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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종양면역학 토대 마련 - 윤정구
국내 종양면역학 토대 마련 - 윤정구
  • 의사신문
  • 승인 2012.09.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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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학회 회장 등 역임 종양면역학 체계 확립

윤정구(尹楨九)
서촌(瑞村) 윤정구(尹楨九)는 1928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다. 1947년 휘문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브란스의과대학 의예과를 거쳐서 1958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1958년부터 1961년까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조교로 일하면서 1960년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1962년 프랑스로 유학하여 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연수하면서 1963년 미생물학과정과 면역학과정을 수료한 후 1974년 남-파리대학교 의과대학에서 M.Sc.M 학위를 받았다. 그 당시로서는 드물게 프랑스로 유학을 간 것은 숙부인 윤을수 신부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소르본느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는 등 선생의 집안이 프랑스와 인연이 많은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전임강사로 잠시 근무한 시기(1963)를 제외하면 20 여년간을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바이러스 및 면역학 연구에 매진하였다. 1964년 프랑스 규스타브-루씨 연구소 조직배양 및 바이러스 연구실에서 연구를 시작한 이래 국립과학원연구센터의 Ⅵ급 연구원으로 시작하여 Ⅰ급 연구원으로 1984년까지 연구에 전념하였다. 국제적으로 이 시기는 면역학이 움트는 시기로 종양바이러스와 종양면역에 대한 연구는 주목을 받아 `쟝루이 까뮤 암연구상'(1971)과 `대한민국 외무부장관 공로상'(1973)으로 업적을 인정받았다.

1984년부터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주임교수(1984∼90)를 맡는 동안 자연세포독성세포의 표적세포 파괴 기전과 면역조정물질인 polyA:U가 면역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면서 세포면역과 종양면역 연구 체계를 확립하였다. 동시에 연세대학교 암연구소 소장(1990∼92)과 Yonsei Medical Journal 편집위원장(1987∼91)으로 일하였다. 한편 후학과 제자들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성품과 멋진 강의 때문에 의과대학 학생들이 선정하는 `올해의 교수상'을 받았다(1988). 이 때 대외적으로 대한면역학회 회장(1985∼87)과 대한미생물학회 회장(1987∼89)을 역임하면서 학회활동을 통하여 국내 종양면역학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선생의 주된 연구 분야는 파스퇴르연구소에서의 종양 유발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시기(1964∼81)와 연세대학교에서의 자연세포독성세포와 면역조정물질에 관한 연구시기(1981∼98)로 크게 나눌 수 있다. 1993년 연세대학교를 정년퇴임한 후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특별임명교수로 초빙되어 김형일과 더불어 미생물학교실의 기초를 다졌고 대학원 의학과 위원장으로 대학원의 기본 틀을 정립하였다. 아울러 의과대학이 자리를 잡아가고 부속 병원이 활성화되면 연구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로 1994년 아주대학교 의과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각 실험실 개설 및 기자재와 연구교원 확보 등에 힘쓰면서 1999년까지 초대 및 2, 3대 소장으로 일하였다. 선생은 학문적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아주대학교 병원 환자들의 영적 돌봄에도 깊이 관심을 가져 1999년 아주대학교 병원 가톨릭 교우회와 원목실 설립에 기여하였다. 2003년 아주대학교를 퇴임한 후에도 미생물학 성적 최우수자에게 수여하는 `서촌상' 기금을 쾌척하여 학생들의 배움을 독려하였다. 선생은 강의 중 학생들에게 파스퇴르의 무덤을 보여주며 무덤 천장의 네 귀퉁이에 믿음, 소망, 사랑과 더불어 쓰인 단어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은 후 “그것은 과학이다.”라는 답을 주곤 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학문과 신앙에 대한 선생의 철학을 제자들에게 심어주고자 하였다.

평생 면역학과 미생물학 연구에 애정을 보였던 선생은 2008년 81세로 선종(善終)하였다.

잠시라도 곁에 머물렀거나 배웠던 많은 이들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선생의 중용(中庸)의 자세를 잊지 못하고 연구자의 지표로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한결같이 단정하고 따뜻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선생이 아주대의료원 소식지(1998)에 기고한 “그릇된 자존심을 버리고 올바른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는 글귀 또한 연구자는 허황된 목표를 내세우거나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지 않는, 소박하고 원칙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뜻으로 선생이 기초의학자로서 꿋꿋이 지나온 길을 다시금 보여주고 있다.

가족으로는 1남 1녀가 있다.

집필 : 최인홍 (연세의대 미생물학교수), 박선 (아주의대 미생물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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