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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면역학자요 교육자 - 김윤범
진정한 면역학자요 교육자 - 김윤범
  • 의사신문
  • 승인 2012.09.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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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기구 연구 전념, 선진 의학 한국 전파 기여

김윤범(金允範)
지근(智根) 김윤범(金允範)은 1929년 평안남도 사창리에서 태어났다. 고향 근처의 순안고등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평양의과대학에 입학하였다. 평양의과대학을 다니던 중 한국전쟁이 발발하여 가족과 함께 함께 남하하던 중 가족과 헤어져 홀로 남하하였다. 전란 중 미8군 제1 야전 임상검사소의 세균부에서 일하다 운명적으로 전종휘를 만나게 되었고 그 덕에 1954년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하게 되었다.

1958년 무사히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전종휘의 주선 하에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의과대학의 미생물학교실, 그중에서도 면역학 Ph.D. 학위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지도교수인 Watson의 영향으로 streptococcal pyrogenic exotoxin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고 결국에는 endotoxin에 대한 연구도 하게 되었는데 이 두 toxin이 합쳐지면 그 독성이 10만-100만배로 증가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이 독성이 개체의 면역기능 상태에 따라 달라짐을 알게 되어 면역기구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면역기구의 개체발생기전(ontogenic development of immune system)에 대해서 연구하게 되었다. 돼지가 태반이 6겹으로 되어 있어 소위 background antibody가 없음을 알게 되었는데 마침 미네소타대학 연구소에 인간과 크기가 비슷한 미니돼지(miniature swine)를 사육하고 있어서 평생동안 미니돼지를 germ-free isolator에서 키우며 면역기구발생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1965년에 미네소타대학에서 조교수직을 제의하여 미국에서의 본격적인 면역학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미네소타대학에서의 연구생활은 1973년 뉴욕의 코넬대학과 Memorial Sloan-Kettering Cancer Center(이하 MSKCC)로 옮기면서 면역학 연구의 전기를 맞게 되었다. 1980년에는 동 연구소를 세운 코넬대학 대학원의 Memorial Sloan-Kettering division 면역학 주임교수가 되어 면역학 연구의 꽃을 피우게 되었고 이때부터 기존의 면역기구 발생에 대한 연구 외에 종양관련 거식 세포기능에 대한 연구도 시작하게 되었다.

선생은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적당히라는 단어를 생각하기 어려운 연구자로 일에 대한 집중력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일에 집중하다 실험실에서 밤을 새운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 성실함과 학문에 대한 열정은 같이 일하는 동료 뿐 아니라 그를 지도했던 지도교수, 같은 학문 분야의 다른 교수들에게까지 알려지게 되고 1983년 드디어 시카고 북부지역에 위치하고 있는 시카고의과대학의 미생물 및 면역학교실의 동양인 최초의 주임교수(1983∼2004)로 스카우트 되었다. 당연히 스카웃의 전제조건은 평생 연구해 온 미니돼지를 키울 수 있는 완벽한 시설을 갖추는 것으로 미니돼지와 함께 이 대학으로 옮기게 되었다. 훗날 이 귀한 돼지는 고국, 특히 모교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기증되어 현재도 서울대학교 특수생명자원센터와 건국대학교 의생명과학원 바이오장기연구센터 지균시설 (gnotobiotic facility)에서 SPF상태에서 잘 사육되고 있으며 이종장기이식 등 면역학 연구를 위한 연구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선생은 면역학의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지만 업적에 치중하기보다는 면역학 분야의 후학을 키우는 일에 더욱 열성을 보였다. 특히 본인이 한국인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아직 학문적으로 후진했던 고국을 위해 많은 고국의 후학들을 미국으로 불러들여 가르침의 장을 제공하였다. 첫 번째 fellow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의 장가용을 미네소타대학으로 불러 면역학자로 키웠고(1968∼70), 선생의 서울의대 동기이면서 가톨릭대학 내과 교수로서 국내 골수이식의 학문적 토양을 확고히 한 김동집에게는 코넬대학과 MSKCC에서 임상가이지만 한편 면역학자로서의 발판을 마련해 주었다(1974∼76). 그 후 전후근을 역시 코넬과 MSKCC로 불러들여 면역학자로서의 길을 가게 하였고(1976∼78) 홍태의(1980∼81), 정태준(1981∼82, 1985∼87), 허동(1992)과 이왕재 (필자, 1993∼95) 등을 fellow로서 면역학을 가르쳤다. 선생은 분명 이 땅의 가장 훌륭한 교육가 중의 한분이었음에 틀림없다 할 것이다.

선생은 현재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시카고의학대학에서 정년퇴직후 명예교수로 있으며 건국대학의 석좌교수로 1년에 봄, 가을에 두 번 입국하여 80이 넘은 고령임에도 왕성하게 면역학 대학원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다.

집필 : 이왕재 (서울의대 해부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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