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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정치, 대선 표 의식 남발 `의사 과잉 공급'
포퓰리즘 정치, 대선 표 의식 남발 `의사 과잉 공급'
  • 의사신문
  • 승인 2012.09.24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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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5000호 기념 특집 - 주제Ⅰ : 5000호까지의 의료계 변천사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50여년간 `의대·의사 수' 얼마나 증가했나

의사의 시대흐름을 볼 때 60년대 이후 20여년을 의사들의 황금시대라고 한다. 이 시기의 의사들은 많은 부와 명예, 지위를 누렸다. 이들 중 일부는 후에 의료재벌이라고 불릴 정도의 부를 축적하여 대형병원을 설립하고 의과대학을 설립하는 기회를 잡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황금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분별한 의과대학 증설과 폭발적인 의사 수 증가, 1977년 시작된 전 국민 의료보험은 의사들의 황금시대를 급속히 무너뜨려 버렸다.

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자로서 있기 전에는 의사와 환자사이에서 의료행위가 이루어지고 의료비가 직접 지불되었지만 제3자인 보험자가 나타남으로써 의료행태에 큰 변화가 왔다. 공단의 지나친 진료간섭, 폭발적인 의사증원에 따른 수입저하,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부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정책 도입, 대형병원의 과열 투자 경쟁, 부실 의과대학의 출현 등이 대한민국 의료를 괴상한 부실덩어리로 만들어 버렸다.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무엇보다도 지난 50년간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과 의과대학의 증설 현황과 의사 수 증가, 의료비 증가 등 각종 통계를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현 주소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나라 인구는 1970년대 강력한 산아제한정책과 그 이후 급등하는 양육비, 교육비의 증가로 초저출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인구 증가율은 1990년과 1995년에 1.0%를 기록한 이래 2000년 0.8%, 2002년 0.6%, 2004년 0.4%, 2005년 0.2%, 2006년부터 2009년까지 0.3%였다.

세계인구증가율 1.2%에 비하면 매우 적은 비율이다. 이러한 추세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0.02%로 인구감소세로 전환되고 2030년에는 -0.25%로 예상되어 세계에서 4번째로 빠르게 인구감소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견했다. 세계적으로 국가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소 1%정도의 인구증가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인구감소는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져 국가경쟁력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120년 전 선교사들에 의해서 처음 설립된 의과대학이 수가 증가하여 현재 전국에 41개 의과대학이 되었다. 매년 3050여명이 입학을 하고 졸업이 늦어지는 인원과 외국의대 졸업인원을 포함하여 매년 3500명의 의사가 배출되고 있다. 41개 의과 대학 중 1962년 이전 설립된 6개(공립 3개, 사립 3개) 의과 대학과 함께 1970년대 와서 소위 후발대학으로 불리우는 10개 대학이 설립됨으로써 16개 의과대학으로 늘어났다. 정치권에서 국민의 표를 얻을 목적으로 의과대학 설립을 허가해준 것과 일부 의료재벌세력이 영리 목적으로 의과대학 설립에 뛰어들면서 현재 41개 의과대학이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문민 정부 시절 세워진 6개 의과대학(공립 2개 강원대, 제주대, 사립 4개 건양, 관동, 서남, 을지대)이다.

현재 41개 의과대학중 서울에 11개, 서울 경기 수도권에는 16개 대학이 집중되어 있다. 최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의과대학을 새로 만들어 보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잘 맞지도 않는 통계수치를 내세우며 왜곡 해석하는 학자들과 배후세력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속내는 국민들에게 미칠 의료혜택보다는 정치적 표심 얻기, 그리고 전공의 공급을 통해 싼 임금으로 병원을 운영하려는 속셈을 가지고 있다.(현재 알려진 바로는 의과대학 졸업생보다 수련의 TO가 400개가 더 있어서 지방수련병원들과 작은 종합병원에서는 일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국민 10만 명당 의대 입학정원은 7.9명(한의사 미포함시 6.4명)으로, 미국(6.5명), 캐나다 (6.2명), 일본(6.1명)보다 많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졸업생 수는 8.8명으로, OECD평균 (9.9명)과 영국(9.3명), 독일(12.5명)보다는 약간 낮은 편이나 미국(6.5명)과 일본(5.9명), 프랑스(6.0명)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통계 수치에서 알 수 있듯이 인구는 감소하고 있는데 반하여 의과대학과 의사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2012년 파악된 의사수의 통계를 살펴보자. 1899년 김익남이 대한민국 의사 1호로 처음 의사가 된 후 현재 10만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되었다.

2012년 7월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의사 수는 OECD 주요국에 비교하여 208명으로 미국(225명), 영국(220명), 일본(164명) 등과 비슷하고 만약 한의사수를 포함한다면 225명으로 영국이나 일본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민소득 1만불 수준 당시 의사 수로 비교해 보면 미국 141명(1978), 영국 144명(1987), 일본 144명(1984), 프랑스 181명(1979)으로 이에 비해 월등히 많은 의사수를 확보하고 있다. 2010년 의사 수는 1995년 대비 63.7% 증가한 수준이다.


41개 의대 존재·인구 감소 불구 10만명당 의사 수 208명
대형병원 편중으로 의료비 증가·의료 전달체계 붕괴 우려


2012년 이후에는 의사수가 현재보다 36% 증가하는 등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의사의 과잉 공급은 `불필요한 의료수요(induced care)'를 조장하여 국민의료비 증가 및 건강보험재정 압박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이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의과대학제도에 따른 남녀 의과대학생수의 변화도 있었다. 최근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도입과 남학생들의 상대적 성적부진 현상이 합쳐지면서 남학생수는 줄어들고 60% 이상을 여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 2006년 의사협회에 신고한 의사면허 소지자는 7만1940명이며 이 중 남자가 5만7564명으로 80%, 여자가 1만 4376명으로 20%를 차지했다. 여의사 수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면서 전체 신고회원에서 여의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여의사의 약 60%가 20, 3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의사 증가 현상은 공중보건의제도를 통해 싼 비용으로 의사를 배치해왔던 시스템에 빨간불이 켜지게 했다.

2010년 현재 전국에 2만7479개 의원급 의료기관이 있고, 이 중 1만4천여 곳 이상이 서울·경기일원에 집중되어 있다. 수도권의 의사집중현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아젠다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기관의 지방과 농어촌지역 분산정책에는 농어촌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사에게 진료비를 2배 정도 올려주는 방식의 경제적 인센티브 정책을 쓰면 의외로 손쉽게 해결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체 의사들 중 92%가 전문의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고 있으며, 이들 중 실제 진료를 하며 보험청구를 하고 있는 의사 수는 7만8천명이고 이 중 5천200명이 일반의이고 5만9천여명이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다.

흥미로운 통계수치를 2010년 공단이 발표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10년 공단이 발표한 전체 급여비는 32.5조원이다. 이 중 의원 : 7조원(22%), 병원 : 3조원(9%) 요양병원 : 1.3조원(4.0%) 종합병원 : 5조원(15%), 종합전문병원 : 5.5조원(17.0%), 약국 : 8.3조원(25.6%, 조제료 등 1조 8천억원, 약가 약 6조5천억원), 기타 치과, 한방, 보건소 등 : 2.4조원(7.3%) 이었다.

이중에서 흔히 빅 5라 불리는 종합전문병원 중 서울대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의 급여액이 전체 급여비의 7.2%,종합전문병원 전체 급여비의 33.5%를 차지(2009년 12월 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액수는 전체 개원 의사(2010년 현재 전국에 2만7479개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청구한 액수의 1/3과 비슷한 액수다. 의료전달체계 혹은 의료공급체계(Health care delivery system)가 존재하지 않은 대한민국에서 개원 의사들은 대형병원과 경쟁을 해야만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012년 개원의의 평균 근무(진료)시간은 일주일에 평균 51.1시간으로 나타났다. 개원의중 38.3%는 공휴일에도 근무를 하고, 11%는 일요일에도 진료를 하고 있다. 일요일에도 근무하는 비율이 높은 과는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외과등 인구감소와 함께 환자 층이 감소한 과들이 수입보존을 위해 일요일에도 근무를 하고 있다.

또한 젊은 개원의들이 기존의 개원가에서 생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야진료와 휴일진료, 심지어 24시간 진료까지 진료시간을 늘려 생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야간 및 공휴일에도 근무를 하고 있지만 그 수입효과는 많지 않은 것은 낮은 진료비 책정과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때문으로 파악된다. 현대 사회에서 최대의 화두는 공정한 배분을 통한 정의의 구현이다.

대학병원들과 빅 5 병원은 점점 더 많은 병상을 만들고 보험급여를 빨아들이고 있다. 게다가 종합병원 외래에 의원을 개설하려고 하는 부끄러운 행태까지 계획하면서 1차 의료시스템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단의 의료 개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너무나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켜 있는 한국의료 상황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가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의료보험의 도입과 의사의 대량 배출에 따른 부작용을 젊은 의사들 특히 30, 40대 의사들과 이후의 배출될 의사들이 모두 짊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이 의사로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장애물들이 놓여 있기에 희망보다는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과 분노가 쌓이고 있다. 윤리적인 진료를 하고 싶어도 제도가 가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이들이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유지하며 의사로서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제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명진 (전 의료윤리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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