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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케리니 첼로협주곡 제9번 Bb장조 작품번호 482
보케리니 첼로협주곡 제9번 Bb장조 작품번호 482
  • 의사신문
  • 승인 2012.10.0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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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190〉

보케리니가 쓴 첼로 협주곡은 모두 5곡이 남아 전하는데, 이중 첼로협주곡 제9번은 하이든 첼로협주곡과 더불어 고전파 첼로협주곡의 명곡으로서 현재까지 널리 사랑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고전시대 작곡가이자 첼로 연주자인 보케리니는 당시 유럽 음악의 주요 중심지와는 먼 곳인 스페인에서 무르익은 그의 작품은 귀족적인 귀품과 단아하고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보케리니는 이탈리아 루카에서 첼로와 더블베이스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나 로마 유학을 마치고 여러 연주 여행을 거친 뒤, 스페인 카를로스 3세 국왕의 동생인 돈 루이에 의해 궁정 악사로 고용되어 마드리드에 거주하게 되었다. 왕궁의 후원 아래 화려한 시절을 보냈으나 어느 날 국왕이 그의 새로운 삼중주곡의 한 소절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며 교정을 명령하자, 자신의 작품에 대한 국왕의 간섭에 대해 화가 난 보케리니는 그 악절을 오히려 더 늘여 붙였고, 곧 해고되고 말았다. 해고된 후 두 아내와 두 딸의 죽음을 겪으면서 말년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고, 모진 가난과 질병에 못 이겨 결핵으로 사망하였다.

그의 대부분의 실내악곡들은 하이든이 확립한 모델을 따르고 있지만, 보케리니는 하이든보다도 이전에 활동하던 이탈리아 출신의 유명한 첼로 연주자였던 지오반니 바티스타 치리의 계보를 이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어 늘 보조해 주는 역할로만 사용하던 첼로를 더 두드러지게 하는 등 그만의 발전된 양식을 보여주었다. 하이든과 비슷하고 특히 선율이 아름다워서 `하이든 부인'으로 불린 그는 이전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에서 이룩된 첼로 주법을 협주곡의 범위까지 크게 확대했고, 첼로의 명기적 특성을 살려 독주악기로서의 위상을 올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시 위대한 첼로 연주자인 보케리니는 연주여행 중에 병에 걸려 연주를 하지 못하는 바이올린 주자를 대신하기 위해 바이올린 곡들의 음 높이를 조절해 첼로로 연주하기도 할 정도로 첼로에 대한 열정은 가히 대단하였다.

보케리니는 이탈리아 바로크 전통에 대한 합주 양식, 프랑스 로코코적인 기악 특성과 독일의 고전적인 형식과 낭만적인 표현 등이 서로 녹아들어 있어 그 자신만의 양식을 개척하였다. 여기에 스페인 마드리드에 거주하면서 받은 영향인 스페인 특유의 달콤함과 부드러움이 그의 음악을 더욱 세련되게 하였다. 그 자신이 첼리스트인 만큼 많은 실내악곡을 작곡했는데, 100여 곡이 넘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현악오중주, 전부 다 전해지고 있지는 않지만 12곡의 기타오중주, 그리고 백여 곡의 현악사중주, 현악삼중주와 소나타곡들이 있다. 오케스트라를 위한 작품에는 서른 개 남짓한 교향곡과 5곡의 첼로협주곡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음악학자 이브 제라르에 의해 분류되면서 `Opus' 대신 `G'라는 작품 번호 기호가 붙게 되었다.

이 곡의 원본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오랫동안 19세기 첼로 명주자인 그뤼쯔마헤르가 교정한 악보에 의해 연주되었고, 누구도 그 악보의 진위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지 않았다. 그러던 중 1948년 쉬투르째네거가 드레스덴의 작센 국립도서관에서 이 곡의 초고를 발견하게 된다. 그는 자기가 발견한 초고를 그뤼쯔마헤르의 악보와 대조해 봤는데 그뤼쯔마헤르가 보케리니의 또 다른 첼로협주곡에서 제2악장 Adagio을 따와서 이 곡에 전용한 것이 판명되었고 제1악장과 제3악장에도 그뤼쯔마헤르가 손질한 흔적이 드러났다. 이로서 그뤼쯔마헤르판은 원곡을 짜깁기한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그 진위를 떠나 아직도 많이 연주되고 있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오케스트라의 짧은 전주 후 당당하게 첼로 독주가 등장하면서 위용을 자랑한다. △제2악장 Adagio non troppo 오보에를 중심으로 관현악이 하강한 후 절제되고 조용하면서 세련된 선율의 첼로 독주가 노래를 한다. △제3악장 Rondo Allegro 밝고 해학적인 기교의 선율들이 춤추듯 엮어나가는 마지막은 팡파르와 같은 전주에 이어 독주가 경쾌한 주제를 노래한다. 그 뒤 관현악이 후렴처럼 반복하면서 첼로의 기교적인 연주를 더욱 눈에 띠게 한다.

■들을만한 음반: 피에르 푸르니에(첼로), 루돌프 바움가르트너(지휘), 루체른 페스티발 앙상블[DG, 1963];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첼로), 취리히음악 콜레기움[DG, 1985]; 자클린 뒤프레(첼로),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잉글리시 쳄버 오케스트라[EMI, 1967]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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