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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을 세워 놓은 Mi16, 여기 저기 고장나
1년을 세워 놓은 Mi16, 여기 저기 고장나
  • 의사신문
  • 승인 2012.10.1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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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검사 유감〈상〉

작년말 아주 일이 복잡한 시기에 필자의 고물 Mi16 2대는 대구에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한 대는 포항에 있었다. 2대는 검사 시기를 놓쳤다.

1년 정도 처박아 놓았으니 당연히 과태료가 발생한다. 이미 발생한 과태료는 어쩔 수 없다고 치고 오랜만에 대구에 내려가 검사라도 통과할 생각으로 검사장으로 차를 몰고 갔다.

1년을 세워놓은 차라는 것은, 특히 오래된 차들은 처음에는 겁난다.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차가 1년을 그냥 세워 놓으니 신비로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갑자기 차가 힘을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갑자기 멈추는 것이다. 거의 이런 일은 경험하지 못했다.

점화 모듈이 문제인지 아니면 연료펌프가 문제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차는 아이들링에서 덜덜거리고 멈추어 선다. 잠시 세워 놓으니 다시 시동이 걸린다. 오랜만에 모처럼 검사를 하러 나왔는데 보통 문제가 아니다. 길에서 시동이 푸르륵 꺼지기를 몇 번 반복하니 검사 자체가 문제가 된다. 응급으로 스파크에서 불꽃이 튀는 것을 확인하니 연료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사장까지 간신히 와서 검사비를 내고 검사레인으로 들어가라는 지침서를 받는 순간 차는 또 멈춘다. 검사는 완전히 포기 상태가 되고 견인차를 부르면서 배선을 점검하다 엔진룸안에 있는 릴레이 박스를 만지자 차는 시동이 걸린다.

3년전에는 일산화탄소 배출량 0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던 차가 얼마 타지 않는다고 이 모양이 되다니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튼 차를 오래 안타면 안 되는 모양이다. 그 다음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인젝터의 릴레이 배선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자동차, 특히 오래된 자동차는 이런 일이 문제다. 평상시 타고 다니면 대충은 알게 되는데 오래 안타는 동안 생기는 문제는 알 수 가 없다. 인젝터의 릴레이가 조금 엉성하게 붙어있다는 것만으로 1년을 세워 놓았다고 접불이 되거나 그런 적은 없다.

세월 탓인가? 차는 90년식인가 89년 식일 것이다. 여분의 배선은 물론 갖고 있다. 문제가 자주 발생하면 부분적으로나 전체적으로 이식도 가능하다. 대작업이라 주저하기는 하지만 막상 마음을 먹으면 못할 일도 없다.

검사장 레인에 들어가자 온갖 클레임이 다 들어온다. 우선 머플러가 정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변(구조변경)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복병인 셈인데 10만원 정도가 든다. 문제는 차 두 대가 모두 몽구스 머플러를 달고 있는데 20년 넘은 차가 오리지널 머플러가 붙어 있을 리가 없다는 점이다. 그 동안 서울의 검사장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넘어가던 머플러는 대구의 엄격한 기준에서는 그대로 탈락이다. 봐주지를 않는다. 서울로 가져가는 연료비와 거의 같다.

문제는 또 발생한다. 브레이크 캘리퍼의 고착이 일어난 것 같은데 아무튼 브레이크는 밀린다. 그러면 통과가 될 리가 없다. 구변에 앞서 아예 통과가 안되는 시점이 된 것이다.

차를 다시 친구의 회사로 몰고 오면서 생각을 했다. 도색을 다시 해야 하고 엔진의 타이밍 벨트를 다시 달아야 하며 구조 변경을 하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돈다. 그래도 자동차세와 보험료는 꼬박꼬박 붙어나간다.

차가 많으면 이런 고민은 자꾸 늘어난다. 두 대의 Mi16 말고 폐차예정이던 빨간색의 Mi16을 폐차하려면 엔진을 끄집어내야 하고 나머지 부품을 두 번째 차에 이식해야 하며 유리도 탈거해야 한다. 보통일이 아니다.

나머지부품도 보관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엔진과 브레이크 부품만 탈거하고 버려야 한다. 성격상 불가능하지만 요즘은 정리 시즌이니 어쩔 수 없다. 결국 차들을 두 대로 줄이고 집중 관리하면서 탈수 있을 때까지 타야 하는 처지다.

검사장을 나와서 브레이크가 밀리기는 하지만 엔진은 정상으로 돌아온 차를 타고 언덕을 오르면서는 기분이 좋아져서 그 동안의 트러블 같은 것은 모두 용서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매니아의 천성 같은 것이다.

예전에 어떤 백화점 전무님이 필자와 같은 차를 1대로 끝까지 타는 것을 보고 감동을 먹은 적이 있는데 차라리 차가 한 두 대라면 편했을 것이다. 너무 많으면 안 좋은 점이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필자처럼 많은 것들을 정리하는 시점이면 더욱 그렇다. 한때는 5대까지 갖고 있던 차들의 관리는 거의 복마전 수준으로 접어든다. 너무 많으면 관리가 불가능하다. 머리가 아픈 상황이 되면 쳐다보기도 싫지만 1∼2대로 좁혀서 관리해야 할 것 같다.

안윤호 <송파 대광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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