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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의사와 환자 60년만에 해후 `감격'
건양대병원, 의사와 환자 60년만에 해후 `감격'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2.11.09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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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의사의 인연으로 알게 된 당시 환자 이송래 교수〈사진 왼쪽에서 두번째〉와 김선이 씨〈왼쪽에서 세번째〉가 지난 3일 건양대병원에서 60여년 만에 다시 만나 감격의 해후를 나누었다. 사진 왼쪽부터 김선이 씨의 남편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정식 석좌교수와 이송래 교수, 김선이 씨 그리고 이들을 연결시켜준, 지인인 전북대병원 신장내과 박성광 교수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60년간 감사하며 살아와…”
“이렇게 찾아줘 의사로서 큰 보람”


“60여년 전에 저를 치료해준 여자 의사 선생님을 꼭 한번 뵙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습니다.”

의사와 환자가 무려 60년 만에 감격적인 해후를 하는, 영화같은 만남이 화제다.

주인공은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정식 석좌교수(86세)의 아내인 김선이(84세)씨와 그녀가 전공의 시절 치료해 주었던 환자인 미국 노스웨스트 크리스찬대학 이송래 교수(73세)다.

1952년 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이 교수는 동급생 중 한명이 무심코 던진 돌에 눈주위를 맞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이 교수가 의식을 찾았을 때 오른 눈은 뜰 수 없었고 오른쪽 눈과 이마 등은 온통 피범벅이었다.

오른쪽 눈동자 1cm 위를 돌로 맞은 순간 이 교수는 아파서 신음하면서도 한쪽 눈을 잃게 될 것이라는 사실과 앞으로 애꾸눈으로 사람들의 웃음거리와 조롱거리가 된 채 인생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또 앞으로 절대 좋은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중요한 자리에 채용될 수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 속을 맴돌았다.

동급생들은 피범벅이 된 이 교수를 가까운 전주예수병원으로 급히 데려갔으며 그는 곧장 수술실로 실려가 테이블 위에 뉘어졌다.

사건 당일은 일요일 오후 4시경으로 병원에 외과의사가 없었다. 이 교수는 수술실대 위에 누워 깊은 불확실감과 극심한 공포속에서 의사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적막과 공포속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눈을 잃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이송래 씨, 1952년 돌에 눈 맞아 전주 예수병원서 수술
담당의사였던 김선이 씨 소식 듣고 한걸음에 달려와


마침내 의사가 도착했고 수술했다. 이 교수를 치료해준 의사는 다름 아닌 전공의였던 김정식 석좌교수의 아내 김선이씨였다. 약 10일 후 실밥을 뽑으려고 담당의사를 다시 만났는데 주치의인 김선이씨는 “모든 것이 다 잘되었다. 오른 눈 위에 흉터가 있는 것 외에는 시력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이 교수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 후로부터 60여년이 흘렀다. 이 교수는 미국에 정착하면서 대학교수가 됐다. 그러나 당시 자신을 치료해준 의사가 누구였는지 늘 궁금해했다. 필히 만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열망도 가득했다. 이 교수가 기억하는 바로는 매우 아름답고 젊은, 여자 의사였다. 마치 하늘로부터 내려온 천사같이 느껴졌고 영원히 그 여자의사를 잊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지인인 전북대병원 신장내과 박성광 교수를 통해 당시 이 교수가 치료받았던 병원에는 여자 의사가 `김선이' 의사 한사람 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전해듣게 되었다.

또 그녀는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남편인 건양대병원 심장내과 김정식 교수와 함께 잠시 귀국,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여의사가 같은 한국 땅에 있었던 것이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이 교수는 업무차 한국에 들르게 됐는데 김씨 역시 귀국,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건양대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교수는 이 소식을 듣고 지난 3일 한걸음에 건양대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60년만에 감격의 해후를 했다.

이들은 서로 얼싸안으며 60여년 전 환자와 의사로 되돌아가 그때를 추억했다. 그리고 서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 교수는 “당시 어린나이에 수술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는데 너무 친절하게 설명해주면서 치료해준 여자 의사 선생님의 고마움을 그동안 마음속에 간직하면서 살아왔다”며 “그런데 이렇게 직접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김선이 씨 역시 “그동안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로서 진료해 왔다”며 “내가 진료한 환자가 당시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찾아와준 것에 대해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리고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감격해 했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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