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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형 설계로 비용 낮추고 개성은 살려
모듈형 설계로 비용 낮추고 개성은 살려
  • 의사신문
  • 승인 2012.11.02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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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블록 같은 모듈 자동차

자동차원가 절감 방법에 변화가 오고 있다. 플랫폼과 부품 공용화는 물론이고 `레고블록 같은 설계'로 경쟁의 문법 자체가 변하고 있다. 모듈형 설계는 향후 10년간 원가 경쟁력의 구조를 흔들어 놓을 혁명적인 변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100년만의 혁신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 원가를 낮추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원가의 80%를 차지하는 부품과 재료비를 낮추는 일이 핵심이다. `규모의 경제'가 정석이었다. 부품을 1만개 사는 조건과 100만개를 사는 조건은 다른 정도가 아니다. 대량생산의 시대에는 수량이 절대적인 법칙이었다.

이 법칙이 포화 상태에 이를 무렵 부품의 공용화·표준화를 통해 원가를 절감하는 방법이 나왔다. 기본 플랫폼 전략이다. 플랫폼 전략은 차의 기본뼈대·엔진·변속기·서스펜션 등을 공용화해 원가절감을 실현한다는 개념이다. 플랫폼 전략으로 원가는 낮출 수 있지만 차의 기본 형상이나 특징까지 밋밋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원가를 절감하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면 매출이 줄어들기도 한다.

그런데 새로운 방법이 다시 등장했다. 폭스바겐이 들고 나온 해결법이다. 폭스바겐 역시 원가를 낮추면서 제품의 특색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했다. 포스바겐은 같은 그룹안에 아우디·세아트·스코다·포르셰·벤틀리·부가티 등을 합해 8개의 승용차 브랜드가 있다. 이 브랜드들의 부품을 가급적 많이 공용화하여 비용 절감을 하면서 차종과 브랜드의 개성도 살려야 했다.

답안 중의 하나가 모듈형 설계 방식이었다. 폭스바겐은 2000년대 중반 스웨덴의 스카니아를 주목했다. 스카니아는 레고블록처럼 모듈화된 설계를 통해 개발비를 줄이면서도 성능이 뛰어난 차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폭스바겐은 2008년 스카니아를 인수해 자회사로 만들고 방법을 그룹 전체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은 차체,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 등), 내·외장, 전장(전자장치) 등 4가지 관리 영역을 만들고 이 부분들의 하위 개념으로 30개 부품군(tool kit)을 만들었다. 즉 이런 30개 부품군을 레고블록 쌓듯 조립하여 차 한 대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중에서 플랫폼이 제일 중요하니 플랫폼 이야기부터 하자. 우선 MQB(Modularer QuerBaukasten 또는 영어로 MTM(Modular Transverse Matrix)라는 플랫폼이 있다. 이 플랫폼을 기본으로 하여 앞으로 폭스바겐, 아우디, 세아트, 스코다에서 무척 많은 종류의 모델이 나오게 된다. 신형의 아우디 A3이 이 플랫폼을 쓰고 그 다음에는 새로운 골프의 기본 플랫폼이 된다. 그 다음에는 폴로(A1, 이비자, 파비아) 비틀, 시로코, 파사트와 폭스바겐 CC의 플랫폼이 된다. 이 들 중 일부는 이미 나와 있다. 그런에 이 차들의 휠 베이스와 길이는 모두 다르다. 휠베이스와 차의 길이가 다르면 지금까지의 개념으로는 완전히 다른 차다.

MQB 플랫폼은 위에 적은 그대로 엔진이 가로 배치되는 전륜구동 차종이다. 이 플랫폼에 이론상으로 레고 블럭 처럼 다른 모듈들을 마음대로 붙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브랜드의 차종의 모듈들도 붙일 수 있어 폭스바겐 폴로나 아우디 A3 그리고 세아트의 같은 플랫폼 차종의 모듈들이 동시에 조립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완전히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이 MQB 샤시의 엔진의 위치는 기본 모델이 달라도 언제나 일정한 위치에 자리 잡는다. 그래서 작은 엔진부터 커다란 엔진까지 모두 새로운 모듈형으로 디자인했다. 변속기의 위치와 크기도 비슷하게 맞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되면 생산단가는 내려가게 된다. 앞으로 나올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도 이 플랫폼이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모듈라 매트릭스 설계를 통해 제작 시간의 30% 정도를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다음에는 더 큰 차종인 MLB(Modularer LngsBaukasten 영어로는 MLM(Modular Longitudinal Matrix)가 있다. 엔진이 가로 배치가 아니라 세로로 배치되는 차종이다. 아우디의 A4, A5, A6, A8이 모두 이 플랫폼에 속한다. 그 다음에는 New Small Family (NSF) 라는 아주 작은 차종이 나온다. 경차에 가까운 플랫폼으로 가격은 매우 싸다고 한다.

MQB 같은 단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은 2008년경부터였다. 그 때는 사실 조금 막연하게 들렸다. 그런데 2012년부터는 폭스바겐의 중요한 생산 개념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사이즈는 비슷하고 차체는 앞뒤로 늘리거나 옆으로 키워도 되며 핵심부품들은 상당히 자유롭게 호환된다. 조립시간도 짧고 제작비도 싸다. 어쩌면 앞으로 메이커들이 다 따라할지도 모르는 개념이 되었다. 그 동안 필자 같은 구경꾼들은 폭스바겐이 만드는 새로운 혁신들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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