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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론 - 대선 의료정책과 쟁점사항 그리고 바람
총론 - 대선 의료정책과 쟁점사항 그리고 바람
  • 의사신문
  • 승인 2012.11.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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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의료정책 집중 점검, ‘본인 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

오는 19일 실시되는 제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선거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이 소위 무상의료를 지칭하는 `본인 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를 공약으로 들고나와 이에대한 논란이 거세다. 본지는 이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의료정책 공약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후보의 의료정책 공약을 소개하고 그 실현 가능성을 미약하게나마 점검해 본다.

당초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의료정책 공약까지 기획, 진행했으나 안 후보가 사퇴함에 따라 박근혜-문재인 두 후보의 공약만 남게 됐다. 그러나 안 후보의 정책공약도 여전히 유효한 만큼 일정 부분에서는 같이 비교했으며 특집 후반에 부록으로 첨부했음을 알려드린다.〈편집자 주〉


의료 현실과 재원 마련 고민 `부족한 공약' 아쉬워

이명진 의약평론가
2012년 대선이 눈앞에 다가 왔다. 보건의료 정책은 각 나라의 대선에서 핫 이슈가 되고 있다. 흥미있는 사실은 의료와 교육에 대한 확실한 비젼을 제시하지 못한 후보는 표 대결에서 패배하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 만큼 관심도 크고 의료분야에 할당하는 예산도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국이다. 전국민 의료보험 도입이라는 파격적인 의료개혁을 주장한 오바마의 재선이 확정되었다. 철저하게 개인주의와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미국에 혁명과 같은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90만명에 달하는 미국의사들의 의료행태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고 국민들의 의료 이용행태에도 많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틀이 만들어지고 시행되면서 미국정부와 의료단체, 국민들은 한 가지 중요한 문제에 접하게 될 것이다. 바로 현대 의료사회에서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배분적 정의에 대해 그들은 함께 고민하고, 갈등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배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정한 룰과 원칙,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제 대한민국도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로 나선 두 후보가 보건 의료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향후 대한민국의 국민건강과 의료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이들 두 후보들이 내세운 의료정책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먼저 후보들이 발표한 의료정책을 항목별로 표로 정리해 보았다.

이중에서 각 후보별로 눈에 띄는 정책들을 살펴보자. 먼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의료정책 중 눈이 띄는 것은 중증 4대 질환(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한 단계적 보장성 강화 항목이다. 2016년까지 진료비를 국가가 100% 책임진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재원을 어떠한 방법으로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 되고 있지 않다. 이미 이 정책은 2012년 총선에서 내세웠던 공약인데, 수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에 제시 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정책을 세우고 추진해갈 전문가가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박 후보의 경우 다른 두 후보와 다른 의견을 내세운 부분은 포괄수가제 전면실시 반대와 총액계약제 도입반대, 무상의료반대 부분이다. 포괄수가제의 문제점과 총액계약제 시행에 따른 일대 혁명적 변화, 무상의료라는 허상에 대해 현실적으로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있어 보인다. 특히 총액계약제가 도입 된다면 현재 국민건강 보험공단의 기능은 대폭 축소 될 것이고, 의사단체가 의료재정을 배분하는 기능을 맡아서 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황을 볼 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박후보측의 정책 중 의료계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부분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성의 부당함을 인식한 점이다. 의사협회 토론회에서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은 건정심 구성을 개선할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현 국민건강보험법에 규정된 건정심 구성이 정의롭지 못한 것을 처음으로 정치권에서 인정한 점이다.
 

박 후보, 총액계약제·무상의료 반대 등 현실감은 갖춰
문 후보, 이름만 바뀐 `무책임한 무상의료 추진' 여전



두 번째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내세운 의료정책 중 제일 시선이 가는 부분은 의료비 100만원 본인부담 상한제 주장이다. 민주통합당은 2012년 총선에서 무상의료를 하겠다고 주장하다가 무상의료라는 표현이 프로파겐다(선전, propaganda)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게 되자 슬그머니 의료비 100만원 본인부담 상한제로 이름을 달리하여 정책으로 내세웠다. 이를 두고 조재국 전 보사연 원장은 “특정정당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무상의료라고 해서 한참 잘 써먹다가 지금에 와서 간판을 내렸다”면서 지금까지 공당으로서 무상의료라는 달콤한 말을 우려먹다가 선거 막바지에 와서 간판을 내리는 것은 너무 억지다. 한편으론 무책임한 용어를 써온 데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문후보는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 등의 도입에 필요한 재원이 2017년까지 약 8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재원은 주로 부유층이 더 부담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여기서 우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5년간 교육계에서 추진한 무상교육의 교훈이다. 최근 서울의 구청장들은 2013년도 무상보육 예산 편성을 전면 거부했다. 정치권이 무리하게 내놓은 무상보육 확대 공약에 따른 추가부담액을 못 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강남구를 제외한 24개 구의 구청장들이 한목소리로 “정치권의 밀어붙이기식 (무상보육 확대) 정책으로 지방재정이 파탄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24개 구청장 가운데 19명이 민주통합당 소속이고 5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며, 공동선언에서 빠진 강남구청장(새누리당)은 무상보육은 물론 무상급식도 문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무상복지를 집행하는 일선 현장의 구청장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지방재정 여건으로는 퍼주기식 무상보육 확대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무상 또는 내 돈은 안 내도 된다'라는 사탕발림의 복지공약을 내놓을 때는 그 재원을 어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빼내 조달할 것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한편 문후보가 의료서비스 불평등 해소책으로 주장한 지역할당제는 상당히 돋보이는 정책이다.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잘 벤치마킹한 것 같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의료 인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우선적으로 국립 의대의 경우 신입생의 50% 이상을 해당 지역 학생들로 채우고, 사립 의대가 지역할당제를 도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정부 재정지원과 연계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지방 우수인력이 지역 의사로 성장해 그 지역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타후보에 비해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정책이라고 보여 진다.

실제로 캐나다의 경우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입학우선권을 주는 것 뿐 만 아니라, 졸업 후에도 출신지역에서 개업을 하거나 취직을 할 때 의과대학을 다니는 동안 받았던 융자금을 감면해주거나 대신 갚아주는 경제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고 있다. 문후보측에서 조금 더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해 주길 기대해 본다.

문후보가 관심을 표명한 부분을 하나 더 들라면 1차 의료기관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표명한 부분이다.

문 후보는 “병의원이 과잉진료와 비보험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 수가를 보장 하겠다”며 “지역주민의 주치의가 돼 그들의 건강을 책임질 수 있도록 일차의료를 강화 시키겠다”고 제시했다.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적정수가를 보장할지 정의롭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원의의 90%이상이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민국 현실에서 어떻게 주치의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지 이해하기 힘든 제안이다.


정의로운 의료, 탄탄한 재정과 원칙·합의가 우선

이상 대선 후보캠프에서 제안한 의료정책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보았다. 지금 세계적으로 의료분야에서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배분적 정의문제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정의로운 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배분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정하게 만들어진 탄탄한 재정과 공정한 룰과 원칙, 합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민국의 정의로운 의료구현을 위해 두 후보에게 기대하는 두 가지 바람이 있다.

첫째는 안정된 보험 재정을 확보해 달라는 것이다. 안정된 보험재정의 확보 없이는 세 후보들이 제시한 그 어느 정책도 실현할 수 없다는 점을 공감해 주기 바란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재정이 2010년 기준으로 32.5조 정도 된다. 이에 비해 일부 의료정책가들이 닮아가고 싶어 하는 영국의 경우 보험재정이 1년에 약 300조로 우리나라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 의료재정으로 국민들이 누리는 의료혜택과 효과는 정말 기적에 가까운 것이다. 오바마가 한국의 의료를 흠모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는 것 같다. 그 동안 한정된 살림으로 정말 알뜰하고 검소하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꾸려나가 왔다.

보험재정안정화를 위해 재정중립이라는 틀을 고수하려는 저수가정책과 의료관리를 통한 진료억제 정책을 통해 정말 알뜰하고 각박하게 의료보험제도를 이끌고 왔다. 하지만 이제는 재정절감정책들의 한계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쥐어짜도 더 이상 나올 것이 없는 마른 행주 같은 상황이다.


재정 절감 정책 한계…보험재정 확보 구체적 접근 필요
형평성 갖춘 건정심 재구성 통해 공정한 수가계약 시급



위기의 의사들은 생존을 위해 휴일진료, 24시간 진료, 비급여 진료에 뛰어들었다. 개원의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운영난에 지친 개원의들의 자살이 줄을 잇고 있다. 이젠 문제의 해결방법을 바꾸어 볼 때가 됐다. 그 동안 의사들에게만 너무나 무거운 도덕적 짐을 지우고 규제해 왔는데 이제는 정부가 책임을 나누어져야 할 때가 왔다.

정부가 나서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 정부나 의료계, 모든 시민단체가 인정하듯이 국민들에게 보험혜택에 비례하는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는 기본적인 자원이 적기 때문에 건보재정이 증가할수록 우리나라 의료는 더 정의로워 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한 정당에서 개념있는 의원입법(민주통합당 김성주 의원안, 양승조 의원안, 이목희 의원안)들을 발의했었다. 정의로운 의료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험재정의 안정적 확보가 담보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정부지원금을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의 최대 19%까지 지원해야 한다는 법안들이다. 재정이 커야 국민에게 보다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정수가 보장도 재정이 안정되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두 번째로는 건정심의 정의롭지 못한 인적구성의 문제점이다. 2012년 정기국회에서도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은 “정부는 가입자와 공급자·공익대표 동수로 건정심 위원을 구성해 형평성 있게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건정심 위원의 1/3을 차지하는 공익대표가 가입자 의견에 가까워 의료계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인적구성이 정의롭게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절차적인 행위를 거친 것이라면 정의로운 계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한 인적구성과 절차적 정의를 지킨 계약결과에 대해서는 그 결과가 만족스럽든 불만스럽든지 간에 받아들이는 것이 정의로운 행위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모순을 안고 있는 제도 하에서 만들어진 결과를 강요하거나 결과를 받아들이라고 겁박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폭력이다. 국민들은 이 땅에 정의로운 의료가 이루어져 보다 건강한 삶을 보장 받기를 원하고 있다.

이제라도 대선 후보들은 정의롭지 못한 건정심 구성같은 모순된 제도는 바로 잡고, 안정된 보험재정을 마련하는 현실적인 정책방안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

이명진 <의약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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