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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료부담 100만원 상한제, 과연 실현 가능한가?
본인의료부담 100만원 상한제, 과연 실현 가능한가?
  • 의사신문
  • 승인 2012.11.3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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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의료정책 집중 점검, `본인 부담 연간 100만원 상한제'

달콤하지만 '결국 세수 확대'로 경제적 부담 가중

신병준 교수
드디어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때마다 쏟아지는 달콤한 공약들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등장하여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요즘의 경제 상황를 감안할 때 특별히 유권자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 “본인의료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의료복지공약이 아닐까 생각된다.

“본인의료부담 100만원 상한제”란 치료비가 얼마가 나오든 환자 본인의 부담금은 연간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제도인데, 실행이 된다면 수많은 국민들이 의료비의 부담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환상적인 제도이므로, 어느 누구라도 이러한 제도를 실행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의료인들 역시 국민의 한사람으로, 이러한 제도가 실행된다면 그 혜택을 볼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제도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입장에서 벋어나, 의료제도의 한 축인 의료공급을 담당하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단순히 기뻐하며 박수를 치고 넘어갈 문제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재원의 문제이다. 이러한 제도를 시행하려면 엄청난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 것이다. 만일 의료보험료를 인상하여 그 재원을 충당하려 한다면 당연히 의료보험료의 대폭적인 인상이 불가피하므로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정치권의 속성상 이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재정을 부담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 이는 세수 확대에 의한 방법과 국채발행에 의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느 방법을 이용하든 결국 그 비용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것이므로 지불 방법이 달라질 뿐 결국은 공짜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수입이 많은 사람들의 부담이 가중되겠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그러한 부담은 알게 모르게 결국은 수입이 적은 사람들에게 더욱 부담을 주는 형태로 흘러가는 것이 경제논리라는 것을 우리는 흔히 보아 왔다.


본인부담 줄면 재원일수 길어져 의료이용 혼란 초래
건보 재정 압박 인한 `의료의 질 하향화 요구' 우려


둘째로는 의료이용 형태의 문제이다. OECD에서 2012년 2월에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를 의료의 질 관점에서 평가한 첫번째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질환에 대한 평균재원일수는 16.7일로 OECD 평균인 8.8일 보다 매우 긴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의 병상수가 OECD 국가들의 평균보다 60%나 많은 이유도 이렇게 평균재원일수가 높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이는데, 본인부담이 대폭 줄어든다면 특히 고령 환자들의 재원일수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KDI의 연구에 의하면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이용이 건강보험가입자의 1.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만일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가 실기된다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의료급여 대상자가 되는 것과 비슷한 혜택을 받을 것이므로 의료이용비용이 현재 의료급여 이용자들의 의료이용과 비슷한 정도로 증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2011년도에 건강보험에서 지급된 급여비는 모두37조원인데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보장률이 63%임을 감안하면 `본인의료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위와 같은 비용 증가요인들을 감안할 때 이 제도가 시행되면 현재의 건강보험 급여를 기준으로 산정한 추가비용보다 실제로 소요되는 추가 비용은 훨씬 커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넷째,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이렇게 늘어난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공되는 의료의 질을 낮추는 정책들이 뒤따르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발효된 골다공증 치료제에 대한 급여 기간을 1년으로 제한한 고시를 보자. 골다공증 치료의 목적은 공다공증의 진행을 방지하고 골절을 예방하는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다공증의 치료는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의 치료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치료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면 골다공증 치료제 비용은 아낄 수 있을지 모르나 많은 환자들이 골다공증이 악화되고 골절이 발생하여 결국에는 환자는 환자대로 고생을 하고 의료비용은 비용대로 오히려 증가하게 되는 문제가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의료를 질을 낮출 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까지 증가 시킬 수 있다.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시행하려는 것은 국민들의 건강복지를 위해 매우 훌륭한 정책임에는 틀림없으나 위와 같은 사항들을 자세히 연구, 검토하고 다방면에서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정부도 의료계도 자칫 뒷감당 하기 어려운 큰 짐을 짊어지게 되지는 않을지 자못 우려되는 바이다.

신병준 <순천향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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