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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간 의료 현장의 기쁨과 슬픔 고스란히 담겨
52년간 의료 현장의 기쁨과 슬픔 고스란히 담겨
  • 의사신문
  • 승인 2012.09.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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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5000호 기념 특집호 - 5000호 발행이 갖는 역사적 의의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
역사학자가 바라보는 `5000호 발행'

우리나라에서 서양의학의 역사가 시작된 것은 1880년경부터였다. 1885년 고종과 조선 정부는 서양의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을 개원하였으며, 1899년 고종황제와 대한제국은 근대 의사들을 양성하기 위해 의학교를 설립하였다. 이후 식민지, 분단과 전쟁, 가난과 독재 등 오랜 난국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의학 연구, 의료인 양성, 환자 진료 등 각 분야에서 이루어낸 성과들은 실로 대단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 수준의 의료 강국 대열에 들어서 있다.

무엇이 그러한 기적을 가능하게 한 걸까? 뭐니 뭐니 해도 수많은 의학자, 의사, 간호사, 보건직, 의료행정 종사자들 등 의료주체들이 흘린 땀방울 덕분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의료주체들 중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의료분야의 신문들이다. 후생신보, 의사신문, 의협신문 등을 필두로 수십 여 종의 신문 및 인터넷 신문들이 맹활약을 보여준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의사신문이 이번에 지령(紙齡) 5000호 발간을 돌파하였다. 무려 52년 5개월 동안 꾸준히 의료현장의 성과와 사건들을 의료인과 국민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온 것이다. 찬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는 아주 훌륭한 일이다.

의사신문을 보면 우리나라 현대 질병사가 고스란히 눈에 들어온다. 1960∼1970년대 콜레라, 장티푸스 등의 전염병, 만국병이라 일컬어지던 결핵, 아이들의 영양을 좀먹던 기생충병, 수많은 가슴 아픈 사연을 연출해냈던 공포의 연탄가스 중독사고 등이 보인다. 1980∼1990년대 암,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등 `성인병 전성시대'가 뒤를 잇는다. 근래에는 신종 플루 등 현대적 전염병, 알레르기질환, 정신질환 등이 자주 등장한다. 의사신문에는 우리나라 현대 의학의 주요 순간들이 포착된다. 1963년 서울대병원 이영균 교수의 한국 최초 심장수술 성공, 1969년 성모병원 이용각 교수의 한국 최초 신장이식 성공, 1985년 서울대병원 장윤석 교수의 한국 최초 시험관아기 출산 성공, 1988년 서울대병원 김수태 교수의 간이식 성공 등이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나라 현대 의학의 대형 사건, 사고도 빼놓은 수 없다. 1971년 수련의파동, 1977년 건강보험 실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2006년 `황우석 사건' 등이 그렇다. 독자들은 이런 기사들을 보면서 때로는 울고 웃었으며,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감동을 받았다.

이제 의사신문은 5000호를 발행했다는 흥분과 감격을 뒤로 하고 1만호 발행을 위해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의사신문이 지향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미검증 정보의 홍수 시대, 정확·심층 정보 제공은 기본
국민들과 적극적 소통·건강한 삶에 대한 방향 제시해야


요즘은 인터넷 시대다. 국민들은 방송과 신문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빠르고 다양한 소식과 정보를 접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상의 소식과 정보들은 객관적 사실 자체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 하더라도 상세한 배경 설명을 생략한 채 단편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의사신문은 빠르고 정확한 것은 기본이고 소식과 정보의 전후 배경을 폭넓게, 깊이 있게 설명해주었으면 한다.

더욱 더 중요한 점이 있다. 필자는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요즘 의료계의 상황이 너무나도 좋다고 생각한다. 50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은 웬만큼 아프지 않고서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이를 낳을 때도, 누군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거의 다 집에서, 동네에서 해결했다. 가난과 오랜 인습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국민들은 아프지 않은데도 병원에 간다. 아이를 낳으러, 문상을 하러, 건강검진을 받으러, 그리고 심지어는 미용을 위해서. 이제 병원은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늘 마주하는 공간이 되었다.

국민들과 병원 사이의 거리가 이토록 빨리 가까워진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근현대사를 거시적으로 살펴보자. 우리나라는 1876년 문호개방 이후 자주적 근대화에 실패하여 일제의 식민지가 되어 수난을 겪었다. 해방의 기쁨과 동시에 분단의 아픔이 시작되었고, 그 결과 처참한 동족간의 전쟁을 치렀다. 그 후 계속된 가난과 독재. 지구상에 우리만큼 불행한 민족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저력은 놀라웠다. 1960∼1970년대에는 경제성장을 이루어냈다. 1980년대에는 전 국민의 민주화투쟁을 통해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우리 국민들은 경제와 정치를 낙제점에서 합격점으로 끌어올린 다음 어디로 고개를 돌렸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제와 정치 분야가 안정을 이루면 사회와 문화 분야가, 민족 국가 등의 거시적 공동체보다는 가족이나 개인이 강조된다. 그래서 1987년 이후 25년 동안 한국인들은 자녀의 교육문제에 많은 신경을 쓰고, `전 국민 마이카 시대'가 열리면서 외식과 여행, 대중문화 등을 즐기게 되었다. 한 마디로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웰빙 붐을 기업들의 상술로만 이해한다면 곤란하다.

삶의 질을 거론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당연히 건강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바람직한 식습관과 각종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병원도 자주 찾게 된 것이다. 결국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국민들의 소망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의사신문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의료현장의 소식과 정보들을 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들에게 건강한 삶을 제시해야 한다. 이때 건강이란 신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도 포함된다. 결국 의료계, 정부,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건강한 한국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김상태 (서울대병원 의학역사문화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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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us 2013-01-04 11:20:00
I'm ipmrsesed! You've managed the almost impossib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