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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지)소의 확대 정책과 진료기능 확충의 문제점
보건(지)소의 확대 정책과 진료기능 확충의 문제점
  • 의사신문
  • 승인 2012.11.19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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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우 서울시의사회 감사

박영우 서울시의사회 감사
보건(지)소의 편법적 진료남발에 대해 강제지정제 폐기로 나서야 한다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총파업에 대해 정부가 의료계의 요구에 끌려 다녔다는 소위 `좌파정부의 자존심 손상'으로 인해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의료계를 견제하기 위해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공공의료의 역할을 확대하고, 의료에서 공공의료의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의료를 전체의료의 30%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도시 보건지소는 노무현정부의 공약사업으로 선정되어 2005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되다가 2007년부터는 정부사업으로 선정되어 건강증진기금에서 국고보조금 형태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지)소 본래의 공중보건기능 즉 건강증진·질병예방, 방문보건사업 등 예방적 기능이 아닌 선심성 진료기능 확충에 혈안이 됨으로써 지역 의료기관과 많은 대립과 갈등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서울시가 2012년 7월 발표 후 추진하고 있는 `건강서울 38.5' 정책 중 하나인 보건(지)소 확대 정책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의사회의 그간 많은 노력에 대해 격려하며, 보건(지)소의 확대와 진료기능 확충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본다.

■도시 보건지소의 문제점

2005년 11월 1일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자료를 보면 `보건소의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과 차별성이 없이 진료유무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도시지역에서는 이미 보건의료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도시보건지소 설치계획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도시지역은 지역주민의 일차 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원이 약 90%나 밀집되어 있어 보건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이나 인프라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도시지역은 또한 종합사회복지관, 노인 복지관, 장애인 복지, 주민자치센타 등 보건의료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을 뿐 아니라 방문보건사업, 건강증진, 질병예방 등의 각종보건사업을 보건소와 연계하여 추진 할 수 있다.

현재 운영중인 보건소·보건지소의 운영실태를 보면 민간의료기관과 같이 진료위주, 성과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의료취약계층보다 오히려 건강보험 환자 위주의 진료를 하고 있을 뿐, 보건의료 체계구축을 통한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기관과의 갈등구조

공공의료는 민간의료기관과 상호 보완적이며 협조적 관계를 가져야 하나 현실은 배타적인 경쟁관계와 대립적인 갈등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공공의료를 전체 의료의 30%를 확보하겠다는 것도 민간의료에 대한 대결적 구도의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경쟁적으로 고가의 시설 장비를 도입하여 검사와 진료기능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기관의 대립적 경쟁구도는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고령화 사회에서 의료 서비스 인력의 수요증가와 막대한 시설 비용은 공공의료 중심의 지역보건의료체계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따라서 지역사회에 포진한 민간의료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공공의료의 일차적 기능은 ① 민간이 기피하는 부분의 필수 보건의료서비스의 제공 ② 저소득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 ③ 비상시 국가의료 안전망으로서의 기능수행에 있다.

우리나라 보건소의 우선사업은 보건교육, 방문보건의료서비스, 건강증진 관련사업, 노인 및 저소득층 진료, 지역보건기획 관련업무 등이 중점사업이 되어야 하며 결코 일반 진료기능에 있지 않다.

■현행 보건(지)소의 진료기능에 대한 법적 문제점

보건소나 도시보건지소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유사업인 보건교육, 방문간호, 재활보건, 만성질환 관리, 주간보호 등의 사업에 있지 않고 진료위주, 실적위주의 파행적인 기능에 주력하는데 있다. 이에 따른 법적 문제점을 살펴본다.

첫째, 무엇보다도 현행 의료법을 위반하고 있다. 의료법 제27조 제3항은 `누구든지 본인 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 금품 등을 제공하거나 불특정다수에게 교통편의를 제공하는 행위 등 소개·알선·유인 하는 행위를 사주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보건소는 65세 이상 환자에서 무료진료하고 있고 일반 환자에 대해서는 할인·감면·유인 등 불법 행위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는 현행 의료법을 정면 위반하고 있다고 본다.

둘째, 의료법 제 27조 제3항이 예외규정으로 `다만 환자의 경제사정 등 특정한 사정이 있어서 관할시장·군수·구청장의 사전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하여 보건소의 불법행위를 조장하고 있으며 자치단체장의 정략적인 선심행정 수단으로 전략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경제사정과 무관한 일반 건강보험환자 위주의 진료가 대부분이며 `특정한 사정'이 있지도 않다.

셋째, 무료진료는 본인부담료 면제 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청구도 하지 아니하는 경우를 말하는데, 본인부담금을 면제 또는 할인하면서 국민건강보험 요양비를 청구하는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을 정면위배하고 있는 불법행위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위와 같이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배하고 있는데도 국민건강보험법에 보건소를 요양기관으로 잘못 규정함으로서 (제42조 제1항 5호) 보건소가 불법적으로 요양급여 비용을 공단에 청구하는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다섯번째, 평등권 침해의 문제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은 민간의료기관에 비해 법적지위가 다르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 하에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민간의료기관은 아무런 국가적 재정적 지원도 없이 소규모로 운영되고 있고 규제·통제·처벌위주의 관료주의적 의료체계 하에서 많은 의료환경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경제 주체인 민간의료기관을 공공의료기관과 같은 행정적·재정적 지원 등 그 어떠한 혜택도 없이 일방 요양기관으로 강제 편입하고, 요양급여를 행할지 여부에 대한 선택의 기회마저 박탈된 상태에서 강제지정제로 정하고 있는 현실은 평등의 원칙과 헌법 제 11조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본다.

여섯번째, 더구나 지방자치단체의 많은 예산지원도 받고 요양비용 청구까지 하고 있는 보건(지)소의 진료비 할인·면제를 통한 진료행위는 민간의료기관과의 심각한 불공정·불평등·불균형을 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불공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부당한 강제지정제 부터 폐기하여야 한다

현행 의료체계는 법상 당연지정제(강제지정제)이며 강제지정제의 강제시행 논리는 시행 당시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한 현실에서 모든 민간의료기관을 사실상 공공의료 역할을 담당 할 수 있도록 기관사무 위임의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강제지정제가 강제지정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의 목적에 비해 제한을 통하여 얻는 공익적 성과와 제한의 정도가 합리적인 비례관계를 현저히 일탈하고 있으며, 직업행사의 자유에 대한 위헌성, 최소침해성 원칙위반 등 의료인의 기본권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면서 요양기관으로 강제편입하고 있는 것은 방법의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는 위헌적 제한방법인데도 불구하고, 국가재정적 한계로 공공의료기관의 확충이 어렵고 의료보험체계의 기능적 확보를 위한 입법목적을 위해 그동안 민간의료기관이 많은 희생을 감수하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소의 신규 확대와 보건소의 일차 진료기능 강화로 일반 의료기관과 경쟁적·대립적 구도를 조장한다면 부당한 강제지정제 부터 먼저 폐기하여야 할 것이다.

■나가며

공공의료에 충실하여야 할 보건(지)소는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서 서비스의 질 향상과 비용절감을 위해 노력하여야 하며 민간의료기관이 아닌 공공의료기관 간 경쟁 체계가 있어야 한다.

보건(지)소 등 공공의료는 시설, 인력, 장비 등 많은 비용이 요하는 공공조직으로서의 기관설립 할 필요가 없이 민간의료기관을 활용한 보건의료서비스 제공방안을 적극 고려해야하며, 일정 요건을 갖춘 민간의료기관을 지정하여 공공이 위탁하는 지역보건의료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보건(지)소는 어디까지나 지역 공공의료서비스에 충실하여야 하며 실적위주의 부당한 진료기능을 강화하여서는 결코 아니 된다.

아울러 의료계는 보건소의 편법적인 진료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여야 하며, 이와 연계하여 이제는 별 명분이 없어진 현행 강제지정제의 폐기를 위해 적극 나설 때라고 본다.

결론적으로 현행 보건(지)소의 확대정책과 편법적이며 부당한 진료기능 강화는 현행 강제지정제의 폐기를 주장할 수 있는 합리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박영우 서울시의사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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