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7:59 (금)
의료계가 나아갈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가?
의료계가 나아갈 정치적 지향점은 무엇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12.11.30 14: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주연 <서대문구의사회장>

황주연 회장
의협이 추진하고 있는 대정부투쟁의 시작인 11월 24일 토요일 휴진의 파급효과는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씨가 바로 전날 저녁 돌연 사퇴하면서 반감되고 말았다. 물론 앞으로 의사들이 이번 투쟁에서 단합된 힘을 보여주어 우리가 제시한 7대 요구안 중에서 정부로부터 얼마간 이득이 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계속 늘어만 가는 의료비에 대한 통제와 규제가 필요하다는 전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 년에 약 3500명씩 배출되는 젊은 의사들이 안정되지 못한 환경에 불만을 표시하고, 의료계 조직에 대한 변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관료적이고 적대적인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투쟁에 적극적인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격변의 시기에 의료계의 바람직한 정치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지금까지 의료계의 대표인 의협이 정부와 정치권과 관계형성을 어떻게 해왔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보험이 시작되기 전에는 외부로부터 간섭이나 통제가 거의 없어 정부와 “무관계 시기”로 볼 수 있고, 의료보험 이후는 정부의 통제가 시작되고 의협은 무대책으로 각과별 각개 약진하여 이익과 손해를 나누어 가진 “무대책 시기”로 규정할 수 있고, 의약분업이후 전국적인 의약분업반대투쟁이 계기가 되어 회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많아지고 의협의 정치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의협의 “이익집단화 시기”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의협회장의 내부 리더십뿐만 아니라 정부와 관계에서 얼마나 회원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점의 정치력이 요구되었으며 정치력의 한계를 보인 의협회장들이 자주 불신임을 받았다. 현재는 정부의 강력한 의료통제가 시작되는 “통제의료 시기”로 부를 수 있다. 이런 통제의료시기에 의협의 정부와 관계형성에서 타협적이고 순응적 자세나 대립각을 세우는 등의 극단적 방법은 의료계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여러 의협집행부를 경험하면서 알게 되었다. 현재와 앞으로의 의협집행부는 통제의료의 물꼬를 효율적 “상생의료”로 바꿀 수 있는 고도의 정치력과 바른 방향설정이 절실하게 필요하고 또 의협의 정치력을 키울 구체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 첫째 의협의 정치력 약화는 의협이 이익단체로 국민들에게 인식되면서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의협은 그동안 떠맡던 수가협상을 각과 개원의협의회나 병협 등에 넘기고 의료정책 개발과 조율, 의료인의 윤리와 자격관리 등의 고유 업무를 하게 하여 의협의 권위와 신뢰를 되찾는 것이다. 둘째 의협이 주로 개원의들로 구성된 단체로 잘못 인식된 것을 바꾸기 위해 병협과의 통합이 필요하다. 이러기 위해서는 의료계 조직의 혁신적 변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셋째 회원들 각자가 의사회 임원이나 의협임원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미루는 마음보다 스스로 지역사회나 정당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회원들의 정치력이 바로 의료계의 정치력이기 때문이다. 넷째 의정회가 없어진 후 정부나 정치권에 대한 의견조율의 통로가 막혀 의협회장의 개별적 인맥으로 의견조율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공식적인 의견조율 조직의 재건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방법들과 또 의사집단이 과거보다 더 단결된 힘으로 우리의 목적을 달성한다하더라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진정한 정치력을 키울 수 없다. 의사들의 힘은 국민들이 의사들의 지식과 기술과 윤리적 양심을 믿는 신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황주연 <서대문구의사회장>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