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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가 첼로협주곡 E단조 작품번호 85
엘가 첼로협주곡 E단조 작품번호 85
  • 의사신문
  • 승인 2012.12.17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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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200〉

엘가의 `첼로협주곡'은 가을 황혼의 적막함과 쓸쓸함을 보여주는 음악이다. 아련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는 명상적인 작품이다. 영국 남부의 써섹스 지방의 도버해협을 마주보는 아주 한적한 곳에 위치한 그리고 엘가에게는 `브린크웰'이라 불리는 애칭을 가지고 있었던 오두막에서 1919년의 여름 이 첼로협주곡은 완성되었다.

1918년 엘가는 60세의 노인으로는 견디기 힘든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오자 그는 연필과 종이를 달라고 하여 멜로디를 적어 나갔다고 하는데 , 이것이 첼로협주곡의 첫 번째 테마가 된 것이다. 퇴원 후 부인과 그는 써섹스의 오두막으로 내려와 건강회복을 위해 은퇴 생활을 하면서 부인의 악보대필로 이 해에만도 3개의 실내악을 작곡하였다. 예전과는 전혀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곡들이 다음 해 봄 초연된 후 엘가는 첼로협주곡을 작곡하기 시작하였다. 이 첼로협주곡이 1919년 10월 런던에서 공연된 후 몇 개월 되지 않아 그의 부인이 타계하였는데 이것은 엘가의 작곡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된다. 즐거움과 멋이 가득했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협주곡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직관하게 되면서 엘가는 이 작품을 외면하였다.

이 곡은 독특한 구성에 바탕을 둔 지극히 간결한 곡이다. 전곡은 4악장으로 되어 있지만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앞의 제1, 2악장과 뒤의 제3, 4악장을 묶어 휴식 없이 진행한다. 레치타티보는 각 악장의 첫머리를 장식할 뿐 아니라 곡 중간에서 갖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한 동기나 주제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제3악장의 주제가 제4악장에서 교묘하게 취급된다거나 마지막에 제1악장의 레치타티보를 다시 가져오는 등 구성에서 뛰어난 독창성을 보인다. 특히, 제3악장 아다지오는 명상적인 분위기를 구축하며 협주곡의 중심을 이룬다.

영국 아리아풍의 멜로디를 느린 속도로 최대한 확대하고 전조를 수단으로 하여 낭만적이며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절정에 이른다. 그러나 마지막 부분은 마치 질문을 던지듯 화음을 길게 울린 다음 곧바로 제4악장으로 이어진다. 첼로 독주의 기교적인 부분이 관현악과 더불어 과장 없이 간결하게 정수만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극히 실내악적이다. 한편 반음계적 전조로 화성적 색채를 짙게 하는 양식은 바그너의 영향을 받은 듯하며, 감정의 내면적 성향은 브람스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중후한 영국인다운 품격을 갖추고, 적당히 낭만적 서정성을 내포하며, 담담하고 애잔한 우수를 띤 곡으로 엘가의 최후의 걸작이 하다.

△제1악장 moderato 느린 서주로 시작되는데 몽롱하게 떠오르는 온화한 제1주제가 이 악장을 지배하는 주된 악상이다. 제2주제를 사이에 두고 다시 주된 악상이 나타나는데 처음에 독주 첼로가 느린 선율의 장중한 서창을 제시하면 다시 주제로 바뀐다. 독주는 여러 갈래로 변해 가면서 주제를 반복한 후 조용히 사라진다. 그 후 목관이 여리게 연주하는 모티프에 따라 첼로가 제2주제를 변주하며 노래하고 다시 제1주제가 표정을 바꾸어 나타난 후 조용히 제2악장으로 넘어간다. △제2악장 Allegro molto 스케르초풍의 경쾌한 악장으로 독주 첼로는 섬세한 기교로 발전시킨다. 빠른 템포에 이르러 독주 첼로가 제1주제를 제시한 후 짧은 카덴차를 사이에 두고 모티프를 반복한다. 독주 첼로가 눈부시게 활약하는 경쾌한 악장이다. △제3악장 Adagio 낭만적인 아름다운 가요풍으로 느린 발상으로 동경하는 듯 선율이 아름답게 노래한다. 이것이 여러 갈래로 변화를 보이면서 선율의 주제는 시종 첼로에 의해 흐른다. △제4악장 Allegro 카덴차로 제1주제를 노래한 후 오케스트라가 활발하게 제1주제를 재연하면 독주 첼로가 우아하게 응답한다. 얼마 후 제3악장의 정열적인 선율이 느리게 회고적인 선율로 재현한 후 제1악장의 느린 서주가 다시 연주 되면서 힘차게 막을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자크 뒤프레(첼로), 존 바비롤리(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EMI, 1965]; 파블로 카잘스(첼로), 아드리안 볼트(지휘), BBC 심포니오케스트라[EMI, 1945]; 미샤 마이스키(첼로), 주세페 시노폴리(지휘)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DG, 1990]; 폴 토틀리에(첼로), 아드리안 볼트(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73]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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