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2:50 (목)
포퓰리즘 아닌 공정 · 지속가능한 공공의료에 대한 제안
포퓰리즘 아닌 공정 · 지속가능한 공공의료에 대한 제안
  • 의사신문
  • 승인 2012.10.12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주연 <서대문구의사회장>

황주연 서대문구의사회장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공공의료 확충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수돗물 공급을 민간이나 개인이 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에서 맡아 관리하는 것처럼 공공의료의 역할은 민간의료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정부와 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면 어느 정도까지가 공공의료인지 각 나라마다 다르다. 영국의 경우는 1948년 7월 국민건강보험을 국영건강서비스(NHS)로 전환하여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으며 낮은 의료서비스의 질, 만성적인 오랜 진료대기시간, 열악한 건강수준 등이 초래되어 2002년부터 NHS에 대한 조세부담을 늘려 감으로써 의료시스템에 대한 개혁을 하고 있다. 정 반대 경우가 미국의 의료제도로 65세 노인과 장애인을 커버하는 메디케어가 약 19%, 저소득층을 위한 메디케이드가 15% 정도 되고 나머지 국민은 민간의료보험에 들든지 아니면 의료사각지역에 놓이게 되어 오바마 미대통령은 최근 의료보험개혁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전체 국민이 내야하는 의료보험료 부담에 대한 저항이 만만찮아 보인다.

이 두 극단적인 경우에서 보듯이 효율적인 공공의료시스템은 쉽지 않으며 그 나라 사정과 가치관에 따라 다르며 결국 모든 것은 재정문제로 귀결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1977년 직장의료보험제도가 실시된 이후 2000년 7월 직장, 지역, 공무원의료보험조합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통합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으나 낮은 의료수가, 낮은 보험료 부담, 낮은 보장성, 정부의 재정지원 부족 등으로 많은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의료수가가 낮은 산부인과는 지방은 물론이고 서울에서도 분만을 하는 소수의 병의원을 제외하고 종합병원에서 그 명맥을 간신히 이어가고 있다. 수가개선의 특별한 조치가 없는 한 왜곡된 의료현상이 지속될 것이고, 이로 인한 공공의료의 개입이 필요하게 되고 따라서 국가재정의 투입이 더 많아지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공의료를 강화시킨다는 목적으로 발표한 “건강서울 36.5 공공의료마스터플랜” 중 보건지소 75개를 설립한다는 계획이 들어있다. 서울시에서는 보건지소가 설립이 되더라도 진료기능을 배제하겠다고 구두약속을 하고 있으나 현재 세워진 보건지(분)소 등에서 하고 있는 일반진료가 민간의료와 중첩되고 이로 인해 의사회와의 갈등이 심각하게 초래된 상황이다.

만약 75개의 보건지소가 세워진다면 그것에 들어가는 추정예산은 30억원*75=2250억원 정도로 예측되는데 투자대비 효율성이 극히 낮고 공공의료가 민간의료와 중첩된 서비스로 인하여 비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이는 명백한 포플리즘적, 정치적 접근이며 민관합치에 의한 건전한 공공의료확립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2012년 2월 1일 개정 공포되고 2013년 2월 2일 시행될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공공보건의료의 정의를 기존의 국가, 지자체 등이 설립 및 소유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시행하는 의료중심에서, 현 민간중심 의료체계에서 수익성 미비로 적절히 제공되지 못하는 필수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공공과 민간의료기관이 같이 참여하는 기능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병원이라도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 및 공공전문진료센터로 지정되면 공공보건의료수행기관이 될 수 있다. 이 법의 방향에는 찬성하나 몇 가지 지적할 부분이 있다. 첫째 수익성 미비로 적절히 제공되지 못하는 필수보건의료서비스에 해당되는 진료과는 산부인과, 소아과, 중증외상을 포함한 응급의료 등을 들 수 있는데 의료취약지거점의료기관 및 공공전문진료센터가 되려면 종합병원 이상으로 규정되었기 때문에 그 지역 또는 그 지역 인근 종합병원의 취약과에 정부재정을 투입하여 그 기능을 유지시키는 정도의 효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소신과 실력있는 의료인이나 종합병원 이하의 의료기관에 대한 진입장벽이 법적으로 생길 수 있으므로 그 자격조건을 완화시켜야 한다. 둘째로 취약과는 전국적으로 전문인력이 부족한데 인력충원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수 및 근무조건 등이 만족할 수준이 되어야 하는데 과연 그만한 예산지원이 될지 의문이다. 셋째 공공의료지원센터 및 지방의료원 등 공공의료기관의 관료화로 인한 경직성 및 업무해이를 걱정 안할 수 없다. 세세한 업무지침 등이 공정한 공공의료의 집행을 담보할 수 있다. 넷째 공공의료기관은 업무 특성상 경영에 적자가 나기 마련이다. 경영효율화 경쟁은 지양하고 공공의료수행지수를 개발하여 평가기준을 삶아야 하며 적정수준의 재정지원은 필수이다. 다섯째 공공의료기관과 지역 민간의료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되어야 그 지역의 공공의료가 활성화될 수 있다. 여섯째 공공의료기관의 건보재정에 대한 청구 및 무분별한 진료대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기준이 민관합의로 만들어져야 한다.

결론적으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공공의료의 성공은 비효율적이고 포플리즘적인 보건지소 설립 등이 아니고 개정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의 방향처럼 의료취약지 거점의료기관과 공공전문진료센터의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여 최대한 활성화시키는가에 달려있다.

황주연 <서대문구의사회장>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