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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작품번호 28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교향시〈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작품번호 28
  • 의사신문
  • 승인 2012.09.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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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상식에 대한 비판·풍자 선율로 풀어

대체 `틸 오일렌슈피겔'은 누구인가?. 전설에 따르면 그는 1300년경 브룬스비크 근교의 크나이틀링엔에서 태어나 독일 북부에서 이탈리아에 이르기까지 신성로마제국 전역을 떠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위선과 사기, 탐욕 등의 악덕을 풍자하다가, 1350년 페스트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장난'은 여러 이야기로 전해지다가 16세기 초부터 책으로 출판되기 시작했다. 슈트라우스가 서른 살 무렵 교향시 〈죽음과 정화〉를 완성한 뒤 극음악에 관심을 돌리던 중에 키스틀러라의 오페라 〈오일렌슈피겔〉을 접한 뒤 틸 오일렌슈피겔의 불운과 장난에 관한 연대기를 음악에 담고자 직접 틸을 주인공으로 한 오페라 대본을 쓰기 시작했다. 1894년 가을에 작곡하여 이듬해 5월 완성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틸을 대표하는 2가지 주제는 각기 호른과 클라리넷으로 연주된다. 호른에 의한 주제는 쾌활한 선율로 극치에 올라갔다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낮게 끝마치게 되고 클라리넷에 의한 주제는 정교하고 달콤하며, 사기꾼이 가장 잘하는 것을 제시한다.

이 곡의 서주에는 `옛날 옛적에'라는 주제를 호른 독주로 첫 번째 틸 주제의 두 반복 선율이 활기차게 연주되면서 시작된다. 이 주제는 오케스트라에 의해 뒤따르고, 이 도입 부분은 한 어린이의 `짜잔∼'하는 부분과 함께 반복되는 음표로 끝을 맺는다. 클라리넷 주제는 그 뒤에 들리며 틸의 그 다음 장난을 꾸미면서 틸의 웃음소리를 제시한다. 음악은 시골 동네 방방곡곡을 누비며, 틸이 말을 타고 시장을 통과하면서, 상품과 물건을 쓰러뜨리고, 근엄한 성직자를 가장하여 설교를 하고, 기사로 변장하여 아가씨들을 유혹하기도 하는데 여기서 사랑의 주제가 바이올린 독주로 연주된다. 음악은 말 타기가 다시 시작됨을 제시하면서, 클라이맥스가 갑자기 장례식 행렬로 변화될 때 첫 번째 주제가 다시 관현악 전체에 연주된다. 틸은 붙잡혀서 불경죄로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교수형 장례식 행렬은 절망에 빠진 틸과의 대화로 시작되어, 그는 감미로운 말과 농담으로 이 궁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불행히도 틸의 노력은 냉혹한 집행인에게는 헛수고였다. 이를 클라리넷이 연주하면서 틸의 단말마를 암시하며, 현악기군이 피치카토로 교수형을 표현한 후 시체가 앞뒤로 흔들거리다가 점차 느려지다 멈추는 모습을 연주한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다시 `옛날 옛적에' 주제가 연주되면서, 틸은 죽어도 그의 유머와 풍자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음악적 농담의 제시로 끝을 맺는다.

이전에 틸 오일렌슈피겔에 대한 이야기를 기존의 계급질서에 대한 서민의 도전이라는 관점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그의 행각이 기존 사회에 대한 도전보다는 우리가 받아들이는 상식에 대한 비판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상식이란 다수에 의해 공유되는 가치체계이지만 그 자체가 다른 사고방식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으며 이에 대한 저항 역시 가치 있는 일이다.

슈트라우스는 악보표지에 〈론도 형식의 옛날 무뢰한의 이야기에 의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이라고 복잡하게 적었다. 사실 슈트라우스가 선호한 명칭은 `교향시'가 아니라 `음시(tone poem)'이었다. 이 곡이 1895년 11월 쾰른에서 초연 할 때 지휘자 프란츠 뷜너가 표제에 대해 질문했을 때 슈트라우스는 “나는 `오일렌슈피겔'에 표제를 달 수 없습니다. 내가 각 부분에서 생각한 것은 말로 이해되지 않는 게 많을뿐더러 때론 방해되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장난꾸러기에 의한 수수께끼를 듣는 사람이 풀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작품은 초연 후 다양한 반응을 받았는데 니키슈가 지휘한 파리 공연을 참관한 드뷔시는 `정신병자가 써낸 새로운 음악의 한때'라 혹평하였다. 훗날 슈트라우스는 동료 작곡가에게 총보의 여러 대목에 설명을 써주었는데 오늘날 이 설명을 토대로 곡을 해석한다.

■들을만한 음반: 프리츠 라이너(지휘), 빈 필[Decca, 1956]; 헤르베르트 폰 카랴얀(지휘), 빈 필[DG, 1972]; 빌헬름 푸르트벵글러(지휘), 베를린 필[DG, 1943]; 루돌프 켐페(지휘), 드레스덴 국립관현악단[EMI, 1970]

오재원〈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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