개념화하기 위하여 4G(Great, Growth, Global, Glory)를 설정하였습니다.

첫째, 'Great Severance'의 궁극적인 목표는 'Medical No. 1'을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암병원, ABMRC, 용인동백병원이 건축 중이며, 송도국제병원, 의과대학과 제중학사 신축, 치과대 증축도 추진 될 것입니다. 올해 개원 30주년을 맞는 강남세브란스병원도 교수연구동 신축공사 마무리를 계기로 Great Severance의 중요한 한 축을 맡게 됩니다.

아울러 Center of Excellence 확산과 암병원의 팀 중심 진료를 통해 생존율을 포함한 모든 지표에서 아시아 The Best로 만드는 것도 Great Severance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Center for Innovation을 추진하는 목적은 지금보다 조금 더 좋은 세브란스가 되는 데에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의 핵심가치인 진료의 수월성은 물론이고, 고객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서비스경영과,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산업화전략, 기업과 견주어 손색없는 브랜드 가치 상승 등 모든 분야에서 다른 병원에서 따라잡기 힘들만큼 탁월해야 하며, 여기에 우리의 절실한 목적이 있습니다.

둘째, Growth는 세브란스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의료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워내는 선도자 역할에 그 목표가 있습니다.

과거 우수한 인재가 공과대학에 몰려들어 공업입국을 만들어 내고, 전자, IT, 조선, 핸드폰, 자동차부문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최우수 인재가 의학계통에 몰려들고 있는 지금은, 의료입국을 통해 우리나라를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도약시켜야 할 시점입니다.

우리는 제중원에서 시작한 임상과 연구의 경험에 ABMRC 완공으로 갖춰질 최고의 인프라를 더하여 기초와 임상연구가 산업체와 팀을 이루는 open innovation과 team research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국내 502건, 국제 155건 등 657건에 이릅니다. 이는 국내 대학병원 중 1위일 뿐 아니라, 미국 스탠포드대학병원이나 일본 도쿄대학병원보다도 더 많은 것입니다. 이러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개최해 의료계 안팎에서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제1회 Severance Patent Fair는 우리의 역량을 보여준, 연구 산업화의 아이콘과 같은 이벤트였습니다.

셋째, Global Severance는 세브란스가 설립될 때부터 운명처럼 정해져 있는 사명입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인종과 성별, 종교와 이념을 모두 뛰어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128년 전 미국의 의료선교사들이 그러했듯이 이제는 우리가 제2, 제3의 세브란스를 세워야 합니다. 세계의료선교사상 최고의 성공작이란 평가를 받는 우리 세브란스는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첨단장비와 인재교육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대한민국 국민이 더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왔습니다. 우리의 Global은 일반 기업과 달리 우리의 미션에 따라 세브란스의 모델을 해외에 전파하고 나누기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Glory의 중심은 사람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새로운 사업이나 과제를 추구하다 보면 기존에 해오던 고유한 핵심분야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난해 중점 과제로 선정했던 Patient Experience는 하나님의 사랑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모든 병원의 설립목적은 질병 치료에 있지만 세브란스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진료한다는, 다른 병원과 차별화되는 목적이 있습니다.

환자는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진 피조물이며, 생명은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언제나 환자의 편에서 아픔을 공유하고 최선의 치료 방법을 찾아 준다는 것이 세브란스가 추구하는 Patient Experience의 핵심 정신입니다.

지난 수년 동안 우리나라의 대형병원들은 돈만 아는 곳, 의료전달체계 왜곡의 주범, 건강보험재정 파탄의 주범으로 매도되어 왔습니다. 우리가 이바지한 기여가 인정받지 못한 이면에는 우리의 진정성을 국민에게 전달하지 못한 소통의 부재가 있었습니다.

이제 일관되고 확고한 세브란스만의 정체성과 진정성을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Experience Marketing 즉, 진정성 체험 마케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 우리는 지난해 Patient Experience를 도입하기 위하여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방문보고회, 고객경험 제안 공모전, 전문가 특강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특히 병동으로 찾아가는 원무 매니저 신설 등 기존의 틀을 깨는 원무행정의 혁신도 이루어졌습니다. 올해도 이 같은 혁신의 노력이 의료원 전체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진료예약에서부터 주차, 진찰, 검사, 수납 후 귀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환자 눈높이에 맞추는 Center for Innovation의 진정성을 국민과 함께 나누려 합니다.

세브란스의 128년 역사를 되짚어보면 한 마디로 받아온 시간입니다.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존재조차 몰랐던 먼 이국 사람들이었지만 세브란스 씨와 그 뜻을 같이 한 알렌, 에비슨의 노력과 그밖에도 이름 모를 수많은 기부자들의 나눔이 세브란스를 지금까지 키워온 바탕이 됐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세브란스는 상생을 위한 나눔의 기관이 되고자 합니다. 이미 2011년에 세브란스 10% 나눔 운동을 선포했고, 지난해에는 세브란스 1만 병상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규모의 경쟁을 자제하고, 전국의 많은 병-의원들과 손잡고 이들이 세브란스 수준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HooH Healthcare를 통해 우리의 OCS, EMR 시스템을 병의원들과 나누고, 교육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입니다. 강원도에도, 충청도에도, 제주도에도 그리고 중국이나 몽골, 아프리카에도 제2,제3의 세브란스가 계속 생겨나게 할 것입니다.

성경에 ‘한 알의 겨자씨’에 대한 비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발전을 위해 128년 전 심은 작디작은 겨자씨였던 세브란스가 이제 큰 나무로 자라 열매를 맺었습니다. 이제는 그 씨앗을 국내로, 해외로 넓게 퍼뜨려야 할 때입니다.

이 같이 하나의 씨앗이 숲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심은 나무 한 그루가 거대한 숲을 이루기 위해 올해 대중모금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여러분 이런 슬로건 들어 보셨습니까? ‘작지만 큰 시작, 나누는 기쁨, 더하는 사랑’ 지난해부터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대중모금 캠페인 슬로건입니다.

‘I am Severance’의 기부 마케팅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선한 목적에 공감하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 내려 합니다. 대중모금 캠페인은 우리가 지향하는 나누는 병원과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입니다. 지난 성탄절 우리 노사공익 기금에서 어려운 환자를 도와준 기사가 조선일보에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세브란스병원 크리스마스트리를 통한 소원카드 행사에 참여한 11살 소녀의 ‘마지막 수술’이라는 소원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뤄졌다는 기사였습니다. 나눔을 위한 재원을 우리의 힘만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의 동참으로 조성하는 것이 대중모금 캠페인의 취지입니다.

의료기관이 대중모금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경기불황 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미션을 가지고 진행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길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교직원 여러분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고 그리고 어느 분들보다 먼저 여러분들이 참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의료원의 주인은 첫째는 하나님이시고, 둘째는 바로 교직원 여러분입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라는 잠언 16장9절의 말씀처럼 하나님은 계획하고 예비하십니다.

지금껏 인도하신 하나님의 길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지금 이 자리에 계신 것도 하나님이 예비하고 계획하신 일입니다. 하나님이 계획하고 예비하신 일, 즉 우리의 미션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종이요 청지기입니다. 저는 의료원장으로서 청지기의 소임을 다하는데 최선을 다하겠 습니다. 교직원 여러분도 스스로 주인의 자리에서 생각하고 기도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오늘 주신 성경 말씀처럼 하나님의 소명을 감당하는 청지기로서 맡겨주신 선을 행하는 동안 피곤하고 낙심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 믿음의 선배이신 에비슨, 김명선 선생님도 이 성경 구절을 평생 암송하면서 우리 기관을 이끌어 오셨습니다. 그럼에도, 그 어렵고 울고 싶은 길을 가면서도 우리의 걸음을 인도하시어 이루어 주시는 하나님을 믿었습니다. 지난 128년처럼 세브란스가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하나님의 영광을 세상에 나타내도록 이루어 주실 것을 굳게 믿습니다.

시온의 영광이 빛나는 아침에 오래된 선지자 꿈꾸던 복을 우리 모두가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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