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희생' 속 전 국민 의보·의료한류 만개
의사들의 `희생' 속 전 국민 의보·의료한류 만개
  • 의사신문
  • 승인 2012.09.24 11: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사신문 5000호 기념 특집 - 주제Ⅰ : 5000호까지의 의료계 변천사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총론 : 50여년간 의료계 변화와 발전

우리나라 최초의 의사단체는 1908년 `의사연구회'로 현 대한의사협회의 전신이며, 서울특별시의사회는 1915년 12월1일 `한성의사회'로 창립되었고 1945년 12월 21일 해방과 함께 `서울시의사회'로 새롭게 발족되었다.

1933년 발간된 `한성의사회보'가 최초의 기관지였지만 1회만 발행된 바 있고, 1960년 4월 서울시의사회 기관지로서 의사신문이 창간되었으며 2012년 4월 16일에는 창간 52주년 특집호(4968호)를 발간한 바 있다. 이제 지령 5000호 발간을 계기로 지난 50년간의 의료계의 변화와 발전을 돌아보려 한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1960년 4.19 혁명과 의사신문 창간 때까지 보사부장관은 당연히 의사 출신을 임용할 정도로 의사들은 비교적 존경받는 계층으로서 권위까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4.19 혁명과 5.16 혁명이후 비 의사 보사부장관 임용이 점차 늘어나게 되었다. 1962년에는 의료법이 제정되고 의사정기신고와 의사보수교육 의무화가 시행되었으며 의료계도 경제개발과 함께 발전해 왔으며 개업에 성공한 의사들이 대형 의료기관과 의과대학을 신설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자본이 축적되었고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입지를 굳힐 수 있었다.

1970년에 정부는 의약분업추진연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의사신문은 1960년 창간이후부터 전문지로서 또한 기관지로서 의대 신증설 문제, 조세부담, 의료분쟁과 의권옹호, 한의사의 영역 침범 등으로부터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72년에 자영업자 의료보험사업을 시작으로 17년에 걸쳐 직역별 의료보험이 확대되었으며 마침내 1989년에는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현 건강보험)가 시행되었다.

정부의 불합리한 의료정책에 대해 1978년 8월에는 국공립병원수련의들의 처우개선을 위한 파업도 있었으며, 1980년에 의사단체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안 제시와 의료인 자율정화 결의문을 발표했으며, 1981년에는 15시간 이상 연수교육 의무화 추진과 의사신분보장의 제도적 장치 마련을 정부에 건의하기도 했다. 특히 회원들의 권익과 보호를 위해 공제회를 출범시켰으며 의료법위반 회원들의 자체 징계 등으로 전문직단체로서의 의무를 지키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정부는 1982년부터 의약분업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1989년에는 약사의 임의조제를 인정하는 약국 의료보험까지 시행했었다. 이에 대해 의사단체는 지속적으로 의약분업을 반대했고, 성분명 처방 관련한 의사의 선택권 주장, 의보수가 현실화 건의, 강제지정제 폐지, 진료비심사제도 개선, 진료비 지연지급 시정 요청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결국 1987년에는 개원의협의회가 발족되면서 의료보험개선을 위해 회원 연판장 서명과 지정서 반납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1999년 의약분업 시행안의 국회 통과와 함께 의사협회와 약사회, 시민단체는 의약분업안을 합의했지만 시행 과정의 문제점은 물론 그 동안 저수가 정책과 지나친 규제에 불만이 쌓였던 의사들은 장충체육관에서의 범의료계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2000년까지 대규모 시위와 휴진 등 파업 투쟁이 이어졌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의사단체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이익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정치세력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후 10여년이 흐르면서 의사 수 증가에 따른 과다경쟁과 의료계 내의 직역분화에 따른 대립, 세대 간의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의료계 내부 갈등이 점점 심화되어 갔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의사 스스로가 돌아보는 의사들의 사회경제적 입지, 전문가로서의 성취감은 의료보험(건강보험) 전면실시 전후(1989년)와 의약분업 실시 전후(2000년)로 많은 변화를 가져 왔다.

의사와 국민과의 신뢰성 또한 이 시기를 전후하여 변화가 있었다. 과거에 의료행위는 의사와 환자간의 상호 관계였지만 건강보험의 도입으로 보험자(건강보험공단, 정부)와의 삼각관계가 형성되므로 환자와 의사 모두 보험자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건강보험과 의약분업의 틀을 유지하고자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의료행위의 가격억제와 과도한 규제로 의사를 통제해 왔다. 부정청구나 의약품 리베이트 등 의사들의 부정적인 면을 언론에 과장 보도하면서 결국 진료실에서 조차 의사와 환자의 신뢰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사회주의 의료제도 가속화로 사회적·의료계 갈등 증폭
진료 영역 넘어 의료제도 개선·다양한 사회 참여 요구


전 국민 의료보험이 시작된 초기만 해도 국민 모두 평등하게 질 좋은 의료혜택을 국가 주도하에 받을 수 있다는 정부의 홍보에 의사들은 감히 자신들이 감수할 불이익을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의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을 조여 오는 각종 규제정책들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수가로 시작된 전 국민 의료보험 확대에도 침묵을 지키던 의료계는 의약분업을 계기로 사회참여와 정부 정책참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비록 의사들에게 파업으로 인한 비난의 상처를 남기기는 했지만 의사 회원들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며 저항을 했었다.

그 이후 10여년이 지나면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정부 주도의 사회주의적 의료제도에 차츰 익숙해져 갔지만 제도를 회피하거나 역이용하면서 경쟁력을 키우려는 의사들로 나뉘게 되면서 의료계 내의 빈부격차가 더욱 심화 되었다. 전문과를 넘어서는 진료영역확대와 비급여 진료확대, 외과계열과 같은 필수의료 외면현상, 미용성형 의사의 증가 등으로 의료의 왜곡 현상이 심각해졌다. 이런 의료계의 변동은 사회의 역동적인 변화와 맥을 같이 했다. 인터넷을 통해 의학 전문지식은 건강정보가 되버렸으며 경쟁적인 광고전쟁으로 의사들의 부담은 늘어났고, 권위적인 의료에서 서비스로서의 의료를 원하는 국민들의 의식변화로 의사들은 전문직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도 어려워졌다.

의약분업 이후에도 의료법의 개악, 건강보험수가의 불공평한 결정구조, 수가통제를 위한 다양한 규제, 리베이트 쌍벌제, 위헌적인 의료분쟁조정법 강행, 보건소를 포함한 공공의료기관과의 경쟁구도, 소득공제자료 국세청신고와 세무검증제, 부당한 응급의료법, 원격의료시도 등 정부정책은 끊임없이 의사들을 압박하고 있으므로 갈수록 의사들의 형편은 악화되리라 예상된다.

그러면 의사들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미 의료계는 하나의 같은 목적을 지닌 집단이라고 볼 수가 없다. 병의원 규모에 있어서의 차이, 대학 교수에서 전공의, 봉직의, 개원의 등 근무 형태의 다양성, 전공 분야에 따른 이해관계 등 이미 하나의 단체로서의 동질성을 잃어 가고 있다. 의사협회가 그것을 통합해서 의사 권익집단이 되려는 시도는 더 이상 무의미하다. 차라리 이익을 공조할 수 있는 개별 단체들이 각각 대처하는 것이 나을 것이고 의사협회는 이런 모든 단체의 대표로서 개별 단체를 조율하거나 회원 관리와 함께 의사들의 긍지와 명예를 지켜주는 역할이 차라리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은 눈이 부실 정도이다. 우수한 전문의 수련제도가 있고 명의와 석학들이 넘치고 있으며 밤을 새우면서 연구에 전념하는 의학자들이 있다.

최신형 의료기기들이 대학병원은 물론 개인의원에 까지 널려 있다. 어느 정치인이 말하길 `우리나라 좋은 나라,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의료진의 진료를 가장 싸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이런 좋은 의료의 중심에 의사들의 희생이 있다는 것을 외면한다. 의사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의사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사회와 소통하고 공존해야 함을 깨닫지 못했고 자신들의 분야 외에는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다양한 사회단체 참여하여 재능을 공유하고 의사들의 역할 증대를 끊임없이 알려야 한다.

최근에 의사들 스스로 의료윤리와 인문학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사들 간의 상호배려는 물론 국민들이 바라보는 의사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바로 잡아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보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졌다고 해도 건강을 지키고 생명을 돌보는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은 꼭 지켜내야만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의사의 역할은 무엇이고 의사는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의사는 합리적인 의료제도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국민의 건강증진을 위한 보건의료 전문가여야 하며,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헌신하는 사회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의료계의 노력은 결국 소원해진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 되리라 믿는다.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의사들은 더욱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하고 공존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김숙희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