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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학 연구로 일관한 - 김정순
역학 연구로 일관한 - 김정순
  • 의사신문
  • 승인 2012.10.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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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학의 정립·전문화 주력 질병 예방 공헌

김정순(金貞順)
형우당(亨宇堂) 김정순(金貞順)은 1935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나 1954년 서울대 사범대 부속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의예과에 입학하여 1960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였다. 졸업 후 서울대학병원에서 5개월간 인턴을 하였다. 그 후 미국 스웨디쉬(Swedish)병원에서 인턴을 마치고 미국 덴버시립병원에서 1년간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였다. 1962년 존스홉킨스대학교 보건대학원에 입학하여 역학으로 보건학석사를 받았고 병리생물학을 전공하여 1967년 보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제주도 폐디스토마의 역학적 연구와 집단치료효과의 평가에 관한 연구였다. 그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 후버연구소 소속 말레이시아 의학연구소에서 학위 후 연구관을 하면서 말레이시아 내 폐흡충의 생태학적 연구를 수행하여 인간 감염 사례가 없다는 사실 등을 말레이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확인, 발표하였다. 1971년에는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성아그네스 병원에서 1년간 내과 레지던트 과정을 이수하였다.

1966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2001년 정년퇴임하기까지 35년 동안 근무하면서 국민보건연구소 소장, 보건관리학과장, 보건대학원 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선생은 한국인의 건강수준과 질병 양상 등 보건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하여 춘천 보건 시범사업지역을 대상으로, 4대 도시 영세지역을 대상으로, 중국 동북부(만주)지역 조선족(이민)을 대상으로 주민 전체에 대한 건강검진(health survey)을 실시하여 사망 자료와 함께 일부 국민의 보건문제를 구체화 하였으며, 다양한 현지 경험 및 자료는 지역사회 질병과 사망의 역학적 특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데 활용되었다.

1979년 한국역학회를 창립하여 10여 년간 회장을 역임하였다. 그 외 대한예방의학회 회장과 한국에이즈퇴치연맹 회장으로서 전공을 통한 사회봉사를 실현하였다. 한국역학회 회장으로 역학이 비록 수입 학문이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역학의 개념 설정과 실제 적용 방법 등 구체적인 예시를 통하여 한국 역학의 정립과 전문화에 주력하였다.

무의촌에 봉사할 목적으로 의과대학에 입학하였던 선생은 직접 국민들의 건강을 돌볼 기회가 적은 것이 마음에 걸려 이런 사명의식으로 연구대상을 가능한 한 소외된 국민 중에서 선정하였다. 1964년 제주도 13개 부락 주민 12,000여명을 대상으로 폐흡충감염자를 색출한 후 800여 명을 동시에 집단적으로 치료하여 감염원을 대폭 감소시켜 10년 후에는 사람의 폐흡충을 완전 퇴치하였다. 또한 1968년부터 1982년까지 제주도 해안부락 4개 리와 4개 섬의 사상충검사로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던 사상충의 감염자를 색출, 감염자 수 백 명을 집단치료 한 결과, 2007년 세계보건기구는 완전퇴치를 선언하였다.

여름만 되면 창궐하던 전염병들, 예를 들면 콜레라, 장티푸스, 세균성 이질 등이 집단적으로 발생할 때마다 현장에서 역학조사를 수행하여 감염원과 전파경로를 찾아내어 전염병 확산을 방지하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또한 원인 불명의 괴질이 발생하여 여론이 비등할 때 마다 정부 요청으로 역학조사를 수행하여 원인을 밝혀냈다. 수년간 소와 양, 오리, 토끼 등을 몰살케 하고 많은 만성병환자를 죽게 하였던 신안 낙도의 탄저병, 거의 10년을 괴질로 많은 청장년의 농부들을 사망케 했던 렙토스피라증, 종합병원 중환자실 환자를 사망케 하고, 중환자실 직원 모두를 몹시 앓게 했던 레지오넬라증의 원인을 한국 최초로 밝혀내어 의료계와 언론들을 놀라게 하였다.

우리나라의 중요한 보건문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분야에 걸친 역학적 연구를 수행하여 우리나라의 질병, 특히 감염병, 만성병, 직업병, 환경병 등의 발생과 원인을 구명하여 이러한 질병을 예방하는데 공헌하였다. 그 동안 5권의 저서와 2백여 편 이상에 달하는 논문을 발표하였고 석·박사 과정을 통하여 백 명에 가까운 전문가 후학을 길러냈다.

여러 가지 일 보다 역학이라는 한 가지 분야에 몰두하는 학자의 자세를 견지해 오면서 국민이 필요한 곳에는 어디나 달려가서 자기가 닦아온 학문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여 왔다. 신안군 탄저균 사건이나 베트남전 고엽제 사건 등에서 학자의 양심을 끝까지 지켜서 후학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집필 : 임현술(동국의대 예방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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