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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의료현안 대신 왜 소위 ‘무상의료' 논란인가?
주요 의료현안 대신 왜 소위 ‘무상의료' 논란인가?
  • 의사신문
  • 승인 2012.11.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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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의료정책 집중 점검, ‘본인 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

의료계 희생만 강요하는 `보장 강화' 공약 남발

윤창겸 총무이사
제18대 대통령 선거일이 보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선거철을 앞두고 각종 선심성 정책들이 쏟아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는 듯하다. 특히나 최근 들어 국민들의 보건복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함에 따라 각 캠프의 핵심공약들이 보건의료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그 와중에 `무상의료'가 다시 등장했다. 과거 2004년 진보 진영에서 `무상의료' 공약을 내건 이후 다시금 무상의료가 선거판의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그러나 3주전 의협 대선후보캠프 토론회에서 민주통합당은 `무상의료'를 사용치 않고, `본인 부담 100만원 상한제'로 바꿔 사용한다고 밝혔다. 이글에서의 무상의료는 편의상 지칭일뿐임을 밝혀둔다.

먼저 시동을 건 쪽은 민주통합당이다. 민주통합당은 작년부터 `실질적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당론으로 채택하고 관련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역시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적용, 어르신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등을 내세우며 맞불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과거 무상의료에 대한 논란을 의식한 듯 직접적인 표현을 피해가고 있지만 무상의료의 한 부분 또는 이를 목표로 한 하나의 과정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실제로 민주통합당측에서 말하는 `실질적 무상의료 실현' 그리고 새누리당의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100% 적용' 두 가지 공약 모두 과거 진보진영에서 주장했던 국민들이 떠올리는 `무상의료=공짜의료'와는 거리가 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어부터 잘못된 `선거용 포퓰리즘'에 불과한 `무상의료'에 가려 각종 의료 현안들에 대한 각 정당 및 후보들의 구체적 정책제시가 없는 점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캠프에서 주장하는 OECD 국가들의 평균(80%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건강보험 보장율(62.7%, 2010년 기준)을 높이자는 의견에 대해서 의협 역시 그 뜻에 충분히 공감한다. 다만 그 주장을 함에 있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가 7.1%(2010년 기준)로 OECD 국가 평균인 9.5%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을 보면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에 대한 언급은 없이 보장율 수준만을 제 외국의 그것과 동일하게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 누군가는 일방적인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전례를 볼 때 그 희생은 어김없이 의료계의 몫이었다.


의료 체계 문제점 개선 없는 표심 향한 청사진만 가득
보험료 인상 불가피성 알리고 구체적 의료정책 제시해야


이처럼 현 의료체계의 문제점 개선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들은 표를 의식해서 국민에게 부담되는 보험료율 인상은 아예 거론의 대상도 아니고, 오직 인기만을 의식한 보장성 강화라는 지키지도 못할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3∼4년동안 건강보험 정책의 가장 큰 이슈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이었고, 이에 따라 정부는 가입자에게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을 통한 재정 확대, 공급자에게는 `지불제도 개편 및 수가 조정'을 통한 지출 억제를 강요하여 왔다.

그 결과, 건강보험 재정은 현재 약 4조원 가량의 누적적립금이 쌓으면서 재정적 안정은 달성했지만, 저수가로 인한 의료체계의 본질적 왜곡 문제는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의협은 대선에 출마하는 각 후보캠프에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보건부로의 조직 개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개선 △수가결정구조 개선 △총액계약제 논의 반대 △성분명 처방 제도 도입 반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방안 △1차 의료기관 활성화 방안 △공공의료 기능재정립-보건소 기능재편(일반진료기능 폐지) △1차의료 활성화를 위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중앙회의 실질적인 회원자격관리 및 의사윤리 자정활동 강화로 구성된 `국민의 행복과 미소가 넘치는 보건의료체계를 위한 보건의료 정책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

더 이상 실체도 실현가능성도 없는 `보장성 강화'에 대한 논의에 시간을 허비하기 보다는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해 더 나아가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속에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정책 제시가 있어야 한다.

화려한 청사진만을 제시해 국민을 기만할 것이 아니라, 의료현실과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 국민의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함을 솔직히 알려야 한다. 더불어 정부도 국민보건과 복지를 위한 예산투자를 얼마만큼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을 하고 그만큼의 신뢰를 주어야 한다.

사실 지금 같은 수준의 보험료와 재정상황에서 이정도의 보장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도 기적인데 과연 얼마만큼 이런 곡예를 계속 할 것인지 이제는 정부가 그 한계를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진정한 양해와 협조를 이끌어 낼 때이다.

윤창겸 <의협 총무이사 겸 상근부회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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