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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새로운 연비규정
미국의 새로운 연비규정
  • 의사신문
  • 승인 2009.05.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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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자동차 만들기 경쟁 본격 점화

앞으로 차들의 연비는 기록적으로 좋아질 전망이다.

차종에 따라 예외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미국은 2016년까지 자동차의 평균 연비를 ℓ당 1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지금보다 3분의 1 가량 줄이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9일 자동차 업체 대표들과 환경운동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 연비향상과 배기가스 배출 억제책을 발표했다. 자동차산업과 노조, 정부 등의 합의로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는 가스 배출을 억제하고 석유 수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규제책이다.

새로운 규제는 2012년 모델부터 적용되며 2016년까지는 차종별로 평균 연비를 갤런당 35.5마일(ℓ당 15.1㎞)로 향상시켜야 한다. 대부분의 승용차는 갤런당 39마일의 연비가 적용되며 경트럭은 갤런당 30마일로 연비를 높여야 한다. 배기가스 배출량도 2016년까지 3분의 1 가량을 줄여야 한다. 이 합의에 따라 “5년간 판매되는 차량이 수명을 다할 때까지 18억 배럴의 석유를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효과는 6년반 동안 1억7700만대의 차량을 줄이는 것과 맞먹는다고 한다.

이처럼 연비향상과 배출가스 억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차량의 개발이 선행돼야 하며 소비자는 차량 1대당 1300달러를 더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연료비 절감 효과를 통해 3년 안에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업체들은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나 오랜 협의 끝에 주요 외국 자동차업체들과 함께 새로운 규제책에 합의했다. 어려운 시기에 힘든 결정을 내린 것이다. 새로운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사실 그동안 미국 차들의 연비는 좋지 않다기보다는 나쁜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기술이 새로운 연비,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으며 일본은 이 기준을 훨씬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차 중에도 이 수준을 넘는 차들은 상당히 많다.

몇 년 안 남은 시간에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것이 발등의 불이나 마찬가지다. 푸조나 피아트같이 미국 시장에서 철수한 메이커들을 제외하고는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차량의 무게를 줄여야 하고 차를 간단하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며 엔진의 연비를 개선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쉽게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실제로 차를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NF소나타의 경우 현재의 연비는 11.5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30% 이상의 연비 절감을 만들어야 하는데 쉬운 일은 아니다.

기준연비 15km는 많은 변화를 예고한다. 나중에는 다시 10% 정도의 추가적인 연비절감을 일으켜야 한다. 엔진의 출력을 크게 떨어뜨리지 않고 연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모든 꼼수와 정공법이 다 동원될 것이 틀림없다. 저출력 상태에서 실린더의 일부만 사용한다든가 직분사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든가 오토매틱 변속기에서 폭스바겐의 DSG 같은 변속기를 채용한다던가 하는 방식들이 적극적으로 논의될 것이다. 마즈다2나 새로운 혼다 어코드에서 보는 것처럼 차량의 구조도 바뀔 것이고 불필요한 많은 것들은 최대한 제거하려고 할 것이 틀림없다. 사실 이렇게 해도 연비는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조금씩 좋아지는 것의 합이다. 개혁이 아니라 개선 더하기 개선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차들이 크게 바뀔 것이며 개선의 사이클은 빨라질 것이다. 개선은 다시 메이커간의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고 한동안은 변화가 예상된다.

협약적용을 유예하지 않는다면 2012년 이전에 변화된 모습의 차들이 나올 것이고 요즘의 신차보다 경제성이 더 좋을 것은 분명하다. 아울러 실내의 내장재나 불필요한 항목들은 메이커들의 자율 규제로 사라지리라 예상된다. 그러니 실용적인 목적으로 신차를 사는 것은 망설여질 따름이다. 분명히 더 경제적인 모드로 변할 것은 분명하다. 수출을 염두에 두고 차를 만드는 우리나라인지라 2012년이 되기 전부터 변화된 차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은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중고차 업체도 연비가 크게 차이가 난다면 판매고전이 예상된다.

미국이 룰을 바꾸어 새로운 자동차 만들기의 경쟁을 점화한 것이다. 이런 일은 과거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다. 1990년대 초 새로운 대기 정화장치의 부착 의무화는 비현실적인 조항이라고 메이커들이 크게 반발했다. 캘리포니아주부터 적용하기 시작한 배기가스 기준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차들은 이 기준을 많이 상회한다. 덕분에 예전보다 덜한 대기오염이 일어난다(그러나 차들은 많아졌다). 얼마 후에는 차량 안전기준이 강화되었다(덕분에 사고가 나도 덜 다친다). 비슷한 맥락으로 차들의 운영은 조금 더 경제적으로 될 것 같다.

필자가 과거에도 몇 번이나 적었던 것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더 잘 일어나며 요즘도 그런 시기인 것 같다. 차들의 설계는 예전의 몇몇 시기처럼 본질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기존의 디자인이 어떻게 변할지는 가봐야 알겠지만 정말 기대된다.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중고차를 신차로 자발적으로 바꿀 충분한 경제성이 나오는 것도 기대된다. 필자는 이 이슈를 여러 가지 차종을 비교하며 적어왔다.

아무튼 혁신적이고 경제적인 신차가 나온다면 그때는 필자 역시 새로운 차를 사겠다며 카탈로그를 뒤적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소비자로서는 많이 기대된다. 2∼3년 남은 기간 동안 좋은 조건의 차를 보더라도 새로운 차를 기대하며 참을지도 모른다. 나중에 혹시 실망하더라도 발표때까지는 상당히 재미있는 기간이 될 것 같다.

안윤호〈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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