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산악회,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을 다녀와서
서울시의사회산악회,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을 다녀와서
  • 의사신문
  • 승인 2012.10.1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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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섭 <강남·신사신안과의원장>

신기섭 원장
대승폭포의 위용에 감탄…들꽃들과 즐거운 만남

01:00 비는 안온다고 했지만 혹시나 하여 꾸려 놓은 배낭에 꺼내 놓은 우비를 다시 챙겨 넣고 잠을 청한다.

04:00 창틀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를 빗소리로 착각하여 놀라 잠을 깼다가 스마트폰의 기상청앱에서 산행지인 강원도 인제군 북면의 날씨예보에 종일 구름만 낀다는 걸 확인 후 또 다시 잠을 청한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을 넘어 12선녀탕계곡을 지나 남교리까지의 산행지도를 머리에 그리며….

08:40 드디어 12선녀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어린 `12선녀탕계곡'을 향해 설악산 국립공원 장수대분소를 출발한다.

탐방로 주변에는 수많은 `며느리밥풀꽃'들이 마중 나와 있고 드문드문 `물봉선'들이 눈에 보인다.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아직도 낯선 이름의 탐방로는 가파른 돌길 아니면 목책 계단길이다. 산을 보호한다고 새로이 이렇게들 만들지만, 산에 오는 사람들의 무릎보호에는 무심한 행정의 후진성이 아쉽다. 하지만 위험한 계곡이나 절벽길에 설치한 목책계단이나 다리들은 전체 산행시간을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은 줄였을 것 같았다. 특히 작은 계곡을 건너는 곳에는 긴 각목 몇 개를 합하여 만든 다리들이 있는데 많은 비에 쓸려 내려가지 않게 하기위해 굵은 와이어를 연결하여 부근의 암반이나 큰 나무에 고정시켜놓은 것이 인상적이다.

◇대승폭포.
09:20 오지도 않는 비를 걱정해서 넣은 우비와 갈아입을 옷 등으로 인해 무거워진 배낭무게에 숨이 가빠질 무렵 도착한 `대승폭포'·금강산의 구룡폭포와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폭포인 이곳은 한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수량이 적어 아쉬웠는데 오늘은 그 동안 내린 비로 그 위용이 대단하다. 높이 88미터의 거대한 폭포를 뒤로하고 오르막은 계속 이어져 `참취', `단풍취', `고들빼기'와 `싸리꽃' 등을 사진에 담으며 오르자니 배낭에 있는 오렌지 두 개의 무게조차 버거워진다.

11:04 눈에 들어오는 야생화마다 쪼그려 찍기를 반복하다보니 드디어는 체중을 견디지 못한 발에 쥐가 나서 쉬며 가며를 반복하다가 대승령까지의 Cut Off 시간인 3시간을 코앞에 두고야 간신히 대승령에 도착했다. 메고 온 오렌지로 간식을 하고 쉬어간다. 오렌지나 귤껍질은 잘 썩지 않음에도 초코렛 비닐껍질 등과 같이 간간이 눈에 보인다. 몹쓸 사람들….

이 곳 대승령부터 하산지점인 남교리까지는 특별히 힘든 구간이 없으며 계곡이 나타나기 전 안산 가는 갈림길까지는 야생화의 꽃밭이라더니 과연 `괴불주머니' `오리방풀', `개승마' 그리고 이름만큼 고운 `금강초롱' 등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

다만 그 동안 계속 된 비로 인해 이름 모를 버섯들은 무성한데 야생화들은 조금씩 시들어 가고 있어 아쉬운 마음이다. 매 산행마다 산행길 좌우의 풀섶을 뒤지며 꽃사진을 찍기에 늘 꼴찌로 하산을 하는 게 그리 창피한 일은 아니지만 발에 쥐까지 나다보니 오늘은 좀 많이 쳐지는 것 같다.

열두 개의 물웅덩이에 열두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는 전설이 있는 12선녀탕계곡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에 좀 더 많은 꽃들을 사진에 담으려다 보니 시간은 자꾸 지체된다. 시간 많다며 천천히 가도 된다는 후미를 맡은 박영준 샘과의 조우가 그리 달갑지 않고, 몸도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나 빛깔고운 `이질풀'과 `분취', 강렬한 `진범', 진짜 투구같이 생긴 `투구꽃' 들이 자기 모습을 담아 가라며 아우성치는 데야 어쩌겠는가!

13:07 내리막이 이어지며 작은 실개천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모여들어 제법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자 이끼 낀 바위에 고운 자태의 `바위떡풀'이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주위의 정원에서 흔히 보는 `바위취' 꽃과 비슷하지만, 산지의 이끼 낀 바위에서 청정계곡물과 유기농이끼를 먹고 살아 노는 물이 달라서인지 난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렇게 고운 바위떡풀을 핑크색의 `핑클'이나 `은하수' 등으로 품종개량을 했다니 순진한 시골아이에게 억지로 분칠을 해댄 것 같아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복숭아탕.
14:08 물 흐르는 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수량이 많아지고 제법 계곡의 모양을 나타내더니 크고 작은 와폭(臥瀑, 누운 폭포)과 함께 두문폭포, 복숭아탕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대승령과 안산에서 시작된 길이 약 8km의 12선녀탕계곡은 오랜 세월 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많은 폭포와 에메랄드빛 탕의 연속이다. 원래는 12탕 12폭이었다고도 하고, 12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지금은 시기와 수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8탕8폭이라고 한다. 그 중 폭포 뒤쪽으로 복숭아(혹은 복숭아씨) 모양의 깊은 구멍이 있는 복숭아탕이 백미라 하겠다.

15:25 후미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서두르는 하산길에 어느덧 계곡물의 흐름이 느려지면서 소리도 잦아들자 멀리 하산지점인 남교리 통제소가 보인다. 장수대에서 대승령을 지나 남교리까지 11.2km의 산행에 7시간이 조금 덜 걸렸다. 설악산 국립공원에서 제공하는 지도에는 7시간20분이 걸린다고 했으니 그리 많이 늦은 건 아닌듯해서 다행이다. 하산하여 식사장소인 XXXX에 가니 박홍구, 이재일 고문님과 연재성 등반대장 등이 반가이 맞아준다.

사람들은 등산을 하면서 산에 오른다고도 하고 산을 탄다고도 한다. 그러나 내게 있어서의 산은 하나의 시험장이자 새로운 들꽃들과 조우하는 만남의 장이다. 같은 꽃도 거실의 화분이나 정원 보다는 등산로 옆 풀섶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잠시 볼 때 더 곱고 귀하고 반갑다. 또 현재의 내 체력에 대한 테스트를 받는 날이기 때문에 그 결과에 따라 운동에 더 열심을 내기도 하고, 혹은 만족하고 흐뭇해하며 위안을 삼기도 한다. 이번 산행에서는 `바위떡풀'을 만난게 수확이었지만, 체력테스트에서는 간신히 재시험을 면했다고나 할까? 비록 8kg가 넘는 배낭을 메고 들꽃을 찍기 위해 수없이 쪼그려 찍기를 반복하기는 했지만 쥐가 난 것도 그렇고, 쉽게 풀리지 않아서 한 시간 남짓 쉬어가기를 반복한 것도 그렇다.

다음 시험날인 가을 산행 때는 같은 조건에도 덜 힘들게끔 좀 더 걷고 달리겠지만, 이번 산행이 나처럼 힘들었던 회원들도 각자의 몸에 좀 덜 관대해야 하겠다.

신기섭 <강남·신사신안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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